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1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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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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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우아트랩의 현재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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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종민

문학평론가, CB-arte 편집장
@

소종민
문화예술교육 집담회


  • : 2018년 6월 27일(수) 19~22시
  • : 초롱이네 도서관 (청주시 상당구 용암동)
  • 모인 이들 :
    ㆍ 헬로우아트랩 멘토단 _ 김유진(발제) | 민경은(발제) | 정창환(참관)
    ㆍ 헬로우아트랩 참여팀 _ 최 천(토론-문화충동) | 진향래(토론-온몸뮤지컬) | 이영애(토론-혜윰)
    ㆍ 웹진 편집위원 _ 소종민(진행) | 이현석(토론/기록) | 김윤섭(토론)
    ㆍ 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_ 정지현(지원) | 지인식(촬영/녹음)
  • 집담회 순서 :
    1> 자생적 협력을 위한 실험실
    2> 헬로우아트랩에서의 만남들
    3> 지역문화예술교육이란 것
    4> 내가 있는 자리에서의 문화예술교육
    5> 앞으로의 헬로우아트랩 활동
    6> 만남의 적극적 확장과 능동적 연결
  • 문서정리 : 이현석, 소종민


1> 자생적 협력을 위한 실험실

소종민
  “헬로우아트랩의 현재와 미래”를 주제로 집담회를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참석하신 분들은 헬로우아트랩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 가운데서 문화충동에서 최천, 온몸뮤지컬에서 진향래, 혜윰에서 이영애, 이렇게 세 분을 모셨습니다. 헬로우아트랩 멘토로 김유진, 민경은, 정창환, 역시 세 분을 모셨습니다. 모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웹진 편집팀은 세 명 전원이 오늘 집담회에 참여하였습니다.
  헬로우아트랩 사업은 신규공간, 거점공간, 교강사네트워크 등 세 영역으로 나뉘어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신규/거점 두 파트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교강사 아트랩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개인과의 집담회는 8월 중에 진행할 예정입니다. 우선 〈헬로우아트랩 : 지역의 자생적 협력을 위한 실험실〉이라는 제목으로 발제문(* 웹진 7월호 ‘비평1’ 참조)을 준비해주신 김유진 선생님부터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유진
  코드를 좀 맞춰야 되지 않을까요? 오늘의 주인공은 단체인데, 외부 사람들이 와서 뭔가 대신 진단하고 바꿔야 되는 내용이 이런 거다, 이렇게 말해주고 가는 게 너무 이상한 것 같아요. 이렇게 같이 우리가 무언가를 만들어 왔으니까, 몇 분이라도 모시고 함께 했던 경험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면서 서로 이렇게 진행되어 왔구나 하는 걸 확인하고, 또 무언가 필요한 것이라든가 앞으로 어떻게 해나갔으면 좋겠는지에 대한 것을 수다처럼 이렇게 하는 자리를 만들기로, 이야기되어서 그런 취지로 섭외 전화를 드렸던 거고요.
  그런데 그 뒤로 이제 행정적으로 필요한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 글도 쓰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해서 발제문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또 써 보니까 나름 좋은 거 같아요. 여러 소감문을 읽어보니까 재밌더라구요. 어차피 우리가 이 헬로우아트랩 과정을 기록하는 사람이 따로 없잖아요. 그런데 이런 내용들이 있으면 뭔가 나중에 쓸 수 있지 않을까, 뭐 이런 생각도 좀 해보고 그랬어요.
소종민
  기간이 딱 맞는 것 같아요. 1차적으로 앞에 이렇게 모여서 퍼포먼스도 하시고, 교육도 하시고, 만남도 가지셨죠. 그런데 이제 7월부터 본격적인 사업을 독자적으로 교부금을 받아서 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약간은 중간평가 성격도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는 않게 말씀하신 대로 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김유진
  발제문은, 수다도 일단 주제가 있어야 하잖아요. 이를테면 ‘애플파이 만드는 법에 대한 수다’? (웃음) 뭐 약간 이런 식으로라도 주제가 있어야 하니까요. 일단 제가 관심 있어 하는 주제로 써왔습니다. 다른 분들도 다른 주제로 내용을 이렇게 쓰셨는데, 저는 워크숍 할 때 이미 다 말씀드린 그 내용이에요. 지역 안에서 자생한다는 것이 무엇인가,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이런 걸 생각할 볼 기회가 별로 없는데, 헬로우아트랩과 같은, 어떤 연구실에서 같이 해 봤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사업을 만들게 됐다, 그런 내용이 씌어져 있어요. 그런데 조금 어려워서 굳이 안 읽으셔도 돼요. (웃음) 그렇게 중요하진 않아요.
  그리고 약간 그런 맥락에서 저는 그냥 오늘 얘기들이, 이를테면 저희가 협력에 대한 부분들을 많이 이야기를 했잖아요? 그 방향으로 가면 좋겠다는 기대 같은 것을 많이 말씀드렸는데, 실제로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뭐가 준비돼야 되고, 단체들은 어떠해야 되고, 재단은 어떠해야 하고, 뭐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구체적인 생각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고요. 이 과정에 참여해 보시면서 느꼈던 내용과 같이 자연스럽게 얘기를 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나 했고요. 그 다음에는 뭔가 거기서 재단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생각이 되면 요구할 수 있는 지점이 있는가? 이런 것을 같이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초점을 두고 발제문을 썼습니다. (박수, 웃음)
소종민
  발제문을 굉장히 효과적으로 짧은 시간 안에 잘 정리해주셨습니다. 그런데 발제문에서 재미있는 부분이 ‘생각해 볼 문제’에서 김유진 선생님이 던진 질문을 보니까, 아, 이걸 가지고 토론식의 집담회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자리에 모이기 전에, 민경은, 김유진 두 선생님이 저희 공간에 일찍 오셔서 잠깐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첫 번째 문제, “단체 또는 강사간 협력을 위해 어떤 역량이 필요할지 생각해 보자”는 문제를 던지셨는데, 그래서 자연스럽게 어떤 이야기가 나왔냐 하면, ‘그 역량이란 게 도대체 뭐냐?’, ‘그 역량 안에 태도라는 것도 들어가는가?’,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데 있어서의 태도가 있다면, 또 어떤 태도가 필요한 건지?’ 그리고 역량에는 기술적인 것이 있겠고, 기술 중에서는 서로 간에 커뮤니케이션하는 능력이 굉장히 중요하겠죠. 그래서 자유롭게 얘기하다가, 듣는 능력도 굉장히 중요한 거 같다, 뭐 이런 얘기까지 나왔었고요.
  또는 이제 그렇게 역량을 발휘하기, 협력하는 역량이 생기기 위해서 또 환경이나 여건의 조성이 필요한 거 같다는 얘기도 하셨고, 그런 가운데서 서로 이제 단체들 간에 아트랩에 모이신 분들이나 아니면 다른 문화예술교육 팀들과도 경쟁관계가 아닌, 이웃처럼 여기는 만남의 형태가 되어야 할 텐데요. 서로 만남의 기회가 워크숍이나 결과보고회 때 정도로 극히 제한되어 있죠. 그런데 이 헬로우아트랩이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궁금한 게 이제, 거기서 질문거리가 하나 생겼습니다. 그러면 여러분들이 만남을 해오셨는데, 무엇을 만나셨는지, 그게 궁금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만남이었는지, 직접 참가하신 분들한테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습니다. 순번 따로 없이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분부터 말씀해주시죠. 무엇을 만났고, 그 만남은 어떤지, 이런 걸 좀 편하게 말씀해주세요.


2> 헬로우아트랩에서의 만남들

진향래
  단체에서 참여한 사람은 저희 세 명이죠? (웃음) 신경을 엄청 많이 썼는데…… (웃음) 저는 되게 정신없이 토론문을 쓰긴 했어요. 보내고서도 아, 모르겠다, 생각을 했고요. (웃음) 저는 이번에 헬로우아트랩을 하면서, 저는 제가 원해서 지원했던 건 아니에요. 저희는 기획을 할 때, 같이 진행하는 방식이 있어서, 이제 저희는 공동으로 일을 하고 있었거든요. 한명일 대표님을 여기 넣게 됐고, 이 사업에 대해서 그렇게 저희가, 지식이나 이런 것들을 알지 못했던 부분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제 참여한 첫날부터 나는 계속 ‘나오고 싶다’ 이런 얘기를 했거든요. 왜냐면 저는 조금…… (안하고 싶다?) 아, 하고 싶다! 나오고 싶다. (웃음)
  계속 나는 나와서 이거를, 저는 이걸 한명일 대표가 추진할 거라는 생각을 해서, 저는 다른 일을 하려고 했던 상황이었거든요. 그래서 저는 오리엔테이션 첫날, 분위기는 좋다, 분위기가 뭔가 억압적으로 친해지게 하려고 막 이렇게 하는 느낌이 없어서, 억압적이지 않은 느낌이 계속 조금씩 조금씩 있어서 그런 부분이 긍정적으로 다가왔고요. 그리고 솔직히 저도 최천 씨를 몇 번 봤어요. 최천 씨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저를 초빙강사로 불러줘서 저도 ‘몸짓’ 등 프로그램들을 같이 진행했었지만은, 그렇다고 아는 사이도 아니었어요, 잘 아는 사이가 아니에요. (웃음) 서먹한 거예요. 불러주면 감사하고. 그러니까 지역에 있으면서 저도 우연히 1년에 한두 번, 그죠?



