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우리 사회의 문화예술교육의 현주소와 내용을 정리하는 시리즈입니다. 이 시리즈는 필자가 참여한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국가별 사회문화예술교육 정책과 사례연구”의 내용을 기초로 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참여하는 활동 그리고 공동체
다른 나라의 예술교육을 줄줄이 이야기하는 필자는 실상, 다른 나라에 오랫동안 거주한 적이 없이 없으며, 지난 호에 소개한 프랑스는 가본적도 없다. 그런데 다른 나라의 예술교육을 쓸 수 있는 이유는 2014년 우리나라와 세계 7개국 문화예술교육의 정책과 사례를 비교하는 연구를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평소 조각으로 가지고 있던 다른 나라의 정책과 맥락, 사례 유형을 그때 하나의 큰 퍼즐 판에 맞출 수 있는 기회가 생겼던 것이다. 그 후로는 그 퍼즐 판의 정밀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구체적인 사례를 찾아 다시 퍼즐 판에 끼워 놓곤 했다.
이번 글에서 언급할 나라는 캐나다이다. 그나마 연구차 3년 못되게 거주한 적이 있는 캐나다는 가장 자신 있게 서술할 수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이다. 지난 시리즈2에서도 캐나다의 예술교육을 잠시 언급하였다. 캐나다 예술교육은 “공동체”라는 가치를 향해 가고 있다고.
실제 캐나다의 예술교육, 문화 활동 등은 다양한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공동체적 가치에 맞추어져 있다. 그것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으며, 그것을 가로막는 법과 제도, 관습에 대해서는 매우 엄격하다. 그것이 캐나다다문화주의이다. 즉, 캐나다는 다문화주의를 중요가치로 여기는 나라이기보다는 공동체를 위해 다문화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오전 10시에서 12시까지 있는 아기들 놀이 천국 프로그램. 밴쿠버의 <리틀마운틴프레전트 커뮤니티 센터>의 프로그램이다. 뭔 놀이를 해 주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냥 아이들과 부모들이 같이 노는 프로그램으로 특별한 것이 없다. 다만, 이 시간에 함께 참여하는 부모가 반드시 엄마가 아니며, 참여하는 아빠들도 머쓱해하지 않는다는 점이 색다르다. 이웃 엄마, 아빠 간의 육아 정보 공유도 이루어지는 그야말로 어른 간 아이들 간의 공동체 프로그램인 셈이다.
참여과정이 예술인 공동체 활동
캐나다의 예술교육은 거의 학교에서 다루어진다. 성인들이 예술교육을 받는 경우는 노년 여가 생활이거나 색다른 것을 배우려는 욕구 등의 이유이다. 다른 나라의 민속 무용, 요리, 요가 등 색다른 것들이 배우려는 욕구가 많은 듯하다. 우리나라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주민강사들로 이루어진 프로그램도 많다. 예컨대, 세계에서 여행을 제일 많이 하는 나라 중의 하나인 캐나다인들은 여행에 대한 로망이 있다. 흔히 자신의 여행 이야기를 프로그램으로 진행하는데, 다양한 여행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주마다 나와 여행한 나라 혹은 도시의 사진과 함께 이야기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시원치 않아 보이는 프로그램에서 북한 여행 이야기를 하는 날이 있었다. 호기심으로 필자도 참여해 보니 한 30여명이 앉아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강사의 열의에 찬 태도, 참여자의 진지함, 북한 일반에 대한 상식 수준에 놀랐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회문화예술교육 현장과 가장 다른 점이 있다면, 남녀 비율이 비슷하다는 것.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업종에 따라 근무의 방식이 다양하고, 캐나다의 정규 근무시간(밴쿠버가 있는 주는 8시부터 4시까지 근무)이 비교적 빨리 끝나 저녁을 먹고 집근처에서 여가를 즐기는 사람이 매우 많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은 대개 모임활동으로 이루어져 있어, 교육의 개념보다는 일정한 과정에서 각각의 요구에 맞게 결합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즉, 동일한 과정이지만 배우는 사람도 있고, 즐기는 사람도 있으며 그냥 어울리는 사람도 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런 프로그램을 하는 곳은 우리나라의 주민센터에 해당하는 <커뮤니티센터>, 생활권에 밀접한 공간인 <네이버후드 하우스>, 우리나라의 작은 도서관에 해당하는 <지역도서관>이 가장 대표적이다. 이들은 강한 공동체적 가치를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과 매우 밀접하게 결합되어 있다. 그래서 대개 이들 공간은 크고 작은 마을축제, 책축제, 지역축제 등을 통해 지역과 결합하고, 참여하는 시민들의 공공 활동의 장을 마련한다.
밴쿠버의 <마운틴프레젠트 네이버후드하우스>의 마을축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몽골텐트 아래 프로그램 참여자들이 지역주민과 함께 재능을 나누고 있다. 이러한 축제는 문화예술교육과 활동의 장이자 공유의 장이다.
예술교육이 이루어지는 학교
캐나다의 예술교육은 주로 초중고등학교에서 이루어진다. 학교 수업에서 소위 예체능 수업의 비중이 매우 높다. 그리고 예체능 수업이 단지 예능기예나 체육 활동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캐나다 예술교육은 예술적 발상, 예술적 문제해결을 중시하지만, 무엇보다 예술을 통해 개개인이 개성 있는 자아를 갖게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의 태도가 독특하다. 교사가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는 것을 실현하고, 누구든지 자기표현 방식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예술 활동에서 교사는 신들린 촉진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실수가 일어나거나 문제가 발생할 때 전체가 하나의 과제를 수행한다. 장르는 그저 녹아 있는 수단일 뿐이고, 이들은 관계 속에서 작동하며 자기의 역할을 배우고, 문제를 해결한다.
또한 캐나다 학교의 예술교육은 공동체를 향해 나아간다. 개별의 특성에 대해 끊임없이 격려하고 촉진하지만, 공공의 활동에 있어 규칙은 엄격하게 지켜진다. 그래서 누군가를 위해 전체가 기다려주기도 하고, 약속을 지키지 못한 누군가는 전체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그것은 예술수업뿐 아니라, 체육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남녀 간의 차이를 단지 신체적 차이로 보지 않으며 개별의 특성을 존중하되, 사회적 잣대로 기준 짓고 차별하지 않는다. 그러나 공동체적 가치 속에 함께 노력하고 경합하는 것을 가르치며, 페어플레이를 가르친다. 캐나다에 있어서 예술의 사회적 역할은 서로 돕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며, 수용의 힘이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