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0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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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여전히 청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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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리포터 황금미영

음성 생활문화예술공간 '하다' 에서 연극하는 황금미영입니다.
우리지역의 문화예술 현장의 생생한 소식을 전하고 함께 만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

문화리포터 황금미영
우리 한대 나가요?
바야흐로 봄소풍의 계절. 충주열린학교에서도 곧 있을 봄소풍 이야기로 시끌벅적했다. <잃어버린 청춘들의 글사랑 충주사랑> 강의가 20분이나 남았는데도 이미 교실은 만석이였다. 그날은 지역특성화 첫 수업일 이였다.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하기 전 먼저 강의에 대한 안내를 진행하시던 선생님께서 몇일 후 있을 소풍 소식을 전하시자 어르신들은 처음 소풍가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같은 표정을 지으셨다. 잠시 후 손을 번쩍 든 어머님의 질문
“선생님. 우리 한대 나가요?”
이 기사를 읽는 몇몇 분들은 이게 무슨 소리지? 하실 지도 모른다. 한대는 바깥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이다. 하지만 이제 경상도에서도 어르신들이 아니고서는 이런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오랜만에 들은 옛말 한대.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하신 어르신들이 바로 글쓰기를 하시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 아닐까 했던 기자의 노파심을 한방에 무너뜨린 단어였다. 그들이 알고 있는 것, 지금은 없어져 가고 있는 것, 그것이 그들의 이야기를 더 특별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자연스레 첫 글쓰기의 주제는 <소풍>이 되었다. 강사님이 프린트물을 먼저 나눠주시자 모두 약속한 듯 열심히 중얼중얼 프린트물을 읽어 내려갔다.
“그냥 평소에 이야기를 나누듯이 말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여기 시를 읽다보면 틀린 글씨가 나오지요. 괜찮습니다. 글씨가 틀려도 읽는 것에는 아무 지장이 없어요. 우리는 무슨 이야기인지 다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까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강사님의 설명에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시면 서도 표정엔 왠지 걱정스러움이 가득 묻어 있었다.
먼저 소풍하면 생각나는 것들을 이야기 해 보기로 했다. 보물찾기, 수건돌리기, 꽃구경, 새싹구경 등등 학교를 다녀보지 않아 처음 소풍을 가신다는 어르신들은 ‘소풍’이라는 주제 하나에도 수많은 꿈들을 쏟아내셨다.
“프린트 물에 있는 시를 그대로 베껴 쓰셔도 되구요 자신이 소풍을 가면 뭘 하고 싶은지, 어떤 기분일지를 생각 나는 대로 쓰셔도 됩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대로 베껴 쓰지 않으셨다. 다들 한줄 두 줄이라도 자신들의 이야기를 공책에 정성껏 연필로 꾹꾹 눌러 쓰셨다. 그리고 한분씩 발표를 해본다. 모두다 명문들이였다. 발표하신 것들 중 몇 개만 틀린 글씨 그대로 옮겨본다.

‘소풍 간다는 말이 신기해서 뭐 하까 생각해 본다. 친구들과 꽃구경도 하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선생님 뒤도 따라다녀 본다.’
‘따뜨한 봄날 소풍을 가면 기분도 상쾌하고 마음도 활짝 열린 것 갔다.’
‘손자와 손잡고 소풍을 가서 재미있게 놀다온다.’
‘친구들과 오순도순 재미있게 노는 재미다. 김밥을 싸고 과일도 사서 친들과 같이먹자. 소풍을 가서 재미있게 놀자.’



눈물의 글쓰기
멋진 글들을 써낸 모두에게 박수를 쳐주고 다음 주제로 넘어갔다. 다음 주제는 <나의 꿈>
“우리도 꿈이 다 있었잖아요.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꿈이 뭔지. 어떤 걸 하고 싶은지 이야기 해 볼까요?”
강사님의 이야기에 모두들, 그러나 띄엄띄엄 한마디씩 하신다.
“글씨를 배우면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쓰고 싶어.”
“마음에 있는 말을 남편에게 써서 주고 싶어.”
그저 짧게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그 수많은 세월동안의 마음들이 다 느껴졌다. 그러다 어머님 한분이 항의하듯 한마디 보태셨다.
“그런 얘기 하지마. 눈물이 나.”
결국은 훌쩍 훌쩍 눈물바다가 되었다. 더 이상 수업이 불가능해 보였다.
“에이 안되겠네. 그러지 말고 우리 노래 한번 하고 갈까요.”
아마 교가처럼 충주열린학교에서 자주 부르는 노래가 있는 모양이였다. 어떤 노래인지 이야기 하지도 않았는데도 자연스레 노래가 시작되었다.
“나이야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공부하기 딱 좋은 나인데.”
그렇다. 잃어버린 청춘이 아니라 공부하기 딱 좋은, 젊은이들보다 더 열정이 넘치고 감수성도 풍부한 청춘들이셨다.

이야기 하게 해 주는 것이 진짜 전문가
이렇게 어르신들을 웃기고 울리는 넉살좋고 말재주 좋은 강사님이 궁금해졌다. 글쓰기 강좌이니 당연히 시인이시거나 소설가이실 거라 짐작했지만 내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왜 전문가 강사가 아니냐는 나의 질문에 이번 지역특성화 사업의 기획자 정진숙 열린학교 교장선생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예전엔 시인이 선생님을 해 주기도 하셨었죠. 하지만 어머님들 강의는 보통 문학 강의와는 달라요. 어머님들 마음을 헤아려주고 그분들 마음을 열 수 있게 해 주시는 분이 정말 전문가인 겁니다.”
아! 어리석은 질문 죄송합니다. 기자는 급 반성했다.

나이야 비켜라! 내 나이가 어때서!
충주열린학교에서 잃어버린 청춘이 아닌 여전히 청춘이신, 도전하기 딱 좋은 나이인 어르신들의 글쓰기 도전을 응원하며 1년 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작품들을 기대해 본다.

※ 충주열린학교는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으로 충주지역의 어르신들이 문화예술 탐방과 글쓰기를 통해 충주지역문화예술을 표현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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