최 천
저는 가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웃음)
진향래
이건 성격인 거 같아요. (웃음)
이현석
진 대표님, 그럼 저랑은 좀 가까우신 편인가요? (웃음)
진향래
(웃음) 근데, 저는 오히려 여기 와서 좀 많이 친해졌고, 그때도 저희가 숙박을, 1박 2일 동안 숙박을 하면서 서로에 대해서 진짜 같이 고민도 하고 함께 해보자 하면서, 그런 자유로운 토론 시간을 통해서, 저 친구의 취향, 저 친구의 배경들을 자연스럽게 알아간 거 같아요. 그래서 아, 1학점 남겨놓고 졸업을 하지 않는 기획자! (웃음) 이런 것도 자연스럽게 알게 됐죠. 이 ‘자연스럽다’는 말이 조금은 명확하지 않긴 한데요. 근데 그 느낌을 우리는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그냥 편안하게 다가와서 억지로 그래, 이 사람도 모르니까 만나서 뭐 해보세요, 뭐 이런 분위기를 주진 않는다는 거가 저는 제일 중요한 거 같아요. 그런 만남에 열려 있게 해주신 거?
소종민
앞으로 좀 이렇게 같이 이런저런 협력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셨나요?
진향래
예. 저희는 그렇죠. 왜냐하면 교육사업을 하다보면은 항상 컨텐츠 싸움인 거 같아요. 컨텐츠가 계속 좀 트렌드에 맞게끔 뭔가가 조금 더 필요한데, 저희가 갖고 있는 강사들, 강사들이 해온 지식이나 교육 같은 것들이 한계가 있는 것도 있고요. 랩 하는 친구들을 통해서도 뮤지컬이나 글을 써서 그렇게 만들고 싶은 협업 생각도 하고요. (노펜스?) 예, 노펜스 맞아요. (웃음) 그런 친구들도 있고, 솔직히 미술 하는 분들을 많이 잘 몰랐던 거 같아요. 특히 젊은 친구들. 아직 그 친구들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은 이번에 또 한 번 다시 워크숍 가니까 감이 오지 않을까 싶네요.
소종민
이런 자리는 처음이셨나요? 여러 단체와 함께 하는 경우 말이죠. 경쟁이 아닌, 교육이라든가, 함께 여러가지 컨텐츠를 고민할 수 있는, 이런…….
진향래
네. 경쟁구도도 아니고…….
최 천
저, 이렇게 다 질문해주시는 건가요? (웃음) 아니면, 끼어들어서 얘기해도 되는 건가요? (웃음)
소종민
예, 끼어드십시오. (웃음)
민경은
들어오세요. (웃음)
최 천
아까부터 계속, 똑같은 질문을 나도 준비해야 되는 건가? (웃음) 궁금했어요.
진향래
경쟁구도의 느낌도 없고, 솔직히 각자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한 호기심은 있는데, 잘 알지 못해요. 각자의 그 사업을 진행하고, 항상 심사 때 만나고, 아 저 사람 또 지원하는구나, 그러고 나면 끝이에요. (맞아요 맞아) 그러면 같은 경쟁구도에 들어가서 얘기할 때 항상 그런 경쟁의식은 그때 또 느끼고. 그런데 어떻게 뭘 사업하는지는 인터넷으로, 페이스북으로 그냥 알고, 끝이에요. 그것도 뭐 페이스북에 친구신청을 해야 같이 알지, 그것도 공유가 되잖아요. 근데 그렇지 않은 상황이 더 많다는 거죠. 지역에서도.
최 천
네. 신기했던 지점은, 확실히 경쟁구도가 아닌 선상에서 실험하고 만남의 장을 이렇게 설정해주는 프로그램은 없었어요. 저는 장담할 수 있어요. 한 번도 없었어요.
이영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게 되게 많이 공부도 되고 도움도 되고, 아 이런 게 문화예술이란 거구나, 알아갈 수 있는 계기가, 지금 이 헬로우아트랩을 통해서 많이 배우게 되고 있었거든요. 사실 막막했던 지점이 많았던 거 같아요. 그냥 혼자서 문화예술은, 아 이럴 것이다, 이런 게 좀 있어서 그것만 생각하고, 뭐 이렇게 뭔가를 작성을 해보다가 선생님들이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요?’ ‘왜 그렇게 되는데요?’ (웃음) 이렇게 질문들을 막 해주실 때, (웃음) 근데 그게 되게 당황스럽다가요. 답을 못하잖아요. 왜 이렇게 답을 못하겠는 거예요.
  한두 번 답을 하다가 서너 번하고 나면 차츰차츰 움츠러들어서, 이게 맞나? 이러면 그래서 대답을 못하는 지경? (웃음) 근데 그게 저를 많이 돌아보게 되는 계기를 만들게 된 것 같아서요. 그런 도움이 너무 많고요. 그렇다, 이런 걸 저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한테도 이걸 좀 지속되어서 알려주면 좋지 않을까 하는? 뭐 경쟁, 이런 건 전 하나도 생각을 못했고요. 정말 경쟁이라는 생각을 하나도 못했어요. 어떻게 진행하는 게 좋을지, 조언들을 되게 많이 구하는 편이었던 것 같아요.
민경은
그러니까 경쟁이 아닌 곳이라는 거죠?
이영애
네, 네, 그렇죠.
김유진
개인은 단체보다 더 만날 일이 없지 않나요?
이영애
없죠. 단체도, 저는 만날 일이 극히 없었거든요.
민경은
선생님 개인으로 지원하셨잖아요?
김유진
강사들끼리는 뭐 그런 게 있나요?
이영애
강사들끼리도 뭐 그런 경쟁구도는 없는 거 같아요.
민경은
그런데, 학교 예술강사들끼리는 서로 컨텐츠를 공유하면서 경쟁적으로 보호한다는 게 있죠, 확실히.
이영애
근데, 지금 뭐 이렇게 프로그램을 짜고 이랬을 때 여기 선생님 프로그램도 가서 보고, 또 처음에 프로그램 개요나 주제, 목적 쓸 때, 어디서 올려 주셨죠? (아트로프리덤이 그냥 공유를 해버렸죠) 예, 그렇게 공유를 한 것에서 많이 도움을 받았어요. 다른 데 가면 그런 경우가 극히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 누가 내 꺼를 해 가지고 내보여 주겠어요? 그래서 이게 참 좋은…….
김유진
근데 참 이상하지 않나요? 그걸 공개한다고 따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이영애
그런데 그래도 아, 맞아, 이런 식으로 쓰면 이렇게 흘러가서 이렇게 되면 맞는가 보다 하는 걸 저는 도움을 되게 많이 받았어요.
민경은
사실 따라 할 수 없는 퀄리티로 나오는 문화예술교육이 드물어진 상황이죠, 사실 지금 현재. 따라 할 수 없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나와야 돼죠. 각자 단체마다 독특한 고유한 자기만의 이야기들, 기획자의 자기 지향이 들어간 그런 문화예술교육이 사실은 우리가 지향해 나가야 될 것들인데, 대부분 프로그램 중심으로, 아이템 중심으로 보다 보니까 여기 비슷, 저기 비슷, 그리고 지향점 없는 나열들이 많이 생겨나게 된 상황에서 지금 헬로우아트랩은 이런 실험들을 하고 있었던 것 같아요.
김유진
그러니까 아이템만 요렇게 싹 뽑아와 가지고 적용을 하는 형태…….
민경은
근데 여기는, 우리는 “왜 실험을 하고 싶은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야기하는 대화의 공간이었으니까 각자 자기 지향이 있는 기획들을 할 수 있는 시공간이었던 것 같아요.
이영애
그게 되게 좋았고, 어렵기도 했어요. 그 점이 알면서도 적용이 잘 안 되는? 선생님들이 그랬잖아요, 짜 맞추기 하지 말구! 끼워 넣기 하지 말구! (웃음) 왜 서비스 차원에서 생각하지 말라구, 이래 주신 말씀들이 가만히 생각해 보니까, 프로그램에 시간이 좀 남고 뭔가 즐거움을 주기 위해서 무언가 자꾸 해줘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거예요. 근데 이렇게 말씀을 안 해주시면……. 거기다가 시간이 세 시간에, 무얼 할당을 채운다? 지금 꺼 가지곤 안 되니까 뭔가 하나 더 재밌는 걸, 소스를 하나 더 넣어야 될 것 같고. 네, 이런 말씀에서 되게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최 천
실험실이라는 거에 대해서는 이제 저나 ‘노펜스’나 참여하는 것 자체가 조금 간증할 수 있는 요인들이 좀 많아 보였어요. (웃음)
김유진
간증하지 말라니까요. (웃음)



최 천
  왜냐면 (웃음) 저희가 온도 차이를 정말 많이 느꼈던 것 중에, 첫 번째는 면접에서 저한테 정장 입고 오는 곳 아니라구 말씀을 주셔서. 그대로 적어놓은 건 (그러니까 그게 여기 있더라구, 웃음) 근데 그게 기분 나빠서 적은 게 아니라 저희가 잘 보이고 싶어서 정장 입고 왔는데, 이거 아니구나, 그렇구나, 우리가 너무 지금 눈치를 보고, (힘을 줬다?) 아니, 힘 준 게 아니라요. (웃음) 우리가 너무 눈치 보지 말고 아, 진짜 우리가 하던 식대로 하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왜 처음에 이력서나 이런 거 작성할 때도, 활동경력이 아니라 예술교육 활동경력이라고 되어 있어서, ‘어? 내가 했던 게 예술교육인 건가? 예술교육이 뭐지?’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가 이 연구실에 있어도 되나?’를 계속 생각하는 거죠. 저랑 승균이랑 하는 친구는, ‘이게 교육적인 건가?’ ‘내가 있어도 되나?’ 다 전공자들……. 제가 여기 있으면서 가장 듣고 뻔한 답이, ‘전공이 뭐예요?’ ‘어, 저 토목공학인데요.’ 하면 ‘아……, 근데 토목공학인데 왜 여기 있지?’ 이런 듯한 식의 흐름이 굉장히 많았어요. 그래서 그러면 ‘저는 토목공학이 지구를 조각하는 거니까, 뭐…….’ (웃음) 그런 식으로 끼워 맞추긴 하지만 되게 그게 사실 그거였거든요. 속으로는 ‘어떡하면 내가 여기서 또 누가 될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됐구요. 그렇다면 저도 그렇고 승균이도 그렇고 우리가 기획했던 프로그램이나 그런 것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고, 그리고 프로그램 속에서 온도 차이를 많이 느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참여를 하면서요.
  저랑 문화충동 같이 참여했던 인혁 씨는 무조건 열심히 해보자, 차려준 대로 다 해보자 했는데, 정말 좀 놀랬던 건 늦게 와도 뭐라 안 해요. 어? 되게 신기하다. (웃음) 이게 나쁘다 했던 게 아니라, 신기했던 거예요. 어떻게 이렇게 자유로울 수 있지? 얼마나 믿고? 이런 게 정말 연구실인가? 하다 보니까 스케줄이 여기 막 잡혀 있으면, ‘모이는 날이야, 내가 준비해가서 뭐 어떻게 해야 돼’가 아니라 여긴 진짜 가볍게 가되 내가 준비하는 건만 확실하게 보여주면 되고, 공유하는 자리구나 하는 느낌을 얻을 수 있었거든요. 근데 거기까지 도달하기가 굉장히 조금 진입장벽이 있었고 연구실이라는 단어, 랩이라는 단어 자체가……. 요새 여기서 보면은 새로운 ‘문화예술사’라든지 그런 사람들 생산하는 영역도 있었으면 좋겠다라는 내용을 담아주셨는데, 그럼 꼭 전공자들이 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진짜 다 열려 있는 건가?
  저희 참여하는 보조강사 중에 고졸이 있거든요. 되게 어려워 하더라고요. 그 친구는 퍼쿠션도 잘 치고 하는데, 쓸 게 하나도 없어요. 활동경력도 없고, 고졸에다가. 그럼 이 친구 하면 안 되나 하고 혼자 속상해 하더라구요. 그러면 나는 이거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에서부터 많이 고민 지점을 찾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이게 되게 좋은 연구실인데 표현할 방법은 없고, 그런 사람들이 어떻게 진입할 수 있을까?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최소한의 자격조건을 건 것일 텐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충당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으로 저랑 승균이는 우리가 잘해야 한다…… (웃음) 우리가 잘해야 그 다음도 있을 수 있으니까. 이런…… 뭐랄까, 전공, 비전공자들, 일반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고민을 항상 하는 거 같아요.
소종민
그런 자리를 만나신 거네요.
최 천
그래서 저는 좋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왜 자꾸 좋다고 하세요?’ 그래요. (웃음) 저는 너무 좋은데.
김유진
인플레예요, 인플레. 좋다고 하루에 백번 말하니까 그렇죠. 아껴뒀다 딱 결정적일 때 써야지. (웃음)
소종민
이영애 선생님 말씀도 인상적입니다. 글을 쓰거나 창작할 때도 윤곽이 그려져야 들어가게 되잖아요. 이걸 어떤 색으로 할 건지, 어떤 모양으로 할 건지. 기획서 쓸 때도 이걸 내가 방향을 무겁게 할 건지, 얕게 해도 되는지. A로 갈 건지, B로 갈 건지. 이 방향타 설정이 되게 어려운 건데, 그것에 도움을 많이 받으셨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영애
그 부분에서는 제가 조금 행운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니까 저는 단체로 신청한 건 아니었고 개인으로 신청했는데, 제가 지역이 좀 지역인지라 매번 일요일날 오고 가기가 좀 불편해서 선생님들이 이렇게, 바꾸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셔서, 저는 좋으니까, 들어와서 공부했을 때 너무 좋은 점들이 그런…….
김유진
학교 쪽으로 처음에 하셨다가 저희가……. 그러니까 맨 처음에 받을 때 전체적인 조정과정이 한 번 있었어요. 거점, 신규, 학교로 각자 신청을 하셨는데, 내용들을 다 훑어보고 학교 쪽이 더 맞을 거 같으면 학교 쪽으로, 이렇게 해서 권유를 드리는 프로세스가 있었거든요.
이영애
처음에 학교 쪽으로 가면, 그래도 제가 혼자서 뭘 해야 된다는 것보다는 부담이 덜 하잖아요. 아직 잘 모르고, 진짜 초보인데, 아직 걸음마도 못하고 기어다니는 수준인데, 그렇게 학교 선생님 쪽으로 가면 저 혼자는 아닌,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게 되기 때문에 그렇게 신청을 했어요. 거점도 좀 불안하기도 했구요, 지역이. 그렇게 얘기를 나눈다 할 만한 선생님들이 안 계시는 거예요. 주변에 거의 없는? 단체가 있어도 거의 도서관, 이 정도밖에……. 꿈다락을 해도 도서관 하시는 분들만 신청을 하는? 뭐 이러니까 다른 분야, 다른 전공분들, 이렇게 되는 분들을 한번도 만나본 적이 없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분야도 다 다르죠, 똑같은 분야 없고, 선생님들도 계시죠. 그래서 저는 좀 많이 행운이 따르는가 보다고 되게 감사하죠.
김유진
긍정적이세요. (최천 씨랑) 데칼코마니 같아요. (웃음)
소종민
반면에, 진향래 선생님은 거점, 경력이 있는 예술단체로 헬로우아트랩에 오시면서…….
민경은
신규로 오신 거예요.
소종민
아, 그렇군요. 저는 왜 더 연륜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죠? (웃음)
진향래
저는 워낙 개인으로 활동을 좀 오래 했고, 단체를 만든 지 2년쯤 그 정도 됐고요. 저 같은 경우도 청주에 내려온 지 얼마 안 된, 3년차도 아직 안 되는 상황인데, 저희가 작년부터 꿈다락이라는 충북문화재단 공모사업을 시작으로 해서 네트워크를 조금씩 알아가는 상황이고요. 저도 이번에 헬로우아트랩을 하면서 저도 좀 놀라웠던 건 그 부분인 거 같아요. 지역에 내려오니까 젊은 사람 만나기가 힘든 거예요. 제 또래도 더 없기도 하고요. 그리고 한 제 밑으로, 제 나이대가 서른 중반이긴 하지만, 밑에 있는 사람들도 만나기 힘들고, 그런데 여기서는 20대, 30대 분들을 많이 볼 수 있었던 건 저는 되게 좋았던 것 같아요.
김유진
저도 그게 궁금해요. 최천 샘, 왜 이렇게 20대가 많이 들어온 거예요?
최 천
아, 그 부분에 대해서 좀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뭔가 랩이라는, 실험실이라는 부분에서 좀 경력 있고 하신 분들은 뭔가 내가 들어갈 자리는 아니라는 생각을 주시지 않았을까요? 왜냐면 저도 예술교육 사업을 정말 많이 해보는데, 3~4년 되면서 한 번도 안 썼던 이유가, 내가 할 게 아니구나라는 게 너무 워딩에서…… (경력 있는 데서 해야 되는 것 같다, 이런 느낌……) 예. 근데 ‘제가 썼다’는 자체가 뭔가, 진입장벽이 하나도 없게끔, 이건 나도 해도 되는, 들어갈 수 있는 연구실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라면, 그런 효과가 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이영애
저희랑 또 반대네요. 저는 또 나이가 있으니까. 와보니까 나이가 제일 많은 거예요. 아, 이거 내가 나이가 많은데 이렇게 넣어도 되나? 이런 생각을 사실은 했어요.
김유진
실험실이라는 말 자체가 젊게 느껴지는……
이영애
그렇죠, 저희한테는. 그래서 이걸 내보기는 하는데 과연 될까? 이런 게 많이……
김유진
잘 내셨어요. (웃음)
이영애
그죠. 계속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어요. (웃음)
정창환
근데 저는 또 이런 생각도 해봤어요. 선생님 이야기 들으면서 오히려 문화예술교육을 오래동안 해오신 단체분들이건 개인분들이건 그런 분들은 이미 기존에 자기가 해왔던 스타일이 있고, 자기들만의 컨텐츠가 굳어져 있잖아요. 그러면 사실 여기서 더 새로운 걸 시도하거나 변화를 주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의 것을 더 탄탄하게 유지하기 위한 사업들에 더 뛰어들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소종민
예. 그래서 어쨌든 좋은, 훌륭한 만남이 이루어졌다고, 말도 안 되게 정리를 해보죠. (웃음)


