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5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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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평 - 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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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교육과 디자인, 집담회 발제문 및 토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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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의 생존 방안과 환경 구축

김윤섭

모더니즘과 산업사회의 디자인의 거대한 기능이 사라지고 디자인은 산업과 시장에서 점점 괴리되기 시작한 시대가 도래했다. 시장은 스타 디자이너 보다는 기능적 효율성을 위시한 기능적 디자인을 취사 선택함으로서 디자이너들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 했다고 볼 수 있다. 산업디자인에서 비평적 디자인으로 다시 창조적 협업의 관계로 재편된 디자이너의 역할 변화에 지역의 디자인 스튜디오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또한 그러한 환경과 제도적 문제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고자 한다.

비평적 디자인- 창조적 협업
한국에서도 10년 정도 지난 시점부터 일어난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의 붐은 새로운 디자인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생각된다. 시장에서 외면당한 디자인은 소위 국가와 제도에 붙어 기생하거나 예산의 범위에 맞추어 비평적 협업을 진행하는 정도로 축소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러한 소위 디자인의 위상 변화는 디자이너의 태도와 환경을 변화 시켜 각자 도생보다는 소규모의 협업이나 콜렉티브 그룹, 콜라보레이션을 위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보인다. 그렇다면 비평적 디자인이란 무엇일까? 비평적 디자인이란 디자이너가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데 있어 역할을 두지 않고 간섭자, 중간자, 메개자가 되고 새로운 프로토콜을 재창안하는 디자인을 이야기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 장애인 운동회 포스터를 제작하는 기능적인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 운동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두가지 시선인 환영과 환영하지 않음을 교차하여 읽기 힘든 포스터 디자인을 만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불편하거나 관심이 있다면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디자인을 작품처럼 제시함으로서 장애인 운동회라는 행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홍보하는 것을 말한다. 예시가 다소 거칠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디자이너는 기획자(간섭자)가 함께 되고 장애인 운동회의 방관자(중간자)가 되며 장애인 운동회를 사회와 연결시키는 메개자가 되기도 한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비평적 디자인이 시도되고 있는 이러한 방법과정을 통틀어 이야기하자면 창조적 협업으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창조적 협업의 전제
창조적 협업 자체가 디자인의 주류가 되어가는 시점에서 과연 지역의 디자인 실정은 어떠한가. 그보다 먼저 창조적 협업이 가능하려면 어떠한 상황이 전제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크라이언트와 디자이너간의 통상적 협업의 범주는 갑과 을의 계약서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일직선적인 방법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현시대의 디자인 문법에 맞추어 나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관계설정이 필요해 보인다. 창조적 협업의 대전제는 상호 완전한 합의/타협 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그것이다. 지속되는 소통과 기획과 디자인의 유동적 방법론이 이루어지려면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간의 완전한 합의가 필요해 보이는데 그것은 서로가 창조적 협업이라는 것에 대해 목표를 설정하고 이해하고 들어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보인다. 그러나 앞서 이야기한 바대로 국가와 제도내의 딱딱한 시스템과 함께 일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것들이 선행되어야 할까? 그리고 그러한 선행의 구체적 상황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중앙과 지역, SNS
스마트폰과 인터넷 사회망의 발전으로 우리는 가상과 실제의 경계에서 살아가고 있다. 현대의 다양한 시장 형태도 스마트폰으로 공간과 함께 매개 되는 것을 보더라고 현시대는 스마트폰으로 재매개화 되어 물신성이 저하된 세계임을 알 수가 있다. 실제로 접하는 물질보다 강한 이미지의 개입은 이 시대의 특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역과 중앙은 어떠한 방식으로 재매게 될 수 있을까? 통상적으로 중앙에서 이루어지던 행태를 지역에서 받아 진행하는 경우가 아니라 지역내에서 동시간적으로 진행되어 매게되는 현실에서 우리는 어떤 환경을 구축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일까?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의 세대와 환경변화
얼마되지 않은 비평적 디자인의 붐은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로 빠르게 확산되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빠른 변화에 적응해 가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간의 새대적 혹은 계층적 벽이 있다는 것인데 그러한 문제가 충북내에서도 진행되고 있을까? 있다면 그러한 문제의 해결 방법과 돌파법은 무엇일까? 또한 오랜 기간 통상적 협업 관계를 이루어 왔던 기존의 디자인 스튜디오들과 새로운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의 자생과 공생의 관계 설정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

