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지역의 문화예술지수는 어떻게 가늠할 수 있을까? 문화예술의 가늠자를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살펴보자는 게 아니다. 수준 높은 문화예술 교육을 받은 사람이 얼마나 그 지역에 많이 분포되어 있는가 보다,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즐기며, 그러는 가운데 삶이 조금씩 변화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아지느냐가 지역 문화예술의 중요한 가늠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에 편중된 문화예술 지형은 여전하다. 이런 가운데 열악한 진천읍 지역의 문화예술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켜볼까 고민하며 기특한 도모를 하는 움직임이 있어서 진천중앙시장 내에 위치한 문화공간 ‘자리’이지혜 대표를 만났다.
“ 진천에 문화공간이 생겨서 지역민들이 좋겠습니다. 진천지역에 문화공간을 마련하시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
아이들이 7살 4살이던 10년 전, 아이들을 어디에서 키울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고 심적 여유가 느껴지고 살기 좋은 진천을 이사를 오게 되었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엄마로서만이 아니라, 문화예술에 관심이 있는 지역구성원이며 기획자의 입장에서 지역을 바라보니 다양한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창출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6년부터 문화예술교육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공간이 없다보니 본의 아니게 공공기관에 부탁을 하며 다녔고,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며 제대로 된 문화예술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였습니다. 진천지역에도 예술인, 예술단체, 문화기획자들이 많고, 무엇보다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용기를 내었습니다.
“ 문화공간‘자리’라고 이름 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
처음에는 지역민과 예술인이 마음 편히 쉴 수 있는 자리를 생각했어요. 문화공간이니 어디 쉬기만 하겠어요? 자연스럽게 다양한 모색을 하고 시도를 하며 생각과 뜻을 펼치고 즐기는 자리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 문화예술관련 다양한 활동경험이 축적되어 문화공간 운영에 도전하는 힘이 되었겠지요? ”
2015년 <노인음악교육연구소>를 창립하여 2016년 지역특성화사업과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사회예술 강사로 노년의 문화예술에 대한 연구와 사업을 한 경험이 있구요. 2017년부터는 청소년 자발적 문화탐구단체인 <문화공동체CUP>를 만들어서 운영해왔습니다. 오래된 집을 빌려서 아이들과 함께 리모델링하여 아지트로 쓰면서 청소년들 스스로 문화체험을 하도록 다양한 시도를 했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결국 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만 더 절실해졌지요.
“ 문화공간 ‘자리’는 어떤 곳인가요? ”
제일 먼저 염두에 둔 것은
플랫폼 역할이었어요. 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단체와 지역민을 위한 플랫폼 역할이요. 또 하나는 다양한 문화적 경험으로 지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돕는 부분까지 욕심을 내고 싶구요. 이번에 추진하는 사업들도 플랫폼 역할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습니다. 기획 단계부터 지역민들이 원하는 문화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어요. 다양한 경험을 연계하고 새로운 문화를 탐색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게 ‘자리’의 역할이라 생각했거든요.
<지역문화탐구활동>이라는 주제로 지역문화진흥원 동아리 활성화사업 지원을 받게 되었는데요 동아리활동에 관심 있는 지역민들이 모여 지역에 맞는 동아리와 문화를 탐구하고 연구하는 거에요. 이렇게 회원들 간 상호 소통하고 탐구하며 동아리들을 활성화 시키는 플랫폼 역할을 위해 준비 중입니다.
“ 주로 이곳을 이용하는 분들은 어떤 분이고 반응은 어떤지요? ”
주로 진천지역의 주민들이시구요. 2020 충북문화재단 지역특성화사업으로 <어쩌다 특별한 하루>라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오전(주부대상), 오후(직장인 대상) 15명씩 30명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직장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어서인지 특히 직장인반 만족도가 아주 높습니다. 15 주 동안 특별한 하루들을 만들어드리는 프로그램에 대기 신청자가 생길 만큼 반응이 좋아서 저 또한 너무 놀랐습니다.
“ 프로그램 설계 시 특별히 고려하는 점이 있다면? ”
문화예술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뭘 배운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엇을 잘 배우고 그래야 잘하는 것이라는 편향된 생각들이 내재되어있지요. 저는 문화예술에 대한 그런 생각을 변화시키는 것을 우선 집중하여 고려하고 있습니다. 생각이 달라져야 임하는 마음이 달라지니까요.
“ 코로나19 상황에서 운영한 프로그램을 소개해주세요. ”
코로나19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로 문화공간에 모이는 것조차 불가능해졌지요. 그러면 상황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돌파구를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문화공간‘자리’의‘사회적 거리두기 문화예술프로그램’으로 1. 집구석미술관 2. 2m연주회 3. 아트마스크 도전기 콘테스트 등이었어요. 집구석미술관은 예상보다 호응이 좋았는데, 무엇보다 작고 소박한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면서 서로 위로받는 경험을 해서 좋은 기획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트마스크 도전기도 그렇구요. 꼭 거창한 프로그램보다 ‘자리’만의 색깔로 상황에 맞는 시도를 할 수 있어서 자부심도 생기고 뭔가 새로운 길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 운영에 함께 참여하거나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있나요? ”
문화공동체CUP 장에스더 대표님, 보조강사 일부터 배우겠다고 적극 뛰어드신 고병용 선생님, 공예나 살림 등을 운영해 주시는 김혜진 선생님 등 여러분이 계시구요. 문화기획자 선생님들이 지속적인 응원과 격려를 해주고 있습니다. 좋은 단체일을 한다고 월세를 깎아주신 집주인 할아버지께도 감사드립니다.
“ 운영하며 가장 힘든 혹은 어렵게 느끼는 점이 무엇인지요? ”
현재 전 세계를 마비시킨 코로나19 상황입니다. 제 노력으로 타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 더 어렵고 힘들게 느껴집니다만, 이런 상황에서도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모색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 문화공간 ‘자리’가 그리는 꿈은 무엇인가요? ”
가장 중요한 건
함께한다는 생각이에요. 제가 할 수 있을 만큼 자리를 내어드리는 겁니다. 자리에서 많은 분들이 문화적 경험치를 쌓았으면 좋겠고, 그 경험으로 씨앗이 되어 많은 문화기획자분들도 생겼으면 좋겠어요. 많은 문화기획자들이 함께 상생하는 ‘자리’를 꿈꿉니다.
“ 특별히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읍면단위도 그렇지만 군단위에서도 예술단체공간이 거의 없어서 많은 예술단체들이 공간에 대한 고민을 합니다. 단체마다 각각의 공간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현실에서 공간을 더불어 사용하며 함께 잘 운영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자리’가 그 역할을 해보려합니다.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해오는 동안 공간의 필요성을 절감하여 문화공간을 마련했다는 이지혜 대표. 진천지역에 단순히 문화공간 하나가 생긴 게 아니라는 느낌이다. 그간의 경험 속에 고민의 깊이와 모색의 열정이 새겨져 있는 사람이 만들어갈 문화예술의 자리와 확장의 힘이 감지된다.
문화예술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다양한 모색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게 곧 문화예술지수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은 섣부른 것일까? ‘같이’의 가치와 힘을 함께 나누며 돌아오는 길, 지역 문화예술의 플랫폼 역할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는 문화공간 ‘자리’에 모여들 지역민의 기대와 마음이 그려진다.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모색을 하며 더불어 길을 만들어갈 사람들의 모습이 만져지는 듯하다. 더불어 소통하며 공감과 연대의 힘으로 확장해갈 뜻깊은‘자리’에서 진천지역 문화예술의 향기가 아름답게 피어나길 기대하며 깊은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