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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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 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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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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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민

문학평론가, CB-arte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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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민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가 쓴 「신곡」 (La Divina commedia) (지옥편)(Inferno)의 다섯 번째 노래는, 음란함과 애욕의 죄인들이 모여 있는 지옥의 두 번째 테두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죄인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섭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휩쓸려 다니는 벌을 받는다. 그들 가운데, 프란체스카와 파올로의 영혼이 단테에게 자신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를 하게 된다.
 
(…) 나는 말을 꺼냈다.
“시인이여, 저기 바람결에 가볍게 걸어가듯 함께 가는 두 영혼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그분은,
“우리 가까이 오면 보리라. 부탁하면 그들은 이리로 올 것이다.”
바람이 그들을 우리 쪽으로 밀었을 때, 나는 말했다.
“오, 괴로운 영혼들이여. 하느님께서 허락하신다면 와서 말하시오!”
마치 욕망에 이끌린 비둘기들이 활짝 편 날개로 허공을 맴돌다가 아늑한 보금자리로 날아오듯이, 그들은 디도(Dido)가 있는 무리에서 벗어나 사악한 대기를 가로질러 우리에게 왔으니 애정 어린 외침이 그렇게 강렬하였다.
“오, 자비롭고 너그러운 산 사람이여, 이 어두운 대기 속을 지나가면서 세상을 피로 물들인 우리를 찾는군요. 우주의 왕께서 우리의 친구라면, 우리의 불행을 불쌍하게 여기는 그대의 평화를 위하여 기도하리다. 그대가 말하고 또 듣고 싶은 것을, 지금처럼 바람이 잔잔한 동안에 우리는 듣고 그대에게 말하리다. 내가 태어난 땅은, 포 강이 자신의 지류들과 함께 흘러 내려와 평화를 얻는 바닷가에 자리잡고 있지요. 상냥한 마음에 재빨리 불타는 사랑으로 이 사람은 빼앗긴 내 아름다운 육체를 사랑했으니, 그것이 아직 나를 괴롭힙니다. 헛된 사랑을 용납하지 않는 사랑으로 나는 멋진 이 사람에게 사로잡혔으니 그대가 보듯, 아직 나를 사로잡고 있소. 사랑은 우리를 하나의 죽음으로 이끌었고, 우리를 죽인 자를 카이나에서 기다린다오.”

나는 그 괴로운 영혼들의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고 한참 동안 있었으니, 시인께서 말했다.
“무슨 생각을 하느냐?”
나는 대답하여 말했다.
“오, 세상에 얼마나 달콤한 생각, 얼마나 큰 욕망이 그들을 이런 고통으로 이끌었습니까!”
그리고 나는 그들을 향해 말했다.
“프란체스카여, 그대의 괴로움은 나에게 슬픔과 연민의 눈물을 흘리게 하는군요. 하지만 말해주십시오. 달콤한 한숨의 순간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사랑을 허용하여 그대들은 이 의심스런 열망을 알게 되었습니까?”

그러자 그녀는 말하였다.
“당신의 스승이 알듯이, 비참할 때 행복했던 시절을 회상하는 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는 법입니다. 그렇지만 우리 사랑이 피어난 최초의 뿌리를 당신이 그토록 알고 싶어하신다면 이이처럼 울면서 말해드리리다. 어느 날 우리는 재미 삼아 랜슬럿이 사랑에 빠진 이야기를 읽고 있었는데, 우리 둘뿐이었고 아무 의혹도 없었죠. 그 책은 자주 우리 눈길을 마주치게 했고 얼굴을 창백하게 만들었는데, 마침 그 한 대목이 우리를 사로잡았어요. 두 연인이 서로 열망하던 입술에 입 맞추는 장면을 읽을 때, 이젠 나에게서 절대 떨어질 수 없는 이 사람은 온통 떨면서 내 입술에 입을 맞추었죠. 그 책을 쓴 사람은 갤러해드였고, 우리는 그날, 더 이상 읽지 못했답니다.”

그렇게 한 영혼이 말하는 동안 다른 영혼은 울고 있었으며, 연민에 이끌린 나는 죽어가듯 정신을 잃었고, 시체가 넘어가듯이 쓰러졌다.
 

단테 알리기에리(김운찬 역), 「신곡」(열린책들, 2007) 37~38쪽.

 


단테(‘나’)에게 ‘무슨 생각을 하냐’고 물은 시인은 로마의 건국서사시 (아이네이스)를 쓴 베르길리우스다. 「신곡」에서는 저승 여행에 나선 단테의 스승이자 길잡이 역할을 맡고 있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는 서로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이 둘은 형수와 시동생 사이였다. 요즘 시대로 하면, ‘이루어질 수 없는 관계’이자 ‘금지된 사랑’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들의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점이다. 기록에 따르면, 프란체스카는 라벤나의 귀족 귀도 다폴렌타의 딸로 1275년 리미니의 귀족 잔초토 말라테스타와 결혼하게 되었다. 그런데 잔초토는 불구의 몸이어서 자신의 모습을 숨기고자 결혼식장에 자신을 대신하여 동생 파올로를 내보내 결혼식을 치르게 했다. 신부 프란체스카는 식을 마친 후에야 진실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만 프란체스카는 결국 위에서처럼 파올로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두 연인은 잔초토에게 발각되어 함께 살해당하였다고 한다.
 


프란체스카와 파올로. 이 두 연인의 사랑 이야기는 「신곡」에서 가장 많이 인용되는 일화 중의 하나다. 위 그림은 영국의 화가 단테 가브리엘 로제티가 1855년에 그린 (파올로와 프란체스카)다. 왼쪽 그림을 자세히 보면, 키스하는 두 사람의 무릎에 갤러해드의 책 (아더왕 이야기)가 놓여 있다. 로제티는 어려서부터 단테를 평생 동경하여 「신곡」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많은 그림으로 남겼다. 프랑스의 조각가 오귀스트 로댕 역시 「신곡」의 여러 장면을 조각으로 구현한 것으로 유명하다.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은, 단테의 「신곡」은 “불가해한 기적”(E. 아우어바흐)이며, 고전 중의 고전으로서 전 세계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추앙받는 걸작이다. 이 사랑 이야기를 다시 한번, 천천히 낭독하면서 그 표현과 의미를 음미해보시길 바란다. 바람결을 타고 오르내리는 ‘사랑’의 율동을 느낄 수 있다. 그 느낌의 모양과 빛깔과 움직임은 여러분 자신의 것이다. (*)

소종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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