 

디자인과 문화예술교육

소셜코디 이현석

「“디자인이란 물품(물품의 부분 및 글자체를 포함)의 형상·모양·색채 또는 이들을 결합한 것으로서 시각을 통하여 미감을 일으키게 하는 것 을 말한다.” 즉, 디자인보호법에서 말하는 ‘디자인’은 독립적으로 거래대상이 될 수 있는 유체동산인 물품에 구현되어 시각을 통해 파악되어 미감을 일으키는 “물품의 미적 외관”으로 정의된다.」 디자인보호법 제2조 제1호

“디자인”의 법적 정의는 위와 같다. 법적 정의에 따르면 “디자이너"는 “미감을 일으키는 물품의 미적 외관을 구현하는 사람이다. 디자인의 범위는 패션, 건축, 웹, 제품 등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 최종적으로 눈에 보이는 현실세계의 무엇을 다양한 모양과 소재로 마감짓는 것을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행위적 측면에서 예술과 디자인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떠한 무형의 것을 현실세계의 실체로 구현하는 행위가 수반되는 활동이다. 보통은 내 안에서부터 발견되는 주제를 밖으로 표출하는 것을 예술, 내 밖에서 발견되는 주제를 밖으로 표현하는 것을 디자인이라고 구분한다. 물론 완벽히 구분할 수는 없지만, 구분하자면 시선의 나의 안으로 향해 있는냐, 밖으로 향해 있는냐가 중요한 기준점이 아닐까 한다.

이러한 행위적 관점에서 보면 디자인은 그래서 예술과 많이 닮아 있다. 디자인 행위 자체가 그 목적성과 시작점, 즉 나로부터의 발생이냐, 외부로부터의 발생이냐를 구분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예술가가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과 유사하다. 바꿔말하면 문화예술교육과 디자인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개념적으로 예술에 가까운 디자인은 현실적으로 보면 대부분 디자인 대행 업체를 떠올린다. 인테리어 디자인, 인쇄 디자인, 브랜드 디자인 등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는 기획사 라는 보통명사를 떠올리기도 한다. 외주 용역의 대표적인 분야라는 것이다. 고객이 요구하는 형태, 즉 밖으로부터 발견되는 주제를 디자이너의 생각과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보통 이러한 형태의 디자인 대행 업체는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존재한다. 이러한 상업적 디자인에 자신의 색을 좀 더 입히고, 내부로부터 발견되는 주제에 따라 프로젝트성, 혹은 캠페인성 활동을 펼쳐가는 디자인 스튜디오들도 존재한다. 최근 몇 년 우리 지역에도 좀 더 예술적 사고에 가까운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활동하고 있다.

예술가적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도 문화예술교육에 기여하는 것이라고 하면 비약적일까? 디자인 스튜디오들의 결과물들은 다양한 형태로 지역사회에 노출되고, 프로젝트들이 펼쳐지는 과정에서 지역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직접적으로 꿈다락에 참여하는 디자인 스튜디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디자인의 결과물보다 그 과정, 발견되는 주제를 해석하고, 그 해석에 따라 현실세계의 무엇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구현하는 행위를 주목한다면, 그 자체로 문화에술교육활동이 전개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많은 디자인 스튜디오들이 지역에서 성장하길 바라는 이유일 것이다.