3> 지역문화예술교육이란 것

소종민
두 번째는, 말씀하신 말들 중에 ‘지역’이라는 단어가 나오거든요. 그래서 지역특성화, 지역문화예술교육 사업 등 지역이란 말이 계속 들어오거든요. 그런데 ‘지역은 과연 뭘까?’ 이런…… 약간 무모하면서도 한번 던져볼 수 있는 문제를 생각해 보셨을 텐데요. 지역이란 과연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그것을 주제 삼아서 또 말씀을 나눠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질문 역시 어떤 분이? 정의를 하시는 건 아니고요.




김유진
뒤의 질문이랑 합쳐서 하면 어떨까요? 저희도 너무 어려워서…… 얘기 못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소종민
그러면, ‘지역의 문화예술 교육은 또 뭘까?’와 함께.
김유진
내가 문화예술교육을 지역에서 할 때, 뭔가 생각했던 부분들이랑 연결된 내용일 거 같아요. 정의를 내리자 이런 건 아니고,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것?’ ‘지역에서 필요한 문화예술교육?’ 이러한 게 따로 있나? 이런……
민경은
나중에 얘기해야지.
김유진
그래요? (웃음)
민경은
하고 싶은 얘기가 있는데. 나중에 얘기해야지. 꼭 해야지. (웃음)
소종민
민경은 선생님부터 얘기하셔야 될 것 같은데요. (웃음)
민경은
저부터 할까요? 저는 헬로우아트랩이 저한테 ‘지역’이예요. (탄성) 같이 모색해 볼 수 있는 친구들이 있고, 같이 불편하고 힘든 것들을 겪어나가면서 방향들을 같이 만들 수 있는, 그 흐름들을 만들고 무언가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곳이 저한테는 ‘지역’이거든요. 부천 원미동에 사는데, 원미동 사람들이 제 이웃이라기보다는 이 여러가지 연구소라는 공간에 관심을 갖고 접속하고 있는, 전국에 있는 다른 사람들. 그리고 저와 같은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는, 부산에 있는 누구와, 강원도에 있는 누구. 그런 사람들이 저한테 이웃이고, 거기가 제 지역이 되거든요. 그래서 충북은 헬로우아트랩 PM을 맡으면서 일로써 처음에 시작을 했다고 하지만, 지금 이렇게 시간이 흐르고 와서 헬로우아트랩이라는 것을 볼 때, 이게 나한테는 로컬이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뭔가 같이 소통하고 성장하고 변화를 같이 꿈꿔낼 수 있는 에너지가 흐르는 공간이 저한테는 로컬이다라는 개념이 있어요.
김유진
그러면 너무 광범위해지지 않나요?
민경은
그냥 저의 의견이예요.
김유진
그냥 추가를 거기에 더하면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예를 들면, 민경은 선생님 하고…… 여기 초롱이네 도서관에 진짜 자주 오거든요. 친정이라고 하는데, 뭐가 뭔가 생긴 거죠, 지역에. 유대가 생긴 거야. (그렇죠, 유대가.) 여기 초롱이네 도서관도 그렇고, 저 체홉도 그렇고, 재단도 이제 자주 가면서 거기 직원분들이랑 얼굴을 다 트고, 뭐 약간 문제를 같이 얘기할 수 있고, 정창환 선생님도 저희가 이렇게 꼬셨잖아요? (웃음) 그래서 이런, 여기 내려오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있고……
민경은
같이 뭔가를 활동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이제 여기에 로컬리티라고 하는 게 저한테는 생긴 거죠. 그래서 그런 식의 관계들이 만들어지고 행동들을 함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만들어질 때 저한테는 ‘지역’이다라고 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되나? 그런 느낌이 생기는 거 같아요.
김유진
옆집에 사는 사람은, 한번도 안 만난 옆집에 사는 사람보다는……
민경은
그렇지, 여기에 있는 분들이랑 더 가깝죠, 옆집 사는 사람보다. (웃음)
소종민
손을 드셨습니다. (웃음)
최 천
머리가 꽉 차서 더 생각하면 잃어버릴 것 같아서…… (웃음)
김유진
그래서 빨리 얘기해야 되죠?
최 천
예, 그래서 손 들었고요. 지역, 되게 힘든 거 같아요. 저는 전학을 굉장히 많이 다녔어요.
최 천
  전학을 많이 다녔습니다. 초등학교 때 네 번, 중학교 때 세 번. 전라도 경상도 빼고 다 살아본 거 같아요. 그러면서 느끼는 지점은, ‘청주에 거주한다면, 청주는 그대로 우리 지역이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 사람들끼리는 확실히 느끼는 그 무엇이 있다고들 하는데, 그건 그냥 하나의 약속이지 않을까요? 그 약속을 같이 하는 관계가 된다면, 그 지역에 포함된다, 그리고 그 구성원이 된다고 할 수 있을 텐데, 처음에 저는 그 약속에 동의하지 않았거든요.
   ‘청주’하면 아무것도 안떠오르는데 충북대 중문에 살다보니까 여기 쓰레기가 많네? 이거 해결해야겠네? 이렇게 저는 지역이라는 것은 약속을 하고 나도 참여할 수 있는 것? 그게 지역이라고 생각하고요. 거기에 문화예술이나 교육이 필요하다면 그 관계를 어떻게 더 확실하게 해 줄 건지에 대한 경험을 시켜주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제가 여기 청주에서 살면서 느끼는 것들이 그런 거 같아요. 영동에 갔는데 친구들이 너네 포도만 먹고 와인만 먹고 되게 행복한 애들인 줄 알았는데, (웃음) 아니구나, 그 친구들한테는 그냥 커피숍 그냥 노는 게 주말의 문화구나, 거기 하루 있어보니까 즐거워요, 그럼 저는 영동이 가깝게 느껴지는 거죠. 제주도가 맨 밑에 있는 데도, 어머니 고향이라는 거 하나 때문에 ‘제주도’ 얘기만 나와도 기분 좋아지고 아는 척하고 이러는 걸 보면 확실히 ‘지역’은 그런 거라고 저는 생각이 들었어요.
소종민
두 분이 지역이라는 개념을 엄청 넓혀주셔서……
김유진
아니, 좀 더 좁은 거 같아요. 조금 더 물어보면 안 될까요? 약속을 지킨다는 게 뭐예요? 그걸 좀 더…….
최 천
예를 들면, 중문 상가번영회 톡방에 75명이 있는데요. (상가번영회?) 없는데, 지금 만들고 있어요. 그러면 중문에는 300개가 넘는 상가가 있지만, 우리 지역이라고 느끼는 분들은 저는 75명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저한테 지역은 그런 거라고 생각해요. 청주시 인구가 85만이지만 우린 같은 지역에 살고 있으니까 다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가? 전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중문에 살고 있는 100명이 안 되는 사람들끼리 ‘우리 지역’이라고 생각하고 그 범위가 넓어지게 하는 것이 제가 지향하는 활동입니다.
김유진
약속이라는 것이 같이 참여해서 만들어 나가는 과정 같은 거군요?
최 천
근데, 꼭 ‘참여’라는 게…… 알고 인지하는 거 자체도 참여라고 생각을 합니다. 그 작업이 계속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는 거죠.
민경은
   저는 근데, 지역이 저의 생활세계와 되게 밀접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되게 넓잖아요, 부천만 하더라도요. 청주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면 원미동이라고 좁냐, 근데 원미동도 되게 넓은 거예요, 제 몸이 만나기에. 그래서 여러가지 연구소라는 공간이 있는 곳 앞뒤로 골목을 하나씩을 선택해서 원미동에 ‘비빌리’라고 하는 마을을 뒀어요? (만들었다구요?) 미국에 베벌리 힐즈가 있고, 원미동에 ‘비빌리 힐즈’인 거죠. (웃음) 언덕에 있어가지고, ‘비빌 언덕’이죠. 저희 여러가지연구소에 오시면 안내소라고 해서, 비빌리 골목 세 곳을 산책시켜주는 안내소가 있거든요. (웃음) ‘비빌 기지’는 서울에 있는 거구요. (그곳과는 관계가 없죠?) 예, 저 혼자 만들었어요. (웃음) 왜냐면 연구소가 삼각형 점을 찍고 골목 세 곳 정도로 2년에 한 번씩 계약이 만료될 때마다 이사를 했어요.
   그러면서 그렇게 6년을 지내면서 느낀 게 골목 두 개를 건너가면 멀어지는 거예요, 사람들하고 연락이. 어, 신기하다, 도시 안에서 요 두 블럭 넘어가는 게 서로 이 공간이 시간을 멀리 떨어뜨리는구나, 하는 걸 알고서 비빌리를 만들면서 여러가지연구소 앞뒤로 이 한 골목씩을 만든 것이거든요. 생활세계를 공유하기 좋은 이 지역의 크기가 무엇인지 고민하다가 만든 거였는데요. (카톡방 75명과 똑같은 거 같아요) 예. 그럴 때 보면 생활세계로서의 지역을 고민을 할 때 문화예술교육이 뭘까? 고민을 해보면, 저는 이제 그 공간에서 활동들을 많이 하거든요. 같이 장도 담그고, 이것저것 하죠. 청소도 하고, 골목에다가 우리 내부거래를 위한 장터도 열고, 가라지 세일처럼. 그런 식의 장터도 열고 하는 건데, 그냥 타인과 만나는 통로? 방식? 그리고 내가 세계와 만나는 방법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이 존재한다, 비빌리 안에서, 그렇게 경험을 했던 거 같아요.
소종민
문화예술교육 하면 너무 크게 생각하는 습관이 있잖아요? 민 선생님 말씀처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공간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해도 되는 거죠.
민경은
예, 그렇죠. 그만큼.
이영애
저한테는 지역문화라는 게 되게 어렵고요. 아직은 다가오지 않는? (웃음) 저희는, 온 동네가 나가면 이렇게 이렇게 건너서 다 아는? 제천이 인구가 10만이 안 되는 정도라서, 초중고를 거기서 다 지내다보니까 여자가 같은 경우는 덜 한데요. 남자들은, 이렇게 가면, 식당을 들어가면 남자들이 서로 일어나서 인사를 하는……
민경은
동네가 서로 선후배 관계고……
이영애
네.
김유진
부모님들이 말하는 지역이 그런 거 같아요.
이영애
예. 그렇게 얽혀 있는 걸 가지고 문화예술교육을 어떻게 풀어가야지, 이런 생각은 아직 못해 봤어요.
소종민
혹시 새로운 지역으로 옮기시지는 않나요? (웃음)
이영애
아니, 그런 건 아니지만 (웃음) 그런데 얽히고설켜 있는 그 지역 사람들이, 민 선생님 말씀처럼 한두 블럭 가면 먼 게 아니라 한두 블럭 나가면 아는 사람이 곳곳에 내재되어 있거든요.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아직 모르겠어요. 여기에다가 어떻게 넣어서 지역과 같이 문화예술교육을 해나갈지는 좀 고민을 해봐야 되지 않을까 싶어요.
김유진
그런데, 학교강사 하시잖아요? (네) 학교에서 하는 사람의 자녀들, 이렇게 있지 않나요?
이영애
있죠. 그런데 저희 나이대가 벌써 아이들이 컸기 때문에요. 초등학생 위주의 아이를 가진 친구는 극히 없어요. 다 이렇게 후배나. 뭐 이렇게 따지다보면 하나씩 부모들은 어디서 봤네 하면서, 어디 학교 선배, 후배, 뭐 이렇게 되는 경우가 많아요.
김유진
두 분, 아니 세 분이 다 이해되는데요. 이사도 많이 다녔고, 저도 춘천에 살 때 딱 저랬고, 예를 들면, 춘천 명동거리를 누구랑 걸으면 누구랑 사귄다는 소문이 금방 돌아요. (웃음) 서울에서는 골목 두 개 지나면 거의 관계없고. 골목 중심인데 골목도 되게 길고 꼬불꼬불하고, 대부분 거기 생활은 슈퍼랑 편의시설이 그렇게 세 골목 단위로 있는 거 같아요.
민경은
이렇게 생활세계가 다르니까,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에 따라서……. 그리고 제천에서 초중고를 다닌 분과 제천으로 시집을 가신 분은 또 생활세계가 다를 거 아닙니까, 똑같은 지역에 있어도? 이렇게 다른 생활세계들이 있으면, 문화예술교육이란 것이 만약에 사회와 만나는 통로라든가, 세계를 해석하는 도구가 된다면 그것 또한 다 달라질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김유진
갑자기 지역 문화예술교육이 뭔지에 대한 혼란이 오는…… (웃음) 왜냐면, 이런 식으로 따지면, 제 마음의 고향은 ‘사우디아라비아’인데! 뭐, 어쩌라는 건가…… (웃음)
민경은
그렇죠. 나는 ‘마다가스카르’거든! 그렇게 되는 거죠. (웃음)




