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분디나무로 깍은 젓가락 내님 앞에 놓았는데 남이 가져다 뭅니다. 아으 동동다리.”
우리나라 최초의 월령체가인 고려가요 ‘동동’ 에 나오는 일부 가사다.
내님에게 전하는 애정의 마음과 그것이 성사되지 못한 안타까움이 묻어나는 가요다. 사람, 삶, 사랑과 애환이 ‘젓가락’으로 함축된다. 젓가락의 상징적 의미는 고려만은 아니다. 농경사회를 기반으로 밥상문화가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밥상머리 교육’이라고 하여 자녀와 인성과 식사예절을 젓가락질에서부터 가르치던 문화가 있었다. 백일상 에는 아이에게 건강하게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수저를 선물하기도 하며 조상들이 와서 드실 수 있도록 제사상에서는 술잔을 올리며 음식위에 젓가락을 올려놓기도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실은 이 ‘젓가락’을 타고 시대와 문화가 흘렀다.
수천년간의 문화 가운데 삶과 일상과 가장 가까운 문화는 음식문화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가 쉽게 간과해오고 있으나 그 형태가 오랜 시간에 걸쳐 가장 변하지 않았으며 동아시아문화권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보편적으로 쓰는 음식도구는 바로 ‘젓가락’ 일 것이다. 사실 이 젓가락문화는 현대에서는 그 나라의 산업영역의 특징적인 강점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일본의 경우 짧고 끝이 세밀한 젓가락을 사용하던 문화가 일본 고유의 세밀한 작업을 요하는 산업을 창조해내었다는 연구결과만 보더라도 조상대대로 전승되어오는 식문화가 각국의 특징적인 산업문화발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젓가락문화를 소개하고 젓가락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다양한 가치들을 세계에 알리고자 마련된 행사가 열렸다. 바로 청주시가 주최하고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의 주관과 함께 11월 10일부터 27일까지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 일원에서 열렸던 ‘2016 젓가락 페스티벌’ 이 그것이다.
청주시는 2015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이후 생명문화도시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젓가락 페스티벌을 개최하면서 문화브랜드를 성장시키고 있다. 청주지역의 수저유물은 신봉동 백제 고분도를 비롯해 청주권 전역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국립청주박물관을 비롯한 청주권의 주요 박물관에만 5000여 점의 수저유물이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이처럼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속문화가 발달된 청주시가 동아시아의 문화를 상징하는 젓가락을 소개하고 알리는 일에 정부에서도 조사연구와 상품개발 등의 지원을 하며 국가차원의 콘텐츠로 발돋움하는데 동참하고 있다.
젓가락페스티벌은 한국, 중국, 일본의 3국의 젓가락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동아시아의 이 3국은 문자, 음식, 공예, 음악 등의 다양한 문화장르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교류를 통해 발전시켜왔다. 침략과 약탈, 또 식민지배라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젓가락’을 사용하는 이 세 나라는 음식문화를 넘어서 생활문화 속 많은 부분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젓가락페스티벌이 3국을 아우르며 소개하는 것은, 3국 공통의 아이콘을 젓가락에서부터 찾고 평화와 화합을 통해 동아시아의 고유의 문화적 역량을 키워나가고자 하는 의지이다.
청주연초제초장에서 열리는 ‘젓가락 페스티벌’ 의 전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국의 얼을 담은 전통 용기를 평생 수집해 온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소장품들을 선뜻 내준 것이다. 백제시대의 토기에서부터 고려와 조선의 수저 유물 등 100점을 대여해준 청주시 청원구 서운동 김종근 시민, 또 전시장 입구부터 다양한 옹기로 전시관의 색을 입혀주었던 청주시 청원구 산성동 류훈종 시민, 조선시대와 근대를 걸쳐 전국 각지에서 사용되었던 소반 100여개를 공개한 유흥렬 시민이 함께 참여를 해주었다. 이들의 참여로 젓가락 뿐 아니라 옹기와 소반 등 한국의 전통 식기들을 한자리에 선보일 수 있었다.
또 이번 페스티벌에 큰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지역작가들은 자신들의 공방을 직접 연출하고 작품들을 진열해놓으며 더욱 풍성한 볼거리를 선보였다. 고려와 조선의 전통 나전기법을 통달한 무형문화재 칠장 김성호 작가는 옻칠과 나전기법으로 한글, 전통문양들의 디자인의 수저와 1천만원대의 옻칠나전젓가락, 1m 젓가락 등을 전시하기도 했다.
분디나무 젓가락 작가로 알려진 이종국 작가는 한지와 닥나무를 활용한 젓가락 설치미술과 평면작품을 소개하고 분디나무 제작 과정을 소개하였다. 한편 작가는 “청주만의 독창적인 콘텐츠를 발굴하는 데에 젓가락은 흥미, 참여, 가치, 실용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제격이다.” 라고 말해 본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총 5만 2천명이 참여하여 젓가락 페스티벌을 체험한 것으로 알려진 이번 행사는 100여종의 젓가락 문화상품 개발과 1억원 정도의 매출을 성과시키며 대중적인 인기과 호응을 입증했으며 일본을 비롯하여 태국에서 전시요청이 들어오는 등 본 페스티벌의 성장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밝히고 있는 젓가락문화는 ‘짝의 문화, 정의 문화, 음양의 문화, 나눔의 문화’ 이다. “음식을 만드는 사람이 먹는 사람을 생각하고, 먹는 사람은 만든 사람의 손길을 마음에 새긴다.”라는 것이다. 젓가락이 서로 부딪히며 음식을 서로에게 나를 때 한국적 정(情)의 문화가 상징적으로 실현된다. 젓가락을 통해 계승된 한국인의 문화유전자 속에는 그 어떤 것보다 귀한 ‘나눔의 문화’가 자리한다. 앞으로도 지속적이고 더욱 발전적인 구성으로 더욱 다양한 문화권에서의 다양한 사람들에게 젓가락의 다양한 가치과 효능을 알리는 데에 ‘젓가락 페스티벌’이 중심적 역할을 담당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