 

청주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위아낫컴퍼니 권진호

청주에서
디자이너로
살아가기

인터뷰 이미지
안녕하세요. 청주에서 디자인스튜디오, 위아낫컴퍼니를 운영하고 있는 권진호입니다.
저희는 2015년 12월에 오픈하였고 현재 디자이너 두 명과 카피라이터 한명으로 행사전반의 키비주얼부터 브랜딩, 공간연출 등 그래픽전반의 작업들을 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작업으로는 충주관광체험센터, 동네수을, 안녕홍차, B77갤러리 등의 브랜딩과 국립공주박물관 무령왕실 벽면그래픽, 서천해양 생물 자원관 로비프로젝트, 동부창고 36동 사이니지, 2017 공예 비엔날레 교육 팀 공간 연출과 교재디자인, 2017년 충북문화재단 무지개다리사업성과보고회 키비주얼, 대청호미술관 다수의 전시포스터와 도록 등 청주문화산업진흥재단, 충북문화재단, 대청호미술관, 청주공예비엔날레, 직지페스티벌 등의 행사에 필요한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체적으로 ‘아임낫문방구’라는 공간을 만들어 일기장, 뱃지 등 다양한 제품들을 실험적으로 생산하고 있습니다.
저는 청주대학교 시각디자인과를 졸업하고 서울에 디자인회사에서 근무를 하다 여러 고민 끝에 청주에서 회사를 시작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청주에서 디자인을 하면서 겪은 어려운 점


1. 디자인 비용에 대한 낮은 인식
청주 대부분의 디자인회사들이 디자인보다는 출력, 제작, 인쇄 등을 겸하고 있는 회사들이 많고 그로인해 담당자분들도 그 회사들에 주로 일을 맡겨 진행하셨기에 아직까지 디자인 비 자체에 의문점을 가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인쇄되어 나오는 수량과 관계없이 디자인업무를 진행하는 프로세스에 들어가는 기본적인 인건비가 발생되는데 물리적인 결과물로 비용에 대한 평가를 하면서 생기는 문제점들이 있습니다.

2. 청주 인쇄제작업체들의 비싼 견적과 낮은 기술력
많지는 않지만 일정금액이상의 디자인용역을 진행할시 청주에 있는 인쇄나 제작업체를 이용해야하는 제약이 생기는데 금액과 기술적인 경쟁력이 따라 와주지 않아 곤란한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3. 지역 업체를 사용해야하는 한계점

4. 디자인 기획에 대한 비용
저희는 디자인을 진행할 때 그 프로젝트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전달방식 또는 콘셉트를 기획하고 디자인에 들어갑니다. 이에 대한 부분들을 많은 담당자분들께서 좋아해주시지만 그에 대한 부분이 금전적으로 보상되지는 않아 전체적인 프로젝트기간은 길어지지만 그에 따른 보상은 논외가 되는듯합니다.

5. 디자인 저작권/사용권에 대한 인지부족
리플렛 한 장을 디자인하는 것과 행사의 키비주얼 디자인을 하는 것은 전반의 고민부터 디자인시안의 사용 확장성이 다르기에 용도에 맞는 디자인용역을 진행해야하는데 가끔 적은비용으로 디자인을 하고 그 내용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경우들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좋은 디자인을 하기 위해서는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가 긴밀하게 얘기를 나누고 그것을 전달하는 상대에 대한 고민도 충분히 진행되어야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디자이너’라는 전문가와 일을 하게 되는데 처음의 기획단계에서 중요하게 전달해야하는 내용, 생각하고 있는 콘셉트와 디테일한 이미지가 있다면 그런 부분까지 공유하고 일을 진행하게 되었을 때 서로 만족 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게 되는데 그렇게 진행된 디자인작업들이 중간에 별다른 설명 없이 수정되거나 제작업을 진행해야 할 때 많은 회의감이 들 때가 있습니다.

서로가 만족하고 좋은 결과물을 위한 수정이나 디자인 변경을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많은 고민 끝에 결정된 내용들을 별다른 이유 없이 수정하게 되면 전문가(디자이너)에게 일을 맡기는 이유가 없는 듯 느껴집니다.