진향래
  저는 질문하신 것도 들으면서, 내가 그럼 지역에서 활동할 때 어떻게 했고, 나는 문화예술교육을 하고 있는데 지역에 나는 어떻게 연계되고 있었던 건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거든요. 저는 청주와 증평을 많이 왔다갔다 하고 있어요. 오송도 중학교 아이들 만나러 다니기도 하고요. 그런데 저희는 은근히 지역의 숨은 고수들을 찾는 게 되게 재밌었어요. 젊은 층이 아니라 60대쯤 되시는 분들인데, 저희는 그렇게 먼저 살아가신 분들인데요. 그런데 스타일이 맞는 분들이 있잖아요. 꼰대 노릇 하지 않는 어르신들이 있어요. 되게 쿨-하신 어른을 만나면, 저희도 재밌죠.
  심심할 때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니까, 그런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심심하면 놀러와, 그러시거든요. 이런저런, 갈 때마다 항상 뭘 계속 얘기하세요. 아주 많은 얘기를 하시는데, 그게 그냥 자신에 빠진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렇게 해서 이렇게 해서, 또 다른 누군가를, 또 다른 어른을 만나요. 연결이 돼요. 서예 하시는 분인데, 뭐 그분을 통해서, 또 그분이 어디 가평인지 하는 곳에 한옥으로 만든 공간에서 전시를 하신데요. 근데 일손이 필요하대요. 그렇게 해서 저희는 어른들을 자꾸 만나게 되는 계기가 많았어요. 저희도 되게 피곤하고 어디까지 가고 그분이 술 취하면 괴산에 사시는데, 괴산에 바래다 드리는, 이런 것까지 하고 왜 우리는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근데 그분들이 갖고 있었던 예술성, 감각들은 저희가 모르는 것들인데, 시대에 따라 변화된 것들이 있고 해서, 그런데 그분들이 갖고 있는 문화적 감각, 예술성을, 저희는 몰랐던 거를 또 배우는 시간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면, 결혼식에도 이런저런 거 뿌리잖아요, 뿌리는데 ‘쌀 뿌려라’ (웃음) 요즘 쌀이 남아돈다, 쌀을 안 먹는다, 그리고 쌀 뿌리면 뭐하냐, 안 줍는다, 새들이 먹지 않냐? 이런 지혜들이 중요한데, 특히 결혼에 대해서 어느 누구도 얘기해 주지 않는 거예요.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떻게 살고 등등 갇혀 있는 이야기만 오가는데, 저희가 좋아하는 어른들은 더 열려 있어요. 눈치 보게 되거나 움츠러드는 상황에 대한 얘기를 드리면 조언을 해주시는데요. 예를 들어 쌀 뿌려라, 박을 깨서, 조롱박에, 축의금을 봉투에 하는 것도 웃기다, 고무줄에 달아라, 그냥 딩딩딩 하게 매달아 놔라, 알아서 넣게끔 해라. 그런, 생활에 필요한, 어른들이 갖고 있는 지침들이 매력적이었어요. 그래서 조금씩 조금씩 지역에서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어요. 저희는 젊은 층을 만나는 기회보다는 위엣분들을 만나면서 이렇게 내려오는 과정에 있었고요.
  그리고 증평에서 교육을 하면서 느낀 건, 아직 혜택을 못 받는 아이들이 많다는 거죠. 문화예술교육을 어떤 어떤 단체들은 반복적으로 하고 있기도 하고요. 저희는 뮤지컬이긴 하지만 연기하고, 무용하고, 춤추고 노래부르고, 이것저것 반복하지는 않거든요. 열려있게끔 하려고 하고, 그래서 아이들 반응도 궁금하고, 부모님들 반응이 좋다는 피드백이 들어오거든요. 계속 참여를 하고 싶다고 하는데, 저희는 또 다음 기수로 뽑아야 돼서. 아무튼 증평에서 그리고 오송에서도 그렇게 보면은, 혜택을 많이 아직 못 받는 아이들이 많아요. 혜택이라는 게 문화예술교육의 다양함을 주는 건데, 그걸 못 느끼고 못 받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
민경은
도시에서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받게 되는 소외.
진향래
그런 것도 있고요, 조금……
김유진
프로그램이 너무 획일적인 것에 머무르고 있다는……
민경은
비슷비슷한 거죠.
진향래
약간은 조금은 참신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데……
민경은
자원이 부족하기도 하고……
최 천
뭔가 넘쳐남 속의 갈증을 말씀하시는 거 같아요.
김유진
풍요 속의 빈곤이요? (웃음)
진향래
그런데, 제가 활동하는 증평에서는 아직은 문화예술교육의 수혜가 부족한 거 같아요. 조심스럽지만, 저의 추측일 수도 있어요.
소종민
얘기 듣다보니, 어떤 우연이 굉장히 많이 작용하긴 하네요.
진향래
예. 그런 우연 속에서 사람을 자꾸 만나게 되고, 근데 저희는 거부하지는 않았어요. 저희의 특징을 봤을 때, 도움이 필요하다면, 네! 가죠. 페이스북에 어떤 분이 장마가 와서 지하가 다 잠겼어요. 그러면……
민경은
이거는요. 협력을 위한 역량인 거 같아요. 그렇죠? (웃음) 우연을 받아들이는 이 태도들이……
소종민
어떤 코드를 맞춰서 만날 것인가에 대한, 아주 특별한 감식안 같은 게 있는 거죠.
진향래
그런가? 아무튼 저희는……
민경은
둘 사이에 이견도 별로 없고…… (웃음)
진향래
(웃음) 없잖아 그런 점은 좀 있는 것 같아요. 그분이 페이스북에, 지하에 물이 잠겼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글이었지만, 우린 그냥 갔어요. 가서 같이 삽질하고 퍼내고, 이런 것대로 하면, 저희도 받은 게 있고, 또 그분을 통해서……. 아무튼 그런 식의, 지역에서는 그런 것들이 먼저 필요하다고 생각을 좀 해요.
소종민
그런 감식안 같은 게 인간관계에서도 발휘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요. 그게 참 중요한 거 같아요. 어떤 만남을 가질까에 대해 어떤 감(感)이나 촉(觸) 같은 것이지만, 틀릴 수도 있지만요.
진향래
그냥 저희는, 계시나요? 어떤 선생님이 작업실에 늘 계시니까, 전화해서, 선생님 거기 놀러가면 안 되나요? 전화해요, 그냥 갑자기. 갈 때 없거나 고민이 있을 때는 그냥 얘기, 이런 거 있는 거 같은데 그냥 조금, 이렇게 털어놓고 듣다 보면은 정리가 되고, 또 다른 생각이 들고 그래요.
민경은
진향래 선생님네는, 도시 젊은 것들이 애써 챙기는 예의를 안 챙겨. (웃음) 그래서 만남이 활발히 잘 일어나는 거예요. 우리는 서로 내외하고, 폐 끼치지 않으려고 하는 그런 행동들이 되게 많잖아요. 저도 한번은 연구소에 와서 막 자기 맘대로 노는 친구가 있었는데, 옆에 여자친구가, 야, 여기 와서 이러면 어떡해? 그러는 거예요. 그랬더니 그 친구가, 야, 이런 거 눈치보면은 남이지, 그러는 거예요. 자기 맘대로 뭔가 확장해 나가는 거예요. 저도 그게 참 좋았었거든요. 여기 와서 이래도 되나요, 저래도 되나요? 그렇게 물어보는 것보다 더 자기주도적으로. 관계 안에서도 누군가 주도적으로 그런 것들을 해나가게 되면……
김유진
근데, 그건 궁합 문제 아닌가요? 열린 사람과 열린 사람이 만날 때. 여기도 열린 사람과 열린 사람이 만난 거죠. 열린 사람이 만나는 거니까 되는 건데. 이를테면 모두 서로 알고 있는 그런 지역에서 뭔가 부탁이 함부로 나를 침범하고, 뭐 이런 상황에서도 이렇게 할 수가 있나요?
이영애
너무 잘 알아서 조심해야 할 부분?
김유진
예, 좀 부담일 거 같아요.
이영애
예, 부담스럽죠.
김유진
누구에게나 그럴 때에 맞는 적절한 관계란 게 다 있을 것 같은데요.
이영애
  예를 들면, 누구와, 남자친구와 둘이 밥 먹는 것조차 잘 안 하죠. 어디 잘못 들어갔다가 이상한 오해를 받을까 봐. 뭐 이제 그런, 그런 식의 것이 꽤 많이 있어요. 근데, 아까 소외지역 아이들을 이야기하셨는데, 저희 제천도 문화적인 혜택은 극히 잘 못받는 것 같아요. 생각해보니까 그런 게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제가 학교 문화예술강사를 하지만, 국악은 그래도 선생님들이 많이 포진이 되어 있어서 학교마다 들어갈 텐데, 다른 과목은 선생님들이 오시지를 않아서, 지역 특성상 너무 먼 거리예요, 저희가. 그래서 결국은 마지막에는 수업을 못 받는 경우가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지역적인 소외감도 되게 많고, 아직 저는 한 분야밖에는 안 되니까. 하려고 여러 군데를 가려고 노력은 하지만 상황이 그러지 못해서……. 보기에 그것조차도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좀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을 예전에 많이 했었는데, 어쩌다 지금은 많이 잊어버렸네요. 얘기하시는 과정에서 떠올랐어요. 아, 우리 지역은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반이 넘는구나, 근데 그걸 어떻게 풀어갈지는 공부이고 과제겠지만, 선생님처럼 우연을 가장하기라도 해서 여러 선생님들을 좀 많이 알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는 숙제가 남아 있네요.
최 천
  한 가지 정도 짧게 간증을 하나 더……. (웃음) 청주 살면서 뵈었던 지역 선배님들이 있는데, 되게 편안하고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연락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지역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그런 보는 눈을 키워줘야 될 것 같고, 길러줘야 될 것 같고, 그렇게 만날 수 있는 연결지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말씀 들으면서 들었습니다. 저도 그렇고, 주변 친구도 그렇고, 학교에서 막 정해주는 멘토, 멘티 같은 거보다는 지역에서 먼저 고민하고 살아가셨던 분들, 요새 복지관에서 일 많이 하거든요.
  가경 복지관이나 도에서 운영하는 도 복지관도 갔다 왔는데요. 막상 가보면 너무 고수 분들이 많아요. 색소폰 동아리인데, 동아리라니까 뭐 좀 하시는가보다 했더니, 너무 현란하신 거예요. (웃음) 근데 그분들은 페이를 바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관계를 바라는 것뿐이었어요. 우리는 거기서 또 배우고 느끼고, 그 느꼈던 것들을 또 다른 데 가서 실행에 옮기고 하는 과정들이 너무 큰 깨달음을 주는 것 같습니다. 현안들이 또 닥쳤을 때 물어보게 되고, 그러는 게 좋은 거 같아요.
소종민
쉽게 단정할 문제는 아니네요. 우리 지역은 어때 저때, 우리 지역은 이상해, 이렇게 말이죠. 계속 발견하고 찾아야겠죠.


