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 예뻐라!!!!!!! 이것 얼마예요?”
여름햇살이 초록의 나뭇잎을 더욱 검푸르게 하는 오후, 가까운 리솜 리조트에서 휴가를 마치고 가는 길에 들렀다는 한 무리의 방문객들이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을 둘러보며 좋아라 한다.
마침 고객이 주문한 서각 명패를 작업 중이던 논두렁미술관 ‘피움’의 홍창식 관장님은 손길을 멈추고 내방객들에게 친절하게 작품 설명을 아끼지 않으니, 이런 풍경은 홍관장의 일상이 된지도 오래다.
그도 그럴 것이 논두렁미술관 ‘피움’ 에 전시되어 있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지역작가들의 창작예술품으로 이곳 미술관 전시실에서만 만나 볼 수 있는 작품들이기에 내방객들은 작품들을 둘러 볼 때마다
작품 하나하나에 담겨있는 작가들의 정성에 감탄하며 반긴다.
2018년 봄 개관한 ‘피움’ 미술관은 농촌의 작은 마을인 제천시 백운면에 위치해 있다. 15명의 지역 예술가들이 참여하여 공동으로 운영하는 미술관이다.
서각과 목공예를 비롯해 한지, 압화, 도자기, 퀼트, 민화, 염색, 꽃차 등 다양한 분야의 지역 작가들이 참여한다. 함께 참여하는 작가들의 전공이 다양한 만큼 다채로운 작품들이 30평 공간을 채우고 있다.
미술관 관장으로 있는 홍창식 작가가 무보수 지킴이를 하는 가운데 작품들은 항상 상설로 전시와 판매를 하고 있으며 판매금액의 20%를 운영비로 공제하고 나머지를 작가들의 수입으로 배분한다. 운영비가 일정금액 적립되면 판매 기여도에 관계없이 작가들에게 균등하게 재분배를 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논두렁미술관 ‘피움’은 작가들 모두가 즐겁고 능동적으로 작품창작에 참여하며, 계절특성을 살린 문화예술나눔 프로그램을 지역민과 함께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봄이면 주민들과 함께 모내기체험을 하고, 여름에는 주민들이 직접 농사지은 우리 콩으로 두부 만들기 체험을 한다.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가을이면 지역아동들과 작가들이 한데 어울려 허수아비 만들기 체험과 벼 베기 체험, 미꾸라지잡기체험을 한다. 이런 프로그램들은 아이들에게는 동심을 심어주고 어른들은 어릴 적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어 회를 거듭할수록 지역민들의 호응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허수아비체험을 하는 날은 자원재활용을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유행이 지나 입지 않는 한복이나 옷가지들을 소재로 각자의 개성대로 해학과 위트가 넘치는 허수와 아비 부자의 새로운 작품이 창작되어 전시된다. 전시관 앞을 지나는 사람들이 절로 발길을 멈추고 때 아닌 사진촬영대회가 펼쳐지기도 한다.
논두렁미술관 ‘피움’이 농촌 마을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런 체험행사가 가능하며, 많은 사람이 참여하여 정을 나누는 더 정감 있고 재미있는 행사로 펼쳐져서 이제는 연례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미술관을 찾는 사람들 발길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작가들만이 아니라 누구라도 이곳에서 전시를 희망하는 작가들에게 전시와 판매의 기회를 줌으로써, 자주 이곳을 찾는 단골고객들에게 더 다양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우연히 전시관에 들렀다가 인연이 되어 성공적인 전시를 마친 가람 지두수 작가를 비롯해 대한민국 미술대전 심사위원장을 역임하고 세밀화 작가로 한국화단에 이름이 널리 알려진 석보 박근준 화백의 수채화전과 제천 휴대폰사진 동호회전, 여은 임정자 작가의 민화전 등 많은 작가들이 논두렁미술관 ‘피움’ 전시에 참여하였다.
작은 농촌마을에서 소박하게 시작한 논두렁미술관 ‘피움’이 2년이라는 짧은 기간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현재 미술관장을 맡고 있는 홍창식 작가의
남다른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마을에 있던 사과주스공장이 이전하면서 그 공간을 본 홍창식 작가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문화사업을 벌이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한 게 발단이었다. 민예총 제천지부장을 비롯해 참여연대 활동을 하며 오랜 기간 지역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온 홍관장은 사진과 서각이 전공이다. 그동안의 예술 활동 경험과 척박한 지역예술현황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작은 마을에서의 문화예술 나눔을 본격적으로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지역민들이 생활 속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까? 지역민과 예술인이 함께 상생할 수 있어야한다는 방향성을 갖고 문화예술 활성화를 통한 지역공동체의 연대를 도모하기 시작했다. 이런 방향성을 토대로 지역에 맞는 문화예술프로그램을 찾아 노력한 것이 오늘의 결실을 보고 있다.
추진하는 과정에서 참여 작가를 모집하는 일에서부터 가족을 비롯해 주변의 반대와 예산 등 많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꿋꿋하게 하나씩 추진해나갔다. 이제는 멀리서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발길들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지역주민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에게 사랑방과 문화쉼터의 역할을 하고 있다.
작은 농촌마을이어서 운영의 어려움이 있을까 개관 전 우려도 물론 있었다. 이제는 논두렁미술관 ‘피움’은 제천을 찾는 여행객들이 둘러보는 필수 코스 중 하나가 되었으니 뿌듯하다. 내방객이 많은 날에는 장소가 협소하다는 느낌도 들고, 체험을 비롯해 쉼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해 아쉬움이 크기도 하다.
인근에 위치한 리솜 리조트를 찾는 휴양객이 논두렁미술관 ‘피움’의 주 고객이다. 타 지역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 것을 알아본 고객의 요청에 따라 때로는 1:1 맞춤형 주문제작을 하고,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피움만의 특별한 작품들을 창작하기도 한다.
논두렁미술관 ‘피움’에서는 주민과 예술가가 어우러져서 이 지역만의 문화를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작가들은 지역문화에 기여한다는 자긍심과 함께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 지역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소통해간다.
고령화되고 있는 농촌지역에서 더불어 모여 두부 만드는 자리를 만든다. 벼 베기, 각종 농산물 추수하기 등 농촌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을 학생이나 도시인들에게 하나의 체험활동으로 제공하여 농촌공동체의 활성화도 함께 도모한다.
농번기가 끝나면 그동안 농사일에 고단했던 농심을 위로해주기 위해 백운면 전통재래시장에서 체험행사를 마련하며, 회원 상호간의 화합 과 친목도모를 위한 단합행사를 열어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킨다.
이런 고민과 나눔의 과정에서 지역문화예술의 꽃을 피우는 논두렁미술관 ‘피움’의 존재의미를 새기며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