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은 평생학습관이나 정보도서관과 같은 이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지식과 정보를 서비스하는 공공의 시설로 인식되어왔다. 입시나 취업을 준비하기 위해 열람실을 주로 이용해 왔고, 그 외에 도서관이라는 공간에서 다른 무엇이 가능한지에 대해 상상하기도 쉽지 않았다.
2000년 이후 어린이도서관과 작은도서관이 생활반경 내에 들어서기 시작하면서 도서관에 대한 인식과 이용에 변화가 생겼다. 우선 어린이와 영유아를 배려한 독서공간과 낮은 서가는 물론이고 좌식 열람공간 등 공간이 바뀌었다. 다목적실에서 상시 작은공연이나 전시를 볼 수 있으며, 지역주민들이 소모임으로 활동하기에 알맞고 작은문화를 만들어 가기에 적합하다.
도서관은 이야기창고
지역의 작은도서관은 지역커뮤니티의 중심이자 문화예술 활동의 센터 역할을 한다. 작은도서관은 책과 관련된 활동뿐 아니라 어린이, 학부모, 노인 등 다양한 세대를 위한 공연, 전시, 창작프로그램과 같은 문화예술 활동을 펼치며 자리잡아가고 있다. 도서관의 책과 연계한 프로그램은 어린이와 지역주민에게 언어독해능력(Literacy)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 아니라 문화예술에 대한 입문의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
어린이도서관과 작은도서관들이 시도해 온 주요 문화 활동으로 빛그림극장 / 작은음악회 / 원화전시회 / 전래노래놀이 / 연극놀이 / 시낭송회 / 책잔치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그림책과 문화예술활동이 결합하여 ‘도서관의 문화예술활동’이라는 측면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외부의 전문예술기관에 의지하기보다 독서의 주체들이 이야기컨텐츠를 활용하여 예술 활동을 기획하면서 공동체문화와 독서문화의 장이 확대되는 효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이야기가 담고 있는 시공간을 작은 공연이나 축제로 재연하거나 어린이,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여 자신과 가족의 이야기, 마을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을 함께 만들어 보는 등의 시도는 지역의 어린이, 주민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주체이자 동시에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스스로 발견하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책으로 사람을 잇다
작은도서관의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활동을 한다. 책읽어주는 활동가를 위한 교육도 이루어지고 소외지역이나 학교를 찾아가서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책을 읽어주려면 다소 짧은 이야기가 담긴 그림책을 넘기며 읽어주는 것이 적합하다. 이야기를 외워서 몸짓을 하며 들려주고 싶지만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된다. 읽어줄 이야기를 대상에 맞게 고르고 감정이 잘 전달되도록 읽는 것도 연습과 경험이 필요하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어주는 활동가들이 읽어주기에 적합한 책을 서로 추천하고, 또 이야기를 영상화면으로 제작하여 함께 보는 그림책을 만들거나 그림자극으로 제작하는 것은 공연예술의 측면보다 ‘읽어주기’의 다양한 접근방식을 시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사람을 잇는 소통의 방식으로 보는 것이다. 이동과 설치가 간편하고, 난이도가 높지 않은 기술을 선택하고, 정성껏 만들어가는 과정을 높게 보는 것도 그만큼 책읽어주기(이야기 들려주기)가 누구나 참여하여 누구나 만날 수 있는 문화로 보다 확산되기를 바라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작은도서관들이 동네에서 펼치는 책축제의 경우도 기존의 비슷비슷한 체험부스를 늘어놓는 방식보다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기획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책의 이야기와 그림이 전하는 이미지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이야기로 놀 수 있는 다양한 터전을 제공한다.
책⋅그림책⋅이야기는 도서관에 오는 사람들을 연결하고 소통하도록 돕는 역할과 함께 독자들이 새로운 놀이문화와 문화예술감성을 자극하는 주요한 매개체가 되었다.
마을에서 예술하기
이야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향유하고자 하는 독자와 활동가의 실험의식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이는 독서문화와 도서관문화의 확장으로 연결된다. 책을 매개로한 예술체험은 유아에서 성인에 이르기까지 공감과 소통을 이끌어내고, 작품의 감상을 통해 보다 진지하게 삶에 대한 사유하게 한다. 도서관이 새로운 시민 문화예술의 체험과 창조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도록 돕는다. 뉴욕공공도서관이 소장하고 제공하는 악보와 녹화된 다양한 공연전시자료들을 통해 공부하고 창작하는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접하고 도서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다시 생각하게 된 적이 있다. 지역의 이야기와 지역의 문화와 관련된 축적된 자료를 접할 수 있는 공간과 예술적 체험이 가능한 공간으로서 현재 도서관은 가장 최적의 공간이라고 볼 수 있다. 지역문화예술의 시민거점으로서 접근성이 좋은 도서관, 창작자와 기획자와 향유자를 인큐베이팅하는 도서관, 한 사람 한 모임이 저마다의 색깔로 풍요로운 도서관 또한 우리가 꿈꾸는 도서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