4> 내가 있는 자리에서의 문화예술교육

민경은
나의 이야기로 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나는 지역에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어’ 같은 식으로요. ‘나의 이야기’로 하는 게 좋지 않나요? ‘지역은 이거야’라는 얘기보다는요.
진향래
그렇죠. 지역에 계속 살아오셨던 분들이 있고, 저처럼 이제 막 타지에 있다가 들어온 사람도 있으니까요.
김유진
중요한 걸 하나 발견한 거 같아요. 협력을, 관에서 협력을 하라고 이렇게 하면, 지역하고 협력하라고 하든가, 단체끼리 협력하라고 하든가, 아니면 단체랑 학교가 협력하는, 이렇게 말을 할 때의 협력과, 여기서 말하는 협력은 아니에요, 아주 다를 것 같아요. 그죠? 그 협력이, 그러니까 다짜고짜 아무나 하고 강제로 사이좋게 지내라는 얘기는 아닌 거 같아요. (웃음)
민경은
일이 되게 하라는 거잖아요. (웃음)
김유진
중요한 거 같은데요. 협력의 조건이나 역량을 생각할 때 그런 부분들이 이제 질문이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연스럽게 협력이 일어나는 관계들과, 무언가 스승이 되어 줄 수 있는 사람과 뭐 이런 것을 찾고 연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죠. 동의가 되면서 한편으로는, 예를 들면 그런 소외지역의 청소년들이라든가 혹은 제천과 같은 지역에서 내 맘에 안들더라도 내 주변의 어르신들과 같이, 말이 잘 안 통할 수도 있는 어르신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이런 사람들과 하는 문화예술교육도 필요하다고 하겠죠. 그래서, 앞서와 같은 그런 범주로만 생각을 해도 되나요? 그런 질문을 좀 생각하게 되네요.
소종민
듣기에, 말씀하신 취지의 지역이라면, 내 중심, 우리 중심, 우리 단체 중심으로 만들어가는 관계망 같은 건데요. 관계망이 넓지 않을 때는 ‘지역특성화’ 사업으로 지원이 될까요? 약간 사적인 느낌이 들면, 그럼 어디까지가 공적인가, 어디까지가 사적일까? 이런 관계를 조금 넓혀서 조금 더, 열 명 더 확보하면서, 이 정도 하는 사업인데, 이걸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다는 게 좀 이상하지 않을까? 이런 모순, 질문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민경은
공공성에 대한 이야기죠.
소종민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요?
김유진
정리를 할 수 없을 것 같은데요.
소종민
받아주면 하고, 받아주지 않으면 안 하고? (웃음)
김유진
중요하긴 한데요. 나는 구청에 관심이 없지만 용산구에 살죠. 구청장이 누군지에도 관심이 없어요. 나는 거기서 생활만 하고 있지, 일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죠. 대통령이라든가, 정확히 말하면 문체부라든가, 이런 문화 쪽 기관들이 저한테 훨씬 더 중요하고 관심 있고, 그렇죠. 이번에 구청장을 포함한 지방선거가 있었잖아요? 했는데 그냥 기준이 사람을 보는 게 아니고 약간 정당 투표라든가 중요직급에 있는 시의원 정도를 신경 쓰다가 구청을 보면, 이 사람들을 잘하게 밀어주는 관계라든가, 예를 들면 녹색당에 기회를 줘 보자, 뭐 이런 식의 판단으로 선거를 했단 말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내가 관심이 없다고 해서 구청 정책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건 아니지 않나요? 그런 문제죠.
최 천
지역특성화를 잘 알고 잘 활용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지역특성을 활용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는 건 아닌 거 같아요. 나의 방식대로 지역에 대해 정의를 내리고 그것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그것도 지역특성화라고 생각합니다. 청주 와서 느낀 건데, ‘직지’하고 ‘교육의 도시’가 있는데, 어, 왜 그렇지? 저는 동의 못하고 있거든요, 지금도. 그런데 다른 것, 예를 들면, ‘문화도시’라고 한다면, 그래, 문화도시일 수는 있겠다고 생각하거든요. 공동체들이 말하는 특성을 잘 캐치해 줄 수 있는가? 그게 지역특성화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김유진
얘기하다 보니까, 그거 같아요. 보편 복지와 선별 복지 얘기 말이죠. 특성, 관계망 등 적합한 곳에 적합한 관계들이 무언가 효과 있는 무언가를 해나가는, 효과 있는 공동체들이 선별 복지 같은 거잖아요? 그게 아니고, 제가 어떤 구청 사람이야, 어떤 구의 사람이야, 그래서 그 구민이기 때문에 내가 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혜택들이 있을 수 있잖아요? 이건 보편 복지에 가깝죠. 내가 구민이니까요.




