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은 소통이다.
문학은 소통이다.
작은 빌라와 아파트들 사이에 자리잡은 깔끔하고 아담한 건물, 진천에 위치한 포석 조명희 문학관의 첫인상이였다. 그 소박하고 정겨운 모습이 ‘문학은 늘 우리 곁에 있어요.’ 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포석 조명희 문학관 2층 문학창작실에서는 건물의 모습과 너무도 잘 어울리는 수필모임이 진행되고 있었다. 2017년 지역특성화 문화예술교육 지원사업에 선정된 ‘도란도란 이야기 문학카페’(이하 문학카페) 가 바로 그것이다.
학구열이 대단한 문학카페 참가자들
문학카페는 진천지역의 주부들이 모여 마음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꺼내 수필을 쓰고 서로의 글을 나누는 모임이다. 주부들의 글쓰기 모임이라고 해서 글의 완성도 보다는 그저 훈훈한 이야기들만 넘치겠지 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매주 자기가 써온 글들을 직접 낭독하고 주강사님의 코칭과 참가자들의 의견을 서로 나누는데 글 실력도 대단하지만 서로의 코칭 수준도 상당히 진지하고 전문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향이 한국이 아닌 다문화가정의 주부들이 띄엄띄엄 읽어내려가는 글들도 웬만한 한국인보다 더 감동적이고 자연스러운 문장들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였다.
“사실 이 모임은 2015년에 지역특성화 사업에 선정되어서 시작한 모임입니다. 처음엔 글을 쓴다는 것에 다들 부담을 가지고 어렵게 시작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그것을 조금씩 써 보고 그렇게 차곡차곡 수필 작품들이 눈에 보이게 쌓이기 시작하니까 참가자들의 태도도 달라졌어요. 글을 쓴다는 즐거움을 알게 되고 더욱 열심히 더 좋은 작품을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됐죠.”
여느 전문작가 못지않은 참가자들의 진지한 수업분위기에 대한 주강사 김윤희작가의 설명이다.
내가 달라지면 주변도 나를 다르게 대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문학카페는 2016년 지역특성화 사업에는 선정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헤어질 수는 없었다고 한다. 1년 동안 함께 글을 쓰면서 너무 돈독해지기도 했지만 그 1년간 일어난 나의 변화들에 이 모임이 너무나 소중해졌기 때문이였다.
“나는 내가 너무 못생겼다고 생각했어요. 다들 너무나 예쁘게 웃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나게 웃을까 늘 움츠려들고 내가 작아지는 것 같았지요. 그런데 글을 쓰면서 점점 내가 달라진다고 생각했어요. 집에서 로션도 바르기 시작했고 거울을 보는 시간도 많아졌죠. 얼마전엔 남편이 얼굴이 뽀얗다며 예뻐졌다고 했어요. 화장도 안했는데 말이예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명화씨의 이야기이다. 한국어가 서툴러 표현하지 못하고 지낼 때는 한없이 초라하게만 보이던 자신이 수필을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나서 달라졌다는 경험담은 비단 다문화가정의 주부들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였다. 늘 아이를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를 하느라 자신을 위한 시간은 거의 써보지 못한 모든 주부들의 이야기 였다.
내가 달라지니까 가족도 나를 다르게 보게 되었다는 희옥씨. 남편과 함께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희옥씨에게 점심장사를 준비해야 하는 수요일 오전은 그리 호락호락한 시간은 아니였다. 하지만 남편이 수요일만큼은 흔쾌히 희옥씨의 외출에 동의했다. “나는 희옥이를 수필에 빼앗겼어.” 라며 껄껄 웃는 희옥씨 남편의 표정에선 어떠한 불만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로의 발전을 응원하며 주변에 나와 같은 처지의 친구나 동생, 언니들이 있으면 직접 모임을 소개하기도 하면서 3년째 이어지고 있는 문학카페였다.
지역의 문화사업은 지속성이 중요하다.
“그러니 내가 사업선정이 안되었다고 이걸 그만 둘 수는 없겠더라구요. 선정 안되면 그냥 우리끼리 해보자 그랬지. 작년엔 강사비가 안 나오니까 학생들이 너무 미안해 하고 자기들끼리 얼마라도 거두어서 강사비를 만들자 하는데 주부들이 집에서 자기를 위해 쓸 수 있는 돈이 뻔하잖아. 어디 그게 쉽겠어? 그러다 올해 다시 선정이 되고 나니 나보다도 학생들이 더 신나하더라니까. 강사비 중요하지. 그렇지만 이렇게 소중한 모임을 한번에 그치게 하는건 너무 아깝잖아. 지역의 문화사업은 지속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각자의 사정으로 계속 같이 못하더라도 한번의 경험이 사람들을 달라지게 하는 거니까.”
주강사 김윤희 작가의 열정은 대단했다. 단순히 글 쓰는 법을 가르치는 강사가 아니였다. 지역 문화사업에 분명한 뜻을 가지고 참가자들의 삶을 달라지게 해 준 그녀들의 멘토였다. 실제로 지금도 매주 한번만 계획된 수업을 자청해서 결석한 사람들을 위한 보강 시간을 운영하기도 하고 그마저도 어려운 사람들은 작품을 들고 1대 1로 개인 코칭을 하기도 한다.
지역의 모범사례가 된 문학카페
그러다 보니 문학카페는 지역 문화사업의 모범사례로 거론되기도 한단다. 매일투데이라는 지역언론엔 문학라운지라는 그녀들의 수필이 소개되는 코너가 따로 있기도 하고, 각종 글쓰기 대회에서 문학카페 출신의 수상자들이 심심찮게 나오기도 한다.
문학은 일방적인 통보가 아닌 서로를 나누는 소통이라고 이야기하는 문학카페 참가자들, 그녀들의 시간엔 국적의 차이도, 나이의 차이도, 처지의 차이도 느껴지지 않았다. 글을 통한 소통의 시간 문학카페는 진정한 문화교류의 장이였으며 자기발전의 근원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