마지막으로 어떤 디자인이든 시작(기획) 단계에서 부터 함께 고민하고 디자인을 풀어낼 수 있다면 조금 더 좋은 방향, 그리고 지속가능한 디자인을 할 수 있습니다. 많은 고민과 작업시간, 비용을 투자하여 진행하시는 만큼 단발 적으로 끝나지 않고 지속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사용될 수 있는 디자인을 하게 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토론문

주주 김현묵

어느 날 홍대입구 주변의 가게들을 주의 깊게 살펴 본 적이 있다. 왜 이곳은 젊음의 상징적 공간으로 된 것일까. 비단 예술가들의 작업실이 있었고 음악가들의 놀이터였기 때문일까. 그들이 떠난 지금은 어떻게 이리 많은 점포들이 있고 가게들이 다시금 거리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일까. 많은 문화적 요소를 찾는 관점이 있겠지만 나는 간판에 주목하였다. 이 동네의 인상을 좌우하는 것은 수많은 간판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생각했다. 그리고 다른 지방의 도시들 간판을 찬찬히 본 결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 하게 되었다. 사실 홍대 앞의 지금을 만들어낸 것은 거리에서 버스킹하는 음악가들과 콜라보를 일군 젊은 디자이너들,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있다. 실제로 홍대 인디뮤지션시절의 혁오밴드는 노상호라는 젊은 일러스트레이터와 협업을 통해 앨범을 만들곤 하였다. 그렇듯 홍대근처에는 많은 디자이너와 예술가. 음악가가 만나는 장소이다. 그런 동네의 가게 간판은 작은 정보전달의 글이라도 단순히 디자인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싸게 해달라는 간판에도 디자이너의 욕심을 투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작은 씨앗들이 뭉쳐져 거리문화에 일조하고 상권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 아닐까.

중앙의 디자인팀과 지방에서 활동하는 디자인팀의 차이는 지역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인구가 상대적으로 높은 곳일수록 많은 사람들이 있고 많은 협업을 일굴 수도 있다. 그리고 좋은 기회도 다양한 방면에서 찾아 올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많은 경쟁팀이 있고 적자생존식의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청주에서 디자인팀으로 활동하는 것은 여러 장단점이 있다. 사실 청주는 도시 규모에 비해 많은 행사가 있고 여러 기관이 집중해 있다. 다만 일부 업체에서 독점을 하고 있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근 몇 년동안 철옹성은 무너지기 시작하였고 변화를 꿈꾸는 도시의 분위기와 함께 디자인용역의 쏠림현상도 많이 깨졌다. 다만 아직 지방에서는 ‘디자인’ 개념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못한 부분이 있다. 비단 청주만의 일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을 향한 시선은 단순한 하청업체일 경우가 많다. 일을 대행해주는 영역으로 생각하고 디자인 요청을 한다. 대행의 영역이 기본적으로 제안을 요구하고 창의적 결과물을 필요로 한다. 그런 일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거의 없다. 이유인즉, 이른바 ‘디자인비’라는 개념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것은 기관에서 가지고 있는 지출증빙방법에서도 문제를 찾을 수 있다. 때문에 예산과 디자인비용을 인쇄비 제작비 등에 흡수시켜 비용을 청구할 수밖에 없다. 엄밀히 말하자면 디자인에 대한 비용 자체가 없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과연 이것이 올바른가.

실제로 디자인비에 대한 이해가 없다보니 ‘디자인만 해달라. 인쇄는 직접하겠다.’ 라고 이야기 하는 고객들도 있다. 그 말은 ‘재능을 기부해 달라’는 말과 다를 바 없지만 고객은 이해하지 못한다. 그리고 인쇄비를 제외한 디자인비를 청구 했을 때, 고객은 대부분 상당히 당황한다. 실제로 제작비에 디자인비용을 흡수시켜 진행했을 때 보다 적게 청구를 했는데도 말이다.