정창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런 또 생각이 들었어요. 초반에 이야기할 때는 내 머릿속에 있는 지역이었잖아요? 근데 지금은 이제 지리적인 지역으로 넘어온 거 같은데, 저도 같은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우리 학교에서 마을 공동교육 과정을 운영하려고 마을 어르신들도 만나고 이렇게 다니면서 느꼈던 건데, 그 작년에 「성찰하는 티칭 아티스트」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어요. 그 책에 보면, 미국 뉴욕에서 알래스카로 예술교육을 하러 떠난 티칭 아티스트의 사례가 나왔는데요. 자기가 ‘성찰하기’에 대하여 어떻게 했냐면, 자신이 이미 ‘그 지역은 어떨 거야, 이 지역에 가면 이런 걸 할 거야’라고 결정하고 프로그램을 짜놓고 갔어요. 그런데 가보니까 아무도 거기에 동조하지 않는 거예요. (웃음) 그래서 결국은 고등학생들한테 거꾸로 물었대요. 뭘 해주면 좋겠어?라고 물었더니 거기서 답이 쫙 나온 거죠. 그걸로 프로그램이 쭉 진행되더라는 거죠.
  그러니까 결국은, 여기 발제문 초반에도 나와 있지만, 문화예술교육도 사실은 탑다운(top-down) 방식이었잖아요. 어떻게 보면 예술강사나 예술교육 하는 사람도 사실 그걸 은연중에 자기가 다 정해놓고, 지역이니까 이럴 거야, 선생님 말한 것처럼 그럴 거야(청소년은 이럴 거야), ‘직지’ 하면 어떻고, ‘증평’ 하면 ‘인삼이야’ 뭐 이런 거, 딱 정해놓고, 이 지역은 이거니까 정해놓고 이거 하면 될 거야, 이렇게 막연하게 생각하고 프로그램을 짜는데요. 그게 아니라 오히려 ‘온몸’ 선생님들이 하신 것처럼 정말 그 지역에 가서 그분들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나오는, 그게 사실은 ‘지역특성화’이고, 그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는 기반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어요.
민경은
학습자들의 이야기가 중요한, 그러나 학습자 중심의 제도는 불가능한. (웃음)
최 천
지역특성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단양, 영동, 옥천 등을 처음 가봤어요. 다섯 번 이상? 말씀하신 것처럼 고등학생들이 ‘여기가 핫플레이스예요’ 그래서 보니까 ‘어, 텅 비었는데?’ 근데 토요일에 가보니까 핫플레이스더라구요. (웃음) 저는 절대 알 수 없는 거죠. 하루 가서는 전혀 알 수 없는 거죠. 저는 ‘영동역 가서 하면 좋겠다’ 했는데 거기서 했었다면 100% 망하는 거였어요.
민경은
지역 코디네이터를 잘 만나야 되는 거죠. 영동 아이들에 지역 코디를 잘 한 거네요. (웃음)
최 천
아이들 데리고 다니면서 여기 저기 다 물어봤어요. 아이들이 얘기해 준 데를 보면, ‘여기가?’ 하지만 거기가 핫플레이스였어요. (웃음)
소종민
편집위원 중 한 분도 지역특성화 사업에 참여하고 계시는 분이 있습니다.
김윤섭
안녕하세요? 김윤섭이라고 합니다. 뒤늦게 인사드립니다. (웃음) 편집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요. 제가 헬로우아트랩의 ‘노펜스’랑 ‘더 퍼포머’랑 ‘아트로후리덤’을 인터뷰했었어요. 그때 모두 처음 봤는데, 그래서 헬로우아트랩 사업에 관심이 많이 가더라구요, 재밌구요. 지역특성화 사업은 저도 하고 있습니다. 근데 굉장히 고전하고 있습니다. 전 내수에서 하고 있는데, 내수도 소외지역 중 하나예요. 아이들도 별로 없고, 문화공간이 하나도 없어요. (증평과 청주의 사이에 있죠) 읍장님, 군수님과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근데 버러져 있는 공간, 공원 같은 게 있는데, 잡초가 무성하게 나 있고, 근데 그곳이 청소년들이 모여서 담배도 피고, 어두워지면 더 그렇게 되더라구요. 그 공간을 아이들하고 좀 바꿔보려고, 거점 삼아서 해볼려고 합니다. 그런데 여건을 조성하는 과정이 힘들더라구요. 읍장님 만나고, 청년 상인회의 누구 만나고, 그리고 이렇게 해야지, 가능한 거예요. 아이들이 여기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라 다 걸려 있으니까 그분들 만나러 다니는데, 다……
민경은
몰랐는데요, 하면서, 그냥 하면 참 좋은데……
김윤섭
그냥 게릴라식으로 하고 싶지만……
민경은
예, 그게 동네가 작으면 그게 책임소재가 생기고 분쟁이 생기니까.
김윤섭
예. 그게 다 있더라구요. 이건 누굴 만나 봐, 저건 누굴 만나 봐, 그래서……
민경은
맞아요. 익명성이 없는 곳은, 지역은 그런 게 힘들 거 같아요. 익명성이 보장되는 도시 같은 경우는 게릴라 작업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게 안 될 것 같네요.
진향래
지역은 다 연결되어 있어요. 지역은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내가 알든 모르든) 세계가 좁은 것처럼 다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죄짓고 살면 안 된다, 잘 해야 된다. (웃음) 저희가 몰랐던 부분이, 저희처럼 외부에 있다가 청주로 오게 된 상황에서, 어떤 문화기획자 분이 말씀해 주셨어요. ‘평판’이란 거예요. 평판을 좋게 만드는 과정이 제일 중요하다, 평판을 쌓아가고, 평판으로 계속 이어가는 거다, 저희가 놓치고 있었던 부분을 얘기해주셔서 좋았습니다. 이건 지역뿐만 아니라 어떤 일을 할 때는 평판이 은근히 적용되고 있다는 거죠.
소종민
  청주를 청원이 둘러싸고 있다가 통합이 된 거잖아요? 청원은 진짜 녹색 공간, 농촌 기반이고, 청주는 도시 기반이고요. 이게 합쳐진 거죠. 저의 개인적인 경험은, 청원군 문의면에 처음 정착을 했어요. 가족 단위로 들어가니까 진입이 그렇게 어렵진 않았어요. 애기도 있었고요. 마을에는 다 청년회가 있는데, 청년회 가장 막내분이 예순두 살, 그랬거든요. 그런 마을에 애기가 이사오니까 너무 좋아하시는 거죠. 마을에 들어가서도 인심을 얻는 것이, 이른바 평판 같은 거죠. 무조건 인사하기. 애기가 있으니까 또 유리하죠, 애기를 다 좋아하시니까요.
  그런데, 혼자 어떤 마을에 들어갔을 때, 어떤 예술가가 생계가 좀 어렵기도 하고 해서 빈집을 얻어 주거를 목적으로 들어가 살려고 하는 경우 같은 거죠. 남자 혼자 또는 여자 혼자가 마을에 빈집 임대가 나온 곳으로 들어갈 수 있는데, 1년 삭월세 100만 원, 150만 원 같은 곳이죠. 그렇게 들어가서 뭘 좀 해보겠다 하면은, 평판을 얻는 작업이 좀 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농촌이 에워싸고 있는 중소도시 역시 예술가들이 도시나 농촌이나 기반 다지는 작업, 고유의 예술작업이나 문화예술교육의 기반을 다지는 기간이 좀 길어지는 경우가 많죠.


5> 앞으로의 헬로우아트랩 활동

소종민
문제가 더 남았습니다. (웃음) 핵심 문제를 더 찾을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헬로우아트랩 사업이 개별적으로, 팀별로 본격화되는 시점인데, 어떻게 활동하시게 되는지, 어떤 방향으로 활동하실 생각인지, 이런 지점을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참여 단체 대표격으로 나오신 세 분께 이야기가 집중이 되겠습니다. (웃음) 7월에서 10월까지 4개월 하게 되시는 거죠? 프로그램도 제출하셔야 하는 것 같은데요? 아, 다 제출하신 거죠?
김유진
근데, 아직 하지 않은 걸 얘기하시기는 어렵지 않을까요?
소종민
아, 그럴까요?
이영애
열심히 하겠다는 말밖에는…… (웃음)
민경은
헬로우아트랩에서 필요한 게 뭔지……
김유진
예, 그 이야기를 하면 좋을 거 같아요. 어떻든 앞에 우리가 같이 해 왔는데요.
이영애
저는 지역에서 앞으로 이런 시간이 더 마련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요. 이제 알아가는 단계인데, 지금에서 멈춘다면 또 저만의 혼자 작업으로 남아서 고민을 나누거나 질문을 던질 곳이 없는, 동료를 만날 자리가 없는 상황이 오겠죠. 그래서 이런 자리가 조금 더 길게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바람이 많아요. 내년에도 마찬가지로 이런 기회가 있다면 참여하고 싶고, 또 많은 걸 얻고, 제 스스로 제 자신의 새로운 면을 알아가는, 그런 걸 좀 더 하고 싶습니다.
김유진
‘이런 시간’이 뭐예요?
이영애
아, 이렇게 공부하고 얘기하고 토론하는 시간이요. 선생님들이 질문을 막 해주시잖아요. (웃음) 콕 집어서 물어주시면 저는 또 혼자 고민을 해보는 시간이죠. 그런 질문을 안 받아 봤을 때는 사실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그냥 제가 하는 예술교육이 맞는가 보다, 맞겠지, 이렇게만 가고 있었는데 질문을 던져주셨을 때, ‘내가 올바르게 가고 있는 건가?’, 이런 자기 자신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해보게 됩니다. 그 질문에 조금이라도 답을 해보고 싶고요.
김유진
너무 좋은 이야기만 말구, 좀 빼야 될 것도 얘기해 주세요. (웃음)
진향래
기획서를 쓰는 시간들 같은 것은 좀 적어지는 게 좋지 않을까요? (너무 길었다?) 아뇨, 길었다기보다는 이제 열렸다가 닫히는 과정에서 늘 생기는 문제이긴 하지만, 그런데 앞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이제 열어가고 알아가는 단계인데 다시 각자의 사업으로 돌아가야 되고 기획서를 써야 하는 것이 좀 급해요. 서로 연락처나 일정, 가능한 거, 불가능한 거 등등 그런 거 체크하느라고 너무 바빠요. 오픈마인드로 진행되다가 갑자기 갇혀지는 게 좀 아쉽습니다.
김유진
궁금한 게 있는데요. 그러면, 앞으로 할 기획과 실행이 빠져버리면은 전문인력 양성하는 프로그램들과 차이가 없는 게 되지 않나요? 이런 건 좀 과도기적이잖아요? 교육과 실행의 중간쯤에서 실제로 시뮬레이션해보면서 무언가 현실적인 얘기를 하는 것으로 생각을 했는데, 그런, 공부만, 배움에 특화된, 이런 게 필요하다는 얘기일까요? 이렇게 나와 있는 게 아니고 전문인력 양성과정 속을 들어가야 할까요?
진향래
아뇨. 그러지는 않아도 될 것 같은데요. 왜냐면 각자 일을 하고 있는 프로젝트 등 다른 일들을 하고 있고, 프로젝트는 개인이든 어떻게든 할 수 있는 상황이 될 거라고 봐요. 부족하면 조금 더 자신의 역량을 키워가면 되고, 또 배워가는 것에는 부족함이 없고요. 하지만 저는 헬로우아트랩은 기존의 다른 공모사업처럼 따로따로 만나서 이렇게 해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내일 또 만나지만, 무언가 다른 팀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잖아요? 그렇게 사이에, 중간중간에 같이 할 수 있는 것들, 따로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주는, 조금 가벼운 기획서를 저는 원하는 것이예요.
최천
저는, 내일 지나고 기획서를 썼으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에요. 한 글자라도 달라졌을 것 같아요. 예를 들면, 저는 진향래 선생님을 청주재단에서 뵈었을 때 일을 부탁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못 만났으면 말씀도 못 드렸죠. 근데 그때를 통해서, 제가 이런저런 워크숍을 진행할 때 무조건 ‘온몸컴퍼니’가 들어가요. (웃음) 기획하면 그냥 제 생각이 들어가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연구실로서 기, 승까지 갔는데, 더 실험하고 느끼고, 얼굴보면서 그리고, 이런저런 걸 하면서 느끼고 배우는 점이 너무 좋았어요. ‘나만 좋은가?’ 그러다가 다시 기획서 작업으로 들어가야 되고, 말씀하신 것처럼 좀 더 나간 다음에 기획서를 썼으면 하는, 그런 생각도 들어요. 지나보니까 드는 생각이고요. 사실 뭐가 맞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민경은
저는, 공감이 가는 게, PM이지만 공감이 가는 게요. 처음에 왔을 때, 무언가 자유로운 느낌이고 크게 터치하지 않고 지각해도 뭐라고 안 하고, (웃음) 정말 모두가 주체적으로 이렇게 참여하고 있는, 수평적이고 평등함을 느끼는 공간이라고 생각했어요. 김유진 선생님과 둘이서 얘기를 할 때, 기획 워크숍에서 과도한 업무로 만들어지면서 ‘이게 더 과도하면 안 된다’는, 일련의 텐션을 느끼면서 생각하고 있었어요. 처음에 이 기획 워크숍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이 분들을 존중하는 태도였고, 나이스였는데, 이 기획 워크숍이 강해지면서 존중의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입장이요. 그래서 이 속도가 좀 빨랐다는 데는 저도 동의해요. 다음에, 내년에 이게 진행이 된다면은 속도를 좀더 뒤로 늦춰서 가는 방향으로 가도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영애
확실히 내일 모임이 지나고 기획서를 썼다면, 무언가 달라졌을 거라고 저도 생각해요.
민경은
우리가 만나면 항상 다섯 시간 이상 만나거든요. 그 다섯 시간 중에 ‘나는 이런 이런 게 좋았는데 사람들은 저런 게 좋았다고 하면, 아, 저런 쪽이 좋은 거였나’ 하는 궁금함이 있다는 거죠. 그때 같이 공동의 경험을 한 것에 대하여 함께 회고할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거잖아요. 속도가, 호흡이 빨리 간다는 말씀들이, 오늘 이야기 속에서 좀 평가가 되는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의 헬로우아트랩에 대한 평가가.
최 천
전 정말 열심히 했거든요. (웃음)
김유진
말씀하신 대로 하면 더 열심히 해야 돼요. (웃음) 우리 이 시간 가지고는 택도 없잖아요.
진향래
항상 시간 부족이고, 서로 알아가는 것이, 헬로우아트랩을 하면서 느낀 건 솔직히 저는 얘기를 나눌 시간이 없었어요. 업사이클링 하신 분도 얘길 나눌 시간이 없으니까 여기서도 내부적으로 네트워크를 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모른다는, 팀을 모른다는 거죠. 어떤 관심사를 갖고, 어떤 지역에서 무얼 하시는지에 대한 정보가 비어 있다는 거죠. 다 알 수가 없죠. 저는 조금 더 시간이 할당된다면, 그런 시간이 더 주어졌으면 좋겠고, 만약에 기획서를 한다면 좀더 가벼운 기획서면 좋겠어요. 예를 들면, 세 명 또는 두 팀이 할 수 있는, 가벼운 기획서를 만들어 보자, 저는 문화충동이 맘에 들고 코드가 맞는 것 같다 하면 문화충동과 함께 하고, 아니면 또 다른 팀과 호흡이 맞는다면 그렇게 또 함께 하는 거죠. 그래서 가볍게 둘을 엮을 수 있는 해프닝을 만들어 보는 거죠.
김유진
  그게 전문인력 양성 사업에서 하거든요. 왜냐면 지금 우리 사업은 단체한테 주잖아요, 크기 때문에. 500에서, 거점 같은 경우는 1,000이니까. 책임성을 안 물을 수가 없는데요. 이게 또 전문인력 양성과정처럼 하면 그건 또 안 돼요. 왜냐면 책임성을 갖고 들어오셨기 때문에 이렇게 얘기가 되는 거거든요. 그냥 학생으로 내가 해도 되고 안해도 되는 것과, 회사에서 R&D를 돌리는 건 달라서요. 항상 시간은 부족해서, 이걸 늦춰서 하고 싶은데, 이걸 6월까지 기획서를 쓰고 7월에 교부를 받아 사업을 끝내는 것이 10, 11월이거든요.
  그러면 이걸 2년짜리 과정으로 만들어야 되나? 2년짜리 과정을 만들 수 있을까? 지역이 이걸 허락해줄까? 이런 현실적인 문제들이 또 있는 거예요. 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500만 원, 1000만 원 단위로 뭔가를 해보는 걸 포기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이 PM으로서 듭니다. 왜냐면 이게 50만 원, 100만 원으로 만드는 거랑, 500만 원, 1000만 원으로 만드는 거랑 완전 달라서 진짜 실사이즈로 해 봐야 되는 거고요. 실사이즈로 하기 때문에 얘기도 많이 나오고요.
  물론 저도 그런 생각은 들었어요. 그냥 특강이나 뭐 이런 거 다 빼버리자, (우리끼리!) 빼버리고 처음부터 그냥 사람들 만나고 얘기하고 뭔가를 협력해 보고, 그 다음에 사업비 같은 걸 교부를 할 때, 뭔가 무조건 두 팀 이상의 사람/단체와 한 회차 정도는 무언가를 해보는 기획을 만들어서 넣자, 이렇게 제도적으로 만드는 것. (기획서 같이 쓰기, 과정은?) 그건 같이 썼어요. 근데 기획서를 같이 써도 협력은 일어나지 않아요. 왜냐면 실행을 같이 하지 않기 때문에요. 실행 계획을 같이 짜야 되는데, 그거를 제도화해서 딱 넣어버리면 되는 거죠. 여기는 중간이랑 끝에는 항상 그런 게 있는 거죠. 중간에는 서로 모여서 서로의 역량을 확인해 보는, 자체적인 잔치가 있고, 기획을 다하고 맨끝에 한 회차는 비우고 다 모여서 작은 교육축제 같은, 왜 ‘공수표’가 아이디어를 냈던 것과 같은 형태 있잖아요? 이렇게 같이 짜보는 기획을 넣어버리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요? 이렇게 하면…… 또, 시간이 모자라는 거죠, 시간이. (웃음)


