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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세종시 건설이 확정되자 토지 보상이 이루어졌고 대대로 살아온 사람들은 삶의 터전을 떠나 뿔뿔이 흩어졌다. 그렇게 사람들이 떠나간 마을에는 적막이 감돌았다. 그곳의 외딴 농가에서 둘둘 말려있는 오래된 종이뭉치를 발견했다. 흔히 ‘미농지’라 불리던 얇고 투명한 종이는 이미 누렇게 변색되어 있었고, 가장자리는 말라버린 담뱃잎처럼 좀이 슬어 있었다. 신식 종이에 밀려 오래도록 방치되다가 결국 버려진 것이었다. 연민이었을까. 골방 가득 흩어진 종이들을 주워와 20여 년 가까이 서랍 깊숙한 곳에 간직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위에 글씨를 쓰기 시작했다. 신문지 반절만한 크기의 종이에 매일같이 이름을 써 내려갔다. 그러한 행위가 비로소 종이를 종이다워지게 만든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계획대로 모든 종이에 글씨를 쓰고 나자 문득 의문이 생겼다. 내 멋대로 의미를 지어내는 일이 과연 온당한 것일까. 기껏해야 하루에 한 장씩 써 나가겠다는 생각을 빌미로 나보다도 더 오래된 존재에 의미를 부여한다는 게 말이 되나 싶었다. 아뿔싸! 그냥 빈 종이로 내버려둘 것을. 그처럼 매순간 욕망에 이끌리지만 이유나 목적을 알지 못한다. 늘상 거듭되는 오류와 모순으로 인해 극심한 불안을 겪는다. ‘李·규·식’은 그런 나의 이름이다. 이름을 쓰는 이유는 자기애에 도취된 결과를 확인하고 싶어서다. 동시에 삶을 지탱해온 욕망에 대한 고해이자 아무 목적 없는 상태를 향한 주문(呪文)이기도 하다. 쓰고 또 쓰길 반복하다 보면 종이는 결국 빈틈없이 채워져 결과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상태가 되고 만다. 전시기간 내내 홀로 작품을 설치하기로 작정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지만 계절이 몇 차례 바뀌는 동안 매일같이 작업해온 700여장의 종이를 전시장 벽면 가득 채우고 나면 필시 작업실에서의 그것과 동일한 기분을 맛보게 될 것 같아서다. 나의 예술은 그렇게 끊임없이 배설을 도모한다. 삶이 한결 개운해지길 소망하는 도구이자 수단인 셈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그런다고 해서 근본적인 해결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잘 안다. 그처럼 인생은 어느 것 하나 정해진 바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건 참으로 잔혹한 예지(叡智) 혹은 예지(豫知)가 아닐 수 없다. https://www.cbartgallery.com/cbart/selectExbiWebView.do?exbiNo=164&key=791&pageUnit=10&pageIndex=1&searchCnd=all&fcltyNo=12&searchExbiSttus=PREARNGEhttps://www.cbartgallery.com/cbart/selectExbiWebView.do?exbiNo=164&key=791&pageUnit=10&pageIndex=1&searchCnd=all&fcltyNo=12&searchExbiSttus=PREARNGE |
이규식
(개인전)
2026 〈李·규·식 - 잔혹한 예지(叡智) 혹은 예지(豫知)〉, 충북갤러리(인사아트센터), 서울
2024 〈잔혹한 예지(叡智) 혹은 예지(豫知)〉, 네오아트센터, 청주
2019 〈自·自·自〉, 청주시립미술관, 청주
2015 〈Obsession(집착)〉, 청주창작스튜디오, 청주
2012 〈When I was a middle school student〉, 스페이스몸미술관, 청주
(그룹전)
2025 〈1+1+1+1+1+1展〉, 청주교육대학교 미술관. 청주
2025 〈The Calculation of Randomism-Mooshim〉, 갤러리 젠, 청주
2025 〈Virus-Oasis〉, 충북갤러리(인사아트센터), 서울
2025 〈색에 물 들다〉, 당산 생각의 벙커, 청주
2024 〈한일예술통신〉, 터미널 교토, 교토
2024 〈무심〉, 네오아트센터, 청주
2024 〈어쩌다 마주한 당신의 세계〉, 충북갤러리(인사아트센터), 서울
2024 〈애니매이트 : 움직임의 탄생, 한국-헝가리〉, 숲속갤러리, 청주
2024 〈우리만 보이는 풍경〉, 네오아트센터, 청주
2023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청주시립미술관, 오창
2023 〈한일예술통신〉, 충북갤러리(인사아트센터), 서울
2023 〈새로운 시작〉, 네오아트센터, 청주
2023 〈Oasis〉, 청주교육대학교 미술관, 청주
2023 〈무심전〉, 청주교육대학교 미술관, 청주
2022 〈한·중 현대미술의 새로운 좌표〉, 쉐마미술관, 청주
2022 〈GIFT 한일예술통신〉, Oharano studio gallery, 교토
2022 〈Play-on〉, pop-up gallery in 성안길, 청주
2021 〈또 다른 만남-in Daejeon〉, 모리스갤러리, 대전
2021 〈무풍화비 C+〉, 진천공예관, 진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