이것은 우리나라가 개선해야할 인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상과 같은 이야기는 사실상 누군가 선도해서 이야기하기 힘든 것이 내 앞에 누군가가 갑자기 고객으로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중앙과 가장 큰 차이점은 이런 것이라 생각된다. 불만과 문제점을 제시하려하여도 혹시 모를 괘씸죄로 인한 제재가 두려운 것이다. 이것은 지역사회에선 생존권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문제를 들춰 이야기 하고 개선하고 싶지만 그러려면 연대해야하지만 쉽지 않다. 누군가는 선두에 서서 깃발을 들어야 하고 그럴 경우 선두에 선 사람의 생존권은 누구도 책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은 비단 디자인팀들만의 어려움은 아닐지 모른다.

가끔 만나는 고객들 중 대놓고 카피를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어디서 어떤 것을 보았는데 이름만 바꿔달라는 식이다. 사실 디자인을 다루건 무엇을 다루건 이런 일은 도의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사실 지방일수록 중앙에서 있던 디자인을 그대로 카피하는 경우가 즐비하다. SNS 상에 떠도는 이미지를 아무렇지 않게 가져다가 상업적인 일에 사용하고도 작은 양심의 가책 없이 계속해서 시도하는 것이 사실이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시민들에게 그런 일들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카피를 통해 만들어진 디자인이 크게 흥행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속으로 씁쓸한 감정이 들곤 한다.

우리가 원하는 작업은 무엇일까. 사실 디자인의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우리 팀이 추구하는 것은 아무래도 예술가와의 콜라보이다. 단순히 그래픽으로만 만들어진 디자인도 매력적이지만 주주의 감성에는 아날로그가 항상 숨어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손때를 묻혀 작업하기를 시도한다. 그러다보니 공간연출과 같은 일들을 자주 한다. 공간에서도 기계와 인간의 냄새를 풍길 수 있는 작업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 팀의 성향이 그렇지만 가끔 정반대의 일을 해야만 할 때는 고통을 감수하고 고객의 마음에 들 수 있는 작업을 한다. 어쩔 수 없는 생존이다.

이상적인 작업환경을 꿈꾸고 청주에 자리 잡지는 않았다. 청주는 여러 매력적인 요소들이 들끓는 도시이다. 수많은 문화재가 곳곳에 있고 잦은 축제와 행사 그리고 여러 기관과 재단들이 모여 있다. 그리고 실무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 모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변화를 꿈꾸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실제로 근 몇 년 사이 수많은 변화가 있었고 디자인적으로 행정적으로 큰 진보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도 개선되어야할 지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전망은 밝다고 느껴진다. 요즘은 우리가 처음 청주에서 발견한 매력을 잊고 일벌래로 전락하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그리고 우리의 일들이 좋은 사례로 선보여져 앞으로의 변화에 건강한 기여로 계속되었으면 한다.

 

토론문

디자인오브 박슬아

2009년 충북대학교 미술과 시각디자인전공을 졸업하고 서울에서 약 2년 정도 그래픽디자인 회사에 다녔다. 어렸을 적부터 나는 서울에서 살고 싶었고 일하고 싶었다. 내가 태어나고 자란 청주를 벗어나고 싶었고, 서울에 대한 로망이 가득했던 학생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올라간 서울은 내가 꿈꾸던 삶과는 달랐다. 좋아했던 디자인 일을 하며 돈을 벌면 너무 행복할 것 같은 꿈같은 생각은 정말 꿈이었다. 매일 반복된 야근과 마지막 지하철을 타기 위해 달려가던 20대 신입 디자이너였다. 물론 다양하고 즐거운 작업을 할 수 있었다. 영화와 공연 포스터 등 대중들에게 많이 보이는 디자인들을 많이 하여 뿌듯하기도 했다. 그와 관련된 작업은 지금 나에게도 많은 자양분이 되었다. 하지만 그런 즐거움은 기본적인 나의 생활의 붕괴를 막을 수 없었다. 따뜻한 밥 한번 해 먹을 수 없는 현실이 너무 버거웠고 우울했다. 그렇게 나는 서울을 떠나 다시 청주로 돌아왔다.
청주에서는 다니고 싶은 회사가 없었다. 회사 포트폴리오를 보아도 끌리는 곳은 없었다. 다시 서울로 가야 할 생각으로 취업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서울에서 함께 일했던 클라이언트로부터 연락이 왔다. 원래부터 내가 하던 일이었으니, 이 일을 맡아 달라고 하였다. 그렇게 프리랜서 디자이너가 되었다. 처음엔 모든 것을 내가 맡아서 할 수 있을까 겁이 났지만, 막상 일을 해보니 역시 내가 하던 일이었으니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었다. 용기가 생겼다. 나와 비슷한 환경을 겪은 대학교 동기도 마침 퇴사를 하고 청주에 내려와서 취업공부를 하고 있었다. 친구에게 청주에서 디자인회사를 하자고 제안을 하였다. 고맙게도 흔쾌히 나의 제안을 받아들여 줬다. 그렇게 시작한 회사 ‘오브’는 벌써 7년 차 회사가 되었다.

