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볕은 따사롭게 쏟아지고, 바람에 가을 향기가 묻어오는 들녘엔 사각거리는 갈대의 연주가 가을을 실어오고, 내딛는 걸음마다 가을의 향기가 따라 붙는 청명한 날에 추억의 시간여행을 떠났다.
충북문화재단 지역특성화사업의 노인음악교육 프로그램 <추억의 레코드판을 돌려라>의 동아리 발표회를 찾아가는 길은 기대 반 설렘 반이었다.
레코드판하면 1990년대 초반까지도 대표적인 음악 저장 매체로 꼽혔던 것으로 1990년 이후 CD가 보급되기 전만 해도 카세트테이프와 함께 양대 저장장치로 꼽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레코드판은 CD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되면서 사라진 레코드판이 2011년 이후 전 세계적으로 다시금 빛을 보기 시작해서 레코드판 공장이 다시 생기기도 했다. 스마트폰은 이어폰만 있으면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디지털 음악에 비하면 레코드는 번거롭고 복잡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LP레코드판의 매력으로 꼽는 따뜻하고 부드러운 <소리>에 반해 점차 매니아 층이 두터워지고 찾고 있는 추세이다.
그래서 동아리 이름이 <추억의 레코드판을 돌려라>여서 레코드와 관련된 취미 반 인줄 알고 도착한 진천읍사무소 2층 대회의실은 빨간 상의를 깔 맞춤 하고 앉아계신 70대의 예쁜 할머니들이 눈에 들어왔다.
오프닝행사로 난타를 공연한 부부 또한 60대로 화려한 무대의상을 입고 <잘못된 만남> <빵빵>을 신명나게 두드림으로 한껏 공연장의 분위기를 뜨겁게 달궈주었다.
오카리나를 단체와 팀별로 나눠 연주하는 70대 할머니들의 실력들이 예사롭지 않음은 많은 시간과 노력을 엿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에 외워서 연주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원들은 거리상 지리적 특성상 주민들이 받고 싶어도 받지 못했던
문화혜택을 공급받음으로써 지역의 역량 있는 단체로서 문화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자신감과 함께 친구들과의 활동과 만남 또한 덤으로 얻는 행복이라고 한다.
나이가 젊어도 젊은 느낌을 주지 않고 나이가 많아도 나이든 느낌을 주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나이든 사람은 새로운 상황을 만나면 새로운 상황을 반기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의미 찾기를 잘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젊은이들은 사고의 폐쇄회로에 갇혀 다른 가능성을 들으려 하지 않지만 나이든 사람은 온 몸으로 살아온 삶의 경험으로 사고가 유연하다.
장자도 경험치가 삶에서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자신의 경험을 절대화하면 그 안에서 갇혀 유연성을 잃게 된다.
장자의 <秋水>편에 보면 사고의 폐쇄회로에 갇힌 우물속의 개구리를 만날 수 있다.
우물속의 개구리는 자신이 본 하늘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그보다 넓은 하늘이 있다고 상상조차 하지 않고, 여름 벌레는 가을과 겨울을 모르니 얼음의 존재를 들어도 이해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우리에게도 폐쇄회로에 갇힌 모습이 개구리를 닮은 점은 없을까? 젊은 우리는 얼마나 어르신들을 이해하며 사는가? 반문해본다.
자부심과 자아발견으로 당당한 노후의 생활을 영위하고 주민은 물론 해당 지역 간 소통을 통해 활기 있고 건강한 삶을 영위하고 계신 어르신들이 젊은이들처럼 빠르지는 않지만
살아온 삶의 연륜처럼 여유로움 속에서 진행된 발표회는 함께 즐기고 활동했던 시간속의 추억여행이며 작은 축제였다.
가을풍경이 고난의 많은 시간들을 지나 결실을 맺고 서로 조화를 이루며 어울리듯 어르신들도 부족하지만 각자의 색깔로 조화롭게 채워가며 결실을 맺은 황혼의 모습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끝으로 카혼 연주를 신명나게 하고 내려오신 윤숙희(70)회장님께 여쭤 보았더니 다양한 학습 방법을 통해 어릴 적 나의 모습, 꿈, 놀이들에 대한 이야기와 현재의 나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또한 삶의 굽이에서 참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만나는 행운이 주어져서 행복하시다 며 누구나 자신의 삶을 바꿔줄 세 번의 기회가 존재하는데 생애 마지막 기회가 주어 진 게 아닌가 하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 하고 즐기고 있다 고 한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 중 65세가 차지하는 비율이 13%정도라 고령화 사회에 속하지만 조만간 14%가 넘는 고령사회의 진입을 눈앞에 앞두고 있다.
100세 시대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세계이다, 우리의 생활 곳곳에서 질적으로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올 것이 분명해 보인다.
건강하고 재력도 있고 직장생활에서 얻은 지식과 기술도 겸비해서 <신인류> <뉴실버>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새로운 고령문화를 만들어가고 있고, 몸이 허락하는 한 얼마 남지 않는 시간을 값지게 쓰기위해 취미생활과 여러 분야의 활동들을 열심히 하고 있다.
노인 수 증가에 따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즐거움과 의지에 동기부여를 주고 자부심과 자아발견으로 당당한 노후를 영위하고 주민은 물론 해당 지역 간 소통을 통해 활기 있고 건강한 삶을 보내고 있는 <추억의 레코드판을 돌려라>의 동아리 팀은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12월 1일 전국노인협회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에서 우수강사사례발표회에서 <추억의 레코드판을 돌려라>의 동아리 팀과 초·중·고 오케스트라 팀의 협연 연주가 예정되어 있어 서울나들이 꿈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이지혜대표는 어르신들이 처음 접하는 문화예술이라는 두려움, 혹은 교육이라는 즉, 주입식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제공으로
스스로 가지고 있는 잠재능력을 찾아 자신감과 자긍심을 고취하고 그 자신감으로 생각의 전환을 통해 농촌에서도 도시에서 할 수 있는 문화예술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성취감과 수평적인 어울림의 즐거움으로 문화예술에 대한 기본적인 흥미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여 개인별 잠재적 능력을 깨우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자기 성찰,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마음만은 꽃다운 청춘이고 싶은 어르신들의 이런 활동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로 삶의 패턴을 바꿔 즐기고 행복해한다면 이는 우리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에너지로 확산될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생활의 여가를 즐겁게 보냄으로서 삶의 질을 다양하게 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주는 것이 생활문화의 본질이라고 본다면 지역특성화사업은 우리 생활 속에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마음먹기 달렸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무슨 일이든 즐기면서 한다면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고, 행복한 사람은 언제나 미소를 짓게 되며 그 미소를 바라보는 사람도 행복해지는 것처럼 소녀 같은 70대의 할머니 모습들이 미소 짓 게 만드는 날이다. 그러므로 행복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