6> 만남의 적극적 확장과 능동적 연결

민경은
  저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헬로우아트랩이 과도기적이고 실험적인데, 시간이 없잖아요? 시간이 항상 없어요. 근데, (웃음) 김유진 선생님하고 저는 이런 공간을 잡아놓고, 여기는 사실 결제가 되는 데가 아니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회비를 내서 밤새도록 놀 수 있는 공간을 잡아놓고, 밤을 열어주는 거예요. 근데 남아서 더 대화를 하시는 분은 없어요. 맥주 한두 잔 마시면서 대화를 하는 분은 없고, 다들 시간이 없는 거예요.
  그 다음 날 일이 있는 거고. 그러면 헬로우아트랩은 1년 동안 여섯 번 만나요. 여기서 관계가 맺어졌으면 지어가는 데서, 그럼 서로 자발적으로 관계를 이어가느냐, 능동적으로. 그럼 또 그 만남도 일어나지 않는 거예요. 그러면 이것 또한 헬로우아트랩의 한계인가? 그건 헬로우아트랩의 한계이기보다는, 제가 보기에는, 이 지역 지원사업 체계 안에서 서로 단절되어 있었던, 어떤 감각들이 아직은 회복이 되지 못한 거 같아요. 서로 더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만나지 못하고 있다는 거죠.

최 천
  제가 헬로우아트랩을 하면서 아트로후리덤 공간에 한번 갔어요. 미에로화이바 사서요. (웃음) 12,000원 써서 갔어요, 그냥. 궁금했는데, 그리고 말을 놓았어요. 누나, 그러서면서요. 그리고 김현묵 대표님, 그때 워크숍 갔을 때 새벽 6시까지 술 먹었죠. 두 시간 자고 다음날 일정 했는데요. 그러면서 배웠어요. 대표님이 저한테 하는 말이, 여기서는 근데 대표님이라고 하면 안 돼요, 선생님이라고 한다고요. 그런 온도 차이를 설명해주시는 거예요. 그 얘기를 들으면서 되게 신기하더라구요. 아, 이건 새벽 6시가 되니까 들을 수 있는 얘기라는 거? 저는 되게 가까워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근데, 나도 오래 있다보면, 지금은 문화예술교육 기획 막 하고, 아직 새싹인데, 누군가한테는 제가 기성세대처럼 보일 수 있어요.
  그래서 천안이나 서울의 선배님들한테 물어보면, 내가 눈 떠보니 다 없더라, 주변의 동기들이 다 없더라, 나만 잘 먹고 잘 살고 있었다더라, 걔네들이 볼 때는 내가 기성인데, 그럼 이걸 잘 넘겨줘야 되는데, 그 기점이, 예를 들면 헬로우아트랩이 1년차, 2년차, 3년차 갔다고 하면요. 너무 탄탄해지다 보니까 형식화가 되어버리면 또 이 느낌이 안 날 텐데, 다음에는 또 이런 헬로우아트랩 같은 것이 계속 나와 줬으면 좋겠어요. 그런 게 불안정하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시도가 너무 좋아요. 우리가 처음 하는 건데, 어떤 이들에게서 ‘처음이야’라는 말을 들으면 새로울 거 같아요. 어, 너네가 1기야, 너네가 우리 얼굴이야, 이런 말을. (웃음) 이 느낌을 받고 무엇이든 하면은 좀 더 새롭게 되는 거 아닌가요?
진향래
점점 더 변해가고, 방향성을 생각해서 업데이트해 보고, 실패로 돌아가면 다시 또 고민해서 업데이트하고, 다시 돌아가고, 이런 과정이면 좋은데…… (웃음) 잘하는 과정이 있으면, 열려 있으면 좋겠는데, 누구나 나라에서 지원해서 돈을 쓰는 거라 형식을 갖추어야 하는 점이 있으니까, 아쉬워요.
민경은
그게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인 거 같아요. 그 현실이 좀 슬픈 상태인데요.
김유진
  그거는 쉽게 안 바뀌어요. 그리고 사람마다 다 야망이 다르고, 상이 다르잖아요? 전에 치킨을 먹으려고 공동회비를 모으는 걸 보면서, 이거가 진화된 형태가 협동조합인데? 하는 생각을 했어요. 조합이라는 체계를 갖출 필요는 없지만, 2년차 헬로우아트랩이 되면, 여기 참여했던 단체들이 만나는 날이 있는 거죠. 그래서 다 만나요, 그냥 헬로우아트랩이니까 만나는 거예요. 그리고 만남을 위한 공동자산이 형성되고, 많이도 아니고, 그냥 모일 때 5천 원, 1만 원 갹출해서 그냥 이런 데 빌려서 얘기하고 노는 거죠. 그런데 이거를 재단에서 꼭 마련해 줘야 되나요? 그건 아닌 거 같거든요. 이걸 할 주체들이 만들어지는 게 중요하죠.
  이번에는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옆구리를 제가 자꾸 찌른 거죠. (웃음) 싫진 않지만, 다 또 친한 건 아니니까, 그럼 일단 이걸 통해 친해져 볼까? 이렇게 한 거잖아요, 저희가? 마침 인근에 단체들이 있으니까 같이 이렇게 하게 된 건데, 이 과정을 통해서 뭔가 그런 게 생기면, 그런 형태의 몇몇 친한 단체들만이랑 교류하는 형태가 아니고, 어떤 종류의 구조물? 이런 활동들이 많이 쌓이고, 내가 어떤 문화예술교육을 하다가 곤란에 처했을 때, 거기를 가면 누구든 어쨌든 건너건너 알 수 있던가, 하여튼 그런 종류의…… 뭐라고 해야 될까요? 그런 게, 지역자산이죠, 지역자산. (웃음) 이런 게 학교에서 관제화된 형태가 동창회죠. 동창회는 재미가 없잖아요. 잘 가꾸는 게 운영능력이죠.
  예를 들면, 여기 초롱이네 도서관이 이렇게 20년을 쭉 한 거죠. 저번에 강의 들었던 것처럼, 지역 안에서 활동해가면서 필요에 의해서 뭘 만들어가면서 20년 온 거랑 되게 다르잖아요, 결이. 똑같은 걸 해도요. 뭔가 이렇게 해오는 것이 나쁘거나 꼭 화석화되는 것 같진 않아요. 그건 아닌 것 같아요. 그걸 만든 사람이 그걸 왜 그렇게 만들고, 만들어가면서 너무 좀 경직된 거 같고 형식화된다 싶으면 없애버리면 되는 거잖아요. 그게 아니고 해놓으면 또 기득권이 생기기도 하고, 이렇게 해서 망가지는 경우도 있는데, 그런 건 좀 부수적인 것 같고요, 저는. 지역이 무언가, 지역에서 문화예술교육을 잘 해보고 싶을 때, 나 혼자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이런 지역자산은 확실히 있어야 되는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최 천
도청에서 청주 청년 축제를 주관하겠다고 얘기한다면, 저는 아트랩 했던 분들밖에는 안 떠올라요. 이거 자체가 말씀하시는 기대효과가 아닐까, 저는 그렇게 생각했거든요. 여기서는 뭘하고, 아트로는 뭘하고, 김현묵 선생님은 뭘하고, 이런 생각이 막 들더라구요.
김유진
그래서 터치가 있는 거와 없는 거가 되게 차이 나는 거예요. 무슨 말이냐면, 네트워크를 짜도, 터치가 있는 네트워크. 터치 없이 그냥, 오늘은 그냥 모이래, 재단에서 모이는 날이래, (웃음) 왔다가 출근도장 딱 찍고 가는…… 이런 것의 차이 같거든요, 저는? 같이 고생을 했잖아요, 어쨌든, 우리가? 이를테면, 서로 시간 투자 많이 했고, 그게 있으니까, 이런 게 만들어지는 거고. 예를 들면, 1기가, 실제로 기수 같은 게 생긴다고 치면, 1기 문화가 이렇게 만들어지면, 그게 2기하고 만났을 때도 계속 그런, 전통 같은 거라고 해야 되나요? 그런, 터치를 하는 전통들이 남아 있어 줘야 건강하게 만들어지는 거 같아요.
민경은
그런 의미들을 우리가 다음에 헬로우아트랩 결과보고서 할 때 나누면 좋을 거 같고요. 저는 이렇게 같이 참여해주셨던 분들이,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어요,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해석하거든요? 워크숍을 하고 나면은 너무 짧았어요, 이런 회고도 있잖아요. 그건 재밌었다는 거다! (웃음) 너무 길었어요, 그러면 좀 지루했나 보다. (웃음) 그렇게 저는 그것들을 해석을 하는데, 만날 시간이 없었다, 그건 서로에게 관심이 생겼다고 해석을 하면 되는 거 같아요. (예, 관심을 갖게 됐죠) 만나고 싶다, 이제. 이런 기회가 있었으니까. 그죠?