서울과 청주의 디자인 환경을 몇 가지 비교해 보았다.
1. 디자인에 대한 수준과 태도
2. 비용
3. 다양한 디자인 일감 부족
4. 인쇄소, 제지사 등 관련 인프라 부족

1. 디자인에 대한 수준과 태도
청주에서 디자인회사를 창업하고 2~3년은 주요 클라이언트가 서울에 있는 PMC프로덕션이었다. 난타를 만들고 다양한 뮤지컬을 기획하는 회사이다. 공연 포스터의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홍보 담당자들은 디자인에 대해 촉을 세우고, 디자인의 중요도를 언제나 인지하고 있었다. 많은 기획, 디자인 회의가 오간다. 그렇게 하나의 디자인을 완성해 간다. 청주는 그에 비해 윗사람들의 요구에 맞추는 디자인을 중요시했다. 전문 디자이너의 시선보다는 팀장님 혹은 사장님이 마음에 드는 디자인을 한다. 좋은 디자인을 하였다고 생각해도 엎어지는 일이 다수였다. 디자인에 대한 수준과 태도가 너무 달랐다.

2. 비용
청주에서 처음 문화행사 포스터 일이 들어와 진행하였다. 워낙 급하게 포스터 디자인을 요구하여 새벽까지 일하며 포스터를 완성했다. 디자인 진행을 다 끝낸 상태였고, 그제야 견적서를 본 팀장님이 잠깐 미팅을 하자고 하였다. 대뜸 여자들이 디자인회사를 하기에 밀어주려고 하였는데 견적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는 것이다. 포스터를 장당으로 계산하였을 때 어떻게 한 장당 5천 원이 되냐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3년 전 어느 디자인을 겸하는 인쇄소의 견적서와 비교하며 우리가 책정한 비용이 어떻게 나온 것인지 이야기해 보라고 하였다. 디자인의 인건비와 포스터에 들어간 기획비, 일러스트비, 편집 디자인비, 시간 비용 등은 온전히 무시한 채 종이 한 장으로 그 값을 매긴 것이다.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비용이라고 생각한 그 팀장님은 우리의 이야기를 듣기보다는 본인이 제시한 금액에 반강제적으로 비용을 맞추는 것이 결론이었다.

3. 다양한 디자인 일감 부족
청주에서 주로 하는 일은 문화행사 홍보물과 전시홍보물디자인 등이다. 전반적으로 다양한 행사들이 많은 서울보다는 부족한 편이지만 초창기 창업을 했을 때 보다 다양한 문화행사들이 많아지고 있기는 하다. 그래도 디자인 일들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 청주는 공단도 많고 기업들도 많은데 그런 업체들과 디자인을 연결해 줄 수 있는 연결망이나 회사 포트폴리오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면 다양한 디자인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4. 인쇄소, 제지사 등 관련 인프라 부족
‘직지’가 태어난 청주는 타이포그래피의 성지라고 디자이너 안상수 님은 말하였다. 그 시절 최고의 인쇄기술로 디자인되어 만들어진 ’직지’의 고장 청주라면 그 문화를 보존하고 이어나가야 할 명목이 충분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청주의 인쇄시설은 매우 낙후되었고, 낮은 품질 비싼 비용으로 타산이 맞지 않았다. 결국 7년이 지난 지금도 청주에서 인쇄소를 찾지 못하고 충무로 인쇄소에서 제작한다. 수동을 인쇄 거리로 다시 부흥한다고 하는데, 현직 디자이너와 인쇄와 관련된 실무자들이 더욱 예민하고 긴밀하게 협의하는 장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정말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인쇄기반이 마련되리라 생각된다.

