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은 어떤 곳이었나?
우리가 왔을 무렵의 음성은 음성예총과 이에 속하지 않은 개인 예술가만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극단 해보마가 있었지만 감곡지역의 특성과 활동형태로 음성의 극단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또한 충북문화재단에서는 음성이 문화예술소외지역으로 칭해지고 있었으며, 문화예술교육... 이라는 단어조차 생경한 곳이었다.
학교에서 이뤄지는 방과후수업과 극소수 동아리 외에는 그 어떤 문화예술교육 활동도 없었다고 해도 무방했다.
그래도 하다가 사업을 시작할 때는 지역에서 교육공동체의 움직임과 극단 해보마의 꿈다락사업, 행복교육지구사업 등으로 타이밍 좋게도 뭔가 들썩 들썩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하다의 3년
사실 하다도 ‘음성생활문화예술공간’이라는 앞 이름처럼 딱히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고민 보다는 동네 소극장으로 창작과 공연, 동아리, 아마추어 극단 운영 등을 꿈꾸고 있었고 예술교육은 먹고 살기 위해 의뢰가 들어오는 것만 하려했다.
이는 서울에서 예술교육을 하면서 느낀 기능위주의 프로그램 문제, 지속성의 문제, 선생님과 학부모에 의해 만들어지는 간접관계로 인한 소통의 문제 등으로 인해 예술교육에 대해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런데, 2016년에 지인을 통해 괴산 청소년 연극동아리를 지도하고, 함께 공연을 만들면서, 이 과정에서 성장하는 아이들, 함께하는 어른이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음성에서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해 겨울! ‘뭘 하던 빚만 늘어나는데 하고 싶은 일 하다가 망하자!’라며 극장을 만들기로 하고, 공사를 한참 하던 2월! 꿈다락 공모를 접하게 되었고, 이는 청소년 극단의 창단으로 이어지게 되었으며, 하다가 문화예술교육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3년간 청소년 극단은 아이들과 공연을 만들면서 자율성과 소통, 책임지는 것을 통한 공동체가 되었고, 음성행복교육지구의 마을학교를 통해 어린이 극단, 청소년 밴드를 만들고, 아줌마극단 ‘에고머니’, 여성밴드 ‘레이디 보이스’, 직장인밴드 ‘W.A.O’등의 동아리가 생겼으며, 시민배우가 만드는 시민창작뮤지컬 ‘소우주환상곡’을 2년간 진행하고, 다양한 창작공연과 함께 2019년~2020년에는 충북문화재단 문화예술교육거점사업에 선정되어 보다 다양한 교육활동을 벌여 나가게 되었다.
2019년 충북문화재단의 문화예술교육거점 사업
세 살배기 하다에 큰 사건?이라면 사건이고, 큰 기회라면 기회인 거점사업에 선정되는 일이 생겼다.
음성에는 지역의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하는 단체가 없으니 ‘우리가 한번 거점이 되어보자!’라고 해서 신청을 했는데... 어쩌면 준비가 부족한 상태에서... 마음만 가득한 상태에서... 덜컥? 선정이 되어버렸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거점사업을 신청한 단체들 중에서 지역을 이야기 한 곳이 세 곳 밖에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는 불타오르고 사업은 시작됐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컨설팅 내용과 충북문화재단, 거점에 선정된 단체들의 공동사업 등으로 초반에는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이 과정을 통해 해외리서치, 공동출판, 거점사업연구 등의 활동을 하면서 점점 정리가 되었고, 그간 우리가 고민하던 것들을 더욱 발전시켜갈 수 있게 되었다.
이는 다섯 가지 정도의 역할로 정의 내릴 수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첫째, 모두에게 열린 공간으로서의 거점이다.
음성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동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소극장 하다를 만들기 위해 의견들을 접했을 때 가장 많이 나온 이야기가 바로 ‘갈 곳이 없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갈 곳이 없었고, 청소년들은 할 게 없었으며, 청년들은 청주와 서울에 가기 바쁘고, 어른들은 술집과 당구장 말고는 갈 곳이 없었고, 퇴근 후에 할 일이 없었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할 수 있는 곳, 갈 수 있는 곳이 바로 하다가 되고 싶었다.
둘째, 문화예술공간으로서의 거점이다.
음성에는 작은 공연을 볼 수 있는 공간 역시 전무하다.
예술은 여러 가지 형태의 만남을 만들어 가는데 우리가 느끼기에 이곳에선 꼭 크고 화려한 것만이 예술인양 취급되는 듯 했다. 아주 소소하고 작은 예술들도 그만큼의 가치를 보여주고 그런 다양한 예술을 만날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소극장이 그런 역할들을 해 보고 싶었다.
또한 어떤 상상을 하든 다양한 실험이 가능한 공간이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는 (음성에는 없는) 여성주의 작은 도서관도 꿈꿔보고, 누구나 전시할 수 있는 소소한 마을 갤러리도 만들어 볼 참이다.
셋째, 문화예술교육공간으로서의 거점이다.
하다는 기능전수 위주의 예술교육을 지양하고 예술교육이 밥벌이의 수단이 되는 것을 반대한다.
예술은 사람을 기반으로 삶을 여러 각도로 비춰야 하며 삶에 대한 새로운 고찰들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문화예술교육 역시 나에서 시작된 고민이 주변으로 확대되어 그 움직임이 조금씩 내 삶과 주변에 대한 관점을 변화 시킬 수 있어야 한다.
예술은 단순한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라 내 삶을 변화시키는 원동력이 되어 참가자들이 자신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예술로 표현하는 것이 바로 하다의 예술교육관점이다.
넷째, 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서의 거점이다.
음성은 조금 이상한 동네다. 외부 사람에 대한 배척이 굉장히 심하면서도 어떠한 일을 맡길 때 특히 문화예술 쪽은 멀리 도시에서 온 사람들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예총 소속이 아닌 개인 예술가들이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또한 공무원들은 지역에 터를 잡고 지역민들과 밀착하여 예술적 움직임을 만들어 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저 성과만 화려하면 된다는 식이다.
지역의 문화예술움직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는 예술가들은 모두 개별적으로 움직이고 있기에 만남이 필요했다. 우리는 모여서 서로에게 힘이 되고 더 좋은 움직임들을 만들어내고 싶다.
다섯째, 학교예술교육의 대안을 제시하는 예술교육연구거점
학교 안에서 벌어지는 문화예술교육은 실험이 불가능한 틀에 맞춘 기능교육 이상을 바라기 힘들다. 그럴듯한 결과물을 노골적으로 바라고, 그것을 위해 아이들이 소모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느 예술꽃학교의 수업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의 반응은 충격적이었다. “선생님 연극하기 싫어요. 재미없어요.” 이 아이들이 경험한 연극은 발표회를 위한 것이 전부였고, 그 기억으로 인해 아이들에게 연극은 재미없고 힘든 것이 되어 있었다.
당장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문화예술교육은 전문예술가나 기획자들과 상의할 수 있는 작은 틀을 통해 조금씩 깨어 갈 수 있는 힘이 필요했다.
하다가 생각하는 음성에서의 문화예술교육거점은 틀에 박힌 학교예술교육에서 탈출할 수 있는 좋은 예술가들의 방식에 신뢰를 만들어가는 공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