진향래
저는 이번 기회에 진짜로 많이 친해지게 됐고. 많이 알게 됐어요. (웃음) 1박 2일 했을 때 너무 재밌었어요. 그때가 되게, 그때 다른 분들과 해서 같이 얘기를 조금 더 많이 했으면 좋았을 텐데.
민경은
다음엔 MT 계획을 같이 해보면 좋을 거 같아요. (좋죠)
이영애
앉은 자리 주변에서만, 이렇게만 친해진 거 같아요. 저렇게 넓게는 못가고요. 여기 앉아 있는데 저기 선생님이랑은.
진향래
자리배치는 항상 순환시켜 주세요. (웃음)
김유진
그렇게 기획을 하면 돼요. 근데 처음에 헬로우아트랩을 기획할 때는 약간 반반이었어요. 이런 식의 기획적 장치를 둔다, 뭔가 자발적인 욕구가 없으면 되진 안잖아요? 근데 저희가 그걸 확인하지 않은 상태로 들어왔기 때문에, 반씩 깔아둔 거죠, 반씩. 약간 좀 그냥, 콘텐츠로 하는 부분하고, 이걸 자산화하는 부분하고 섞어서 하는 계획을 잡았죠. 계속 진행을 하면서 얘길 하다보니까 네트워크를 하시거나 서로 간에 상황을 파악하시거나 하는 부분들을 흥미로워 하더라고요. 저도 그 1박 2일 할 때, 공동기획의 내용을 짜야 되는데 행정처리가 안 되는 부분이 많아서 드롭된 아이디어들이 있었잖아요. 그런 것들 중에 흥미로운 것이 많이 있었고, 시간이나 여건이 더 되면 잘 될 거 같아요. 올해는 좀 어렵겠네, 이렇게 생각을 해요. 근데 어쨌든 그런 거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걸 확인을 했으니까, 그래서 내일 하는 5차 워크숍의 내용을 다 바꾼 거거든요. 원래는 다른 내용이 들어오는 걸로 있었지만……
민경은
특강 같은 건 없애자고 했죠. (네)
김유진
약간 실패할지도 몰라, 이러면서 무리수를 두면서 직접 만들어 보자, 그렇게 하는 걸로 됐죠.
진향래
저는 이런 생각이 드는 게, 헬로우아트랩 뿐만 아니라, 항상 사람들은 서로에 대한 네트워크를, 자신이 잘 모른다, 여기 와서든 아니면 어디서든 잘 모르고, 서로에 대해 네트워크를 하자, 이런 취지의 프로그램 강좌는 되게 많아요. (맞아요) 이 프로그램도 새로운 건 아니예요. 그런데 저는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왜 굳이 다 알아야 될까? 왜 굳이 내가 여기서 다 만나서 계속 같은 팀으로 가야 되는 건가? 근데 항상 보면 그렇게 가지 못하더라구요, 결과적으로는, 끝. 어떤 프로그램 끝나면 연결된 사람이 한두 명? 예, 그렇게 뭔가 이 프로젝트에서 한두 명, 내가 이 사람과 뭔가 할 수 있는 그 정도만 있어도 성공인 거예요. (그렇죠) 뭐든지 한두 명. 많으면 진짜 그거는 되게, 성공적인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민경은
그 시간에는 한두 명이겠지만, 시간이 흐르고, 지역 안에 있으면 또 늘 수 있잖아요.
진향래
예, 그래서 저는 그렇게 해서 한번 이 시간이 각자의 성향과 각자의 취향, 일하는 것들이 팀마다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이 단시간에 헬로우아트랩을 해서 이렇게 이거 끝나고서 같이 할 수 있는 거는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유진
시간도 시간인데, 저는…… 그런 게 있는 거 같아요. 지금 말씀하신 게 저는 현실인 거 같거든요? 그런데 그 한두 명을 만나게 해줄 판이 열려야 되잖아요. 근데 판을 여는 사람은 그런 방식으로 생각하지 않거든요. 그 판을 여는 호스트(host)가 있어야 되는데, 그 호스트는 굉장히 힘든 일이죠. 종업원이 될 거냐, 사장님이 될 거냐, 이런 식의 차이죠. 어쨌든 사장님이 출연을 해야 되는 거고, 그리고 그 사장님을 인정해 줘야 되는 거고, 그 사람이, 내가 한두 명의 어떤 도움을 받기 위해서, 이런 좋은 관계를 갖기 위해서 이 한두 명을 포함한, 많은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마당이 열리는 데 어떤 종류든 어떤 방식으로든 지지를 해줘야 되잖아요? 이게 만들어지는 게 핵심인 거예요. 이게 너무 어렵고, 왜냐면 리더십이라는 것에 대해서 우리는 공부를 하지 않기 때문이죠. 그리고 관이 다 주도해서 하잖아요, 관이 사업으로. 예를 들어 ‘꿈다락’ 딱 해 가지고 ‘안 모여?’, 그럼 우리가 열 개, 이렇게 해 가지고 앞뒤로 MT 붙이고, 그 MT를 하는데 그 안에서 ‘관계가 안 생겨?’, 그럼 프로그램 넣고. 뭐 이런 식으로 뭔가 제공해서 해결하고 있기 때문에, 사장님이 되어야 하겠다는 필요를 느끼는 사람들이 일단 나타나지 않죠.
민경은
그게 아까 우리 대화 중에 나왔는데, 단체마다 갖고 온 아이디어가 많았었는데, 그 사업에 적합하지 않아서 이렇게 된 거 있잖아요? 사실 전 그 아이디어들이 다 실행이 되는 게 진짜 많다, 그 100개의 아이디어가 있는데, 10개의 사업에 맞게 쳐서 그걸 넣는 거예요. 그러니까 계속 그 10개의 사업만 해서 얘기가 되고, 10개의 사업 언어로만 얘기가 되고, 그 개념 안에서만 얘기가 되니까 이 100개의 아이디어가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이 없는 거잖아요. 근데 그거는 우리가 이 사업 시스템 바깥에서 자발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을 때 사실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김유진
학교 시스템으로 하면 되긴 돼요. 이 사업과 학교 시스템의 결정적인 차이는 인건비가 있냐 없냐죠. 인건비 때문에 들어오는 거예요. 근데 학교로 들어가면 그걸 이렇게 만들 수 있을 거예요. 예를 들면, 협력 기획을 뭐, 더 재밌는 형태는 그런 거 있을 수 있잖아요. 이렇게 큰 수업을 만드는 게 아니고, 이번엔 이 사람을 붙여 가지고 한 1회짜리 재밌는 거 만들어요, 세 시간짜리 프로그램 하나. 이런 식으로 계속 만들 수 있죠. 예산을 짜서 할 수 있는데, 근데 거기는 강사비가 안 들어가는 거잖아요. (배우러 온 거니까) 이게 차이죠. 책임성의 차이죠. 강사비를 받기 때문에 일정 정도 이상, 프로로서의 연구를 해내야 되는 기준이라는 것과 그냥 학생이 뭔가 할 수 있는 거는 다르죠. 그리고 판을 여는 호스트는 또 다르죠, 더 책임도 크고. 이런 것이 사실 다 필요한데, 어떤 뭔가 지역 안에서 뭐가 제대로 되려면 다 필요한데, 어찌되었든 이런 거 자체도 얘기를 하고 공유를 하는, 이거는 있어야 되는 거 같아요.
민경은
되게 중요하죠, 이런 회고가.
김유진
이런 거 이야기해 주는 사람 없지 않나요?
소종민
호스트를 로테이션시킬 수는 없나요?
김유진
시킨다고 될 일이 아니죠. 가르쳐서 될 일도 아니고요. 그거는 일단 엄청난 자발적 욕구가 없으면 할 수가 없는 일이예요. 그건 진짜 지역을 사랑해야지 할 수 있는 일이죠.
진향래
저희는 따로 사회적기업 육성팀 6기 모임이 있는데, 일명 ‘개털들의 모임’이라고…… (웃음) 남아서 만나던 분들이 지역에 네트워크를 하겠다고 5기, 6기부터 다 있었어요. 근데 다 없어지고, 만나는 사람이 한 3, 4팀? 특히 저희들은 뭐 아무도 없다고 하지만은 그래도 거의 꾸준히 만나고 있거든요. 네트워크를 하고 있어요. 같이 해서 뭘 하지 않고, 사업을 하는 것도 있는 팀도 있고, ‘개털들의 모임’이라고 해서 그냥 마시고 이런 것들을 좀 많이 해요. 근데 왜 이 모임이 계속 진행되느냐? 왜 만나느냐? 어떤 큰 걸 위해서 만나는 게 아니고요. 이게 리더가 있어야 돼요. 말씀하셨지만 리더가 있어야 모임이 성사되죠. 만약에 대표가 못 가게 되면 모임이 안 돼요. (웃음) 이 사람 스케줄에 맞춰서 모임이 생기고요. 또 이분이 분위기 메이커 해주면서 사람들이 모여서 해줄 수 있는 게 있으니까 이게 되더라구요. 이 사람이 없으면, 안 만나고, 다음에 만나게 되고 그러죠. 그런 리더가, 누군가가 필요한 거죠.
최 천
놀판을 하면서 리더를 지정해 주신 거잖아요. 맞죠?
김유진
왜냐면 경험이 있으니까 ‘모나드’를 약간 좀 사적으로 민 거죠. (웃음)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최 천
‘모나드’를 처음 가봤고, 미팅하면서 케이크 먹고 커피 먹으면서 세 시간 얘기했거든요. 너무 즐거웠고요. 공간 소개받고요. 그리고 오늘 키핀이랑 모나드랑 아트로랑 같이 밥 먹고 함께 구상하고, 사실 그런 꼭지 힌트를 심어주신 건 아닌가 싶었어요.
김유진
저의 원대한 야망과 그림을…… (웃음)
최 천
프로그램 안에서 나머지 공부를 계속 시키셔야죠. 저도 보면 지금, 두 분이랑 얘기하다 보면, 아 그렇구나, 알게 되고 궁금증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자꾸 뭔가 나머지 공부를 시키는, 김현묵 선생님도 그렇게 해요. 나머지 공부를 해보라고. (웃음)
민경은
저희가 노리는 것이 넛지 효과(nudge effect)예요. (웃음) 옆구리를 찔러서 뭔가 일어나게 하는 거죠. 마구 찌르는 중입니다.
김유진
「톰소여의 모험」이 생각나요. 담장 칠하는 일화 아세요? 톰소여가 뭔가 잘못해서 할머니가 톰소여에게 담장 칠하라고 일을 시켰는데요. 마당 밖에 있는 펜스를 칠하는 거였어요. 칠하는 걸로 벌을 줬는데, 얘를 이걸 다 들고 나가서 동네 사람들 다 꼬셔서 ‘이거 너무 재밌는 일이니까 너 할래?’ 이런 식으로 다 시킨 거죠. (웃음) 뭔가를 하게 만드는, 그런 일화인데요. 저는 문화예술교육에 잘 맞는 일화라고 생각해요.
민경은
여기 있는 분들이 그렇게 지역에서 그런 넛지 효과들을 만드실 분이라고 생각해요. 저희는 이제 넛지 다단계를 생각하고 있죠. (웃음) 그게 문화기획자들의 역할인 거 같아요, 넛지 다단계. (웃음) 우리 역할이 그게 아닐까요? 문화기획자가 무얼까요? 지역에서 옆구리 찌르고 퍼져나가고 확장되는 것들을 생각하고, 그 그림들을 같이 그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소종민
자리를 마무리할까 합니다. 들으면서 느낀 바대로 생각하면, 이 자리 자체도 문화예술교육인 듯합니다. 이 자리가 문화예술교육을 하는 주체들의 모임이지만, 어떻게 보면 문화예술교육 대상자가 또 되는 거죠. 이런 말이 되는지 모르겠지만, ‘메타’ 문화예술교육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이런 형식은 어디든 공식적으로 비공식적으로 자주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흥미롭고 좋은 자리 만들어 주신 여러분께 감사 말씀드립니다. 즐거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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