 

토론문

주주 조아라

중앙의 디자인팀과 지방의 다지인 팀의 차이점을 말하자면 아무래도 기회와 만남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청주에서의 좋은 기회는 연거푸 이어지는 방향이 지역에 국한될 때가 많다. 하지만 중앙의 경우 중앙을 비롯해 지방으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기회의 차이라고 생각 할 만한 일이다. 물론 지역기반의 팀에게 우선권을 주고 용역계약을 하는 경우도 많지만 청주만 하더라도 핵심적이고 사업규모가 클 경우 중앙의 팀에게 의뢰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회의 확장은 디자인팀들에게 중요한 화두라고 할 수 있다.

사실 디자인팀들이 가진 성향들이 있지만 우리 팀의 경우 때때로 그 성격을 삭제하고 고객을 만나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디자인을 바라보는 시선은 아무래도 오퍼레이터일 경우가 많은데 디자이너의 생각과 이야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가장 잘 표현하는 것이 좋은 디자이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가끔은 우리가 한 디자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작업이 이뤄질 때도 있다. 디자인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고 고객의 성향과 요구가 우리 팀이 원하는 미적 추구와 상반될 때 특히 그러하다. 디자인을 하다보면 자주 있는 경우가 ‘편하게 디자인해서 주세요’ 라는 말과 시작, 그리고는 여러 번의 수정보완을 거치고 최종 수정을 한 후 초안으로 진행하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고객에게 뭐라 할 수도 없다. 다만 그 수고를 감내하고 견디는 일도 디자이너의 몫인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사실 선진국의 디자이너들이 어떻게 일하는지도 가끔 궁금하다. 그들도 저런 경우가 있을까.

디자이너가 가진 숙명중 하나는 고객과의 소통이다. 디자이너 자신만을 위한 디자인을 하였을 때 가장 실험적이고 취향을 잘 드러난 작업이 나오지만 그런 경우는 일러스트레이터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실 좋은 고객은 자신이 원하는 것이 확실하고 수정보완을 할 때 소극적이지 않고 더 직설적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태도이다.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고객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작업을 할 때 고객과 잦은 대화를 하고 상황과 이야기를 깊게 하는 편이다. 그래야만 수정보완의 영역을 적은 피로감으로 할 수 있고 고객이 만족하는 작업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디자이너의 취향과 고객의 취향이 맞아떨어질 때가 가장 수월한 작업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말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이 공감 하겠지만 디자이너들의 바라보는 태도가 조금 달라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아무래도 용역의 관계로 만나다보니 디자이너를 하청업체로 대하며 갑을관계를 만드는 고객들이 있기도 하다. 사실 디자이너는 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룩해주는 사람이고 창의와 실용을 함께 생각해야하는 직업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대우를 해주지는 않는다. 가끔 있는 일이지만 열심히 작업한 디자인 원본파일을 쉽게 넘겨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디자인 작업을 바라보는 태도가 여기에서 분명히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만들어낸 창작물이 아닌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수많은 이미지로 생각하는 것 아닐까. 디자인 작품도 창작물로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디자인을 하면서 여러 고충이 있지만 그것은 지방과 중앙의 차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모든 디자이너들이 갖는 어려움이고 개선되어야 할 의식들이 많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고충에 함께 공감하고 있고 아마도 좋은 변화의 초석이 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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