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보는 순간, 다른 이야기가 된다
유튜브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채널이 존재한다. 각 채널을 클릭하면 각자의 세상이 열린다. 같은 순간, 같은 장소도 어느 채널로 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4채널 번역》은 충북 제천이라는 한 중소 도시를 네 개의 서로 다른 채널로 옮겨 적은 전시다. 영상, 회화, 사운드, 목공예라는 각기 다른 언어로 작업해 온 네 작가는 공통적으로 하나의 질문을 품고 있다 — 익숙하게 그냥 지나쳐온 것들을, 어떻게 다시 보이게 할 것인가.
양재욱은 공간과 소리를 데이터로 번역한다. ‘렌더링되는 제천’ 연작에서 작가는 비어가는 상점가와 오래된 구조물처럼, 도시를 이루지만 쉽게 지나쳐지는 풍경들을 8채널 공간음향과 3D 스캔으로 채집한다. 〈도시, 임대 중〉의 정지된 화면 위로 되살아나는 발걸음과 잔향, 〈LOCAL RENDER〉의 점과 선으로 재구성된 장소와 오브젝트는 사라져가는 기억을 다른 감각의 형식으로 옮겨 적은 아카이브다.
한찌(박세미)는 감정을 캐릭터로 번역한다. 아토피를 앓던 자신의 몸에서 태어난 캐릭터 '보기'는 처음엔 작가 자신을 대신 말해주는 존재였지만, 점차 사람들의 '화'를 대신 먹어주는 존재로, 다시 우리 모두의 엉킨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는 존재로 변해간다. 〈마음 속 보기〉의 세 에피소드를 따라가다 보면, 괜찮은 척 지나쳐온 감정도 그저 바라봐주는 것만으로 다른 얼굴을 갖는다는 사실을 만나게 된다.
민경주는 제천을 무대로 삼아 사람과 장소, 사건을 캐릭터와 이야기로 번역한다. 서양화가·국악인·시조창인·배우로 살아가는 제천의 여성 예술인 넷을 마법소녀로 다시 그려낸 〈제천의 딸들을 찾아서〉, 천 년 된 저수지 의림지에 몬스터 설정을 얹어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낸 〈의림지 몬스터 공작소〉, 그리고 학창 시절 서브컬처의 열정을 다시 불러낸 〈맑음 유쾌 전격 게시〉까지. 작가는 회화·사진·오브제로 흩어놓은 이야기의 조각들을 결국 하나의 비디오로 재조립하며, 지방 소도시의 평범한 하루를 판타지의 언어로 번역해낸다.
이준우는 사람의 마음을 십이지 동물로 번역한다. 나무를 다루며 익힌 손의 감각과 회화의 자유로운 언어를 오가며, 쥐의 작지만 강한 생명력, 소의 묵묵함, 뱀의 유연함 같은 동물의 상징에 우리 곁 사람들의 모습을 겹쳐놓는다. 〈열두 가지 마음, 하나의 대화〉는 결국 나와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열두 개의 시선이며, 서로 다른 마음들이 대화를 시작하는 자리다.
네 개의 채널은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지만, 결국 같은 곳을 가리킨다. 무심코 지나쳐온 사람, 감정, 장소, 마음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 《4채널 번역》 전시는 관람객에게 잠시 채널을 맞추고, 익숙하면서도 낯선 세계를 다시 읽어보기를 제안한다. 또한 지역 소멸이라는 화두 속, 이 시대 지역의 삶과 예술 사이에 길항하는 청년들의 현주소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제천시 학예연구사 신시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