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0호
충북문화재단 충북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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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에 문화예술의 꽃 피운 음성문화예술체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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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민호

대전에서 태어나 2002년 부터 옥천에서 옥천신문 기자로 활동함. 지역과 농업, 농촌의 중요성을 통감하고 있고 풀뿌리 민주주의와 사회적 경제, 건강한 지역 공론장인 지역신문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생각함. "인파출명 저파비"를 금과옥조로 사람이 이름나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생각함. 옥천에서 무지렁이로 무명씨로 살고싶은 사람. 사람 위에 사람없고 사람 밑에 사람 없다고 생각함. 사람을 생명으로 등치시켜도 무방함. 자치와 자급, 그리고 연대, 순환과 공생
minho@okinews.com

황민호

협동조합 잉홀이 올 1월부터 민간위탁받아 네명 작가 입주 운영
지난 6월 개관전시 성황, 저렴한 임대료 맘껏 작품활동 할 수 있어
작가들 만족도 높고 학생, 가족단위 체험도 받아

폐교에 문화예술의 꽃 피운 음성문화예술체험촌 이미지1



폐교가 되는 순간, 지역은 황폐화되기 시작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그나마 생활권 중심에 있던 학교가 관리가 되지 않고 급격하게 낡아지는 것을 보면서 마음도 서서히 무너진다. 생명력이 소실되기 시작하는 시점인 것이다. 운동장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고 건물 외벽에 페인트칠이 하나둘 벗겨지고 세월의 더께가 덕지덕지 붙기 시작할 때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임대도 안 된채 방치되는 폐교는 그 자체로 골머리다. 생각보다 비싼 임대료에 마음대로 리모델링 할 수 없는 제도적 한계때문에 사실 폐교는 애물단지이다. 하지만, 음성은 달랐다. ‘아버지는 나귀타고 장에 가시고/할머니는 건넛마을 아저씨 댁에’로 시작되는 고추먹고 맴맴 동요의 발상지로 동요마을로 불리는 음성군 생극면 생1리에 있는 오생초폐교는 말끔했다. 아니 더 빛이 났다. 고추를 먹었는지 정신이 버쩍 드는 쩌렁쩌렁함이 있었다. 스튜디오 ‘맴맴’은 조용힌 소리를 내고 있었다. 운동장에 서서히 자라는 풀도 스튜디오 맴맴의 공공미술프로젝트 조형물 앞에서는 배경이 되었다. 그랜드피아노 조형물 조회대가 상징처럼 서 있고 낙싯대와 그물채를 잡고 물고기를 좇는 조형물도 인상적이었다. 폐교에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음성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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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문화예술체험촌의 시작 ; 스튜디오 맴맴

군은 폐교 부지를 매입하여 리모델링을 했고 올해초 협동조합 잉홀에 민간위탁을 주며 ‘음성문화예술체험촌’이라고 명명했다. 스튜디오 맴맴의 또 다른 이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마치 아기자기한 작은 미술관에 온 느낌이다. 복도가 갤러리이고, 복도를 따라 천천히 걷다보면 작은 교실 하나의 메인 전시실이 나온다. 단층짜리 건물 교실 하나 하나의 공간에는 작가들이 입주해 있다. 아이들이 올망졸망 채웠던 그 교실에는 작가들의 예술혼이 그득 차 있다. 공간이 많지 않아 현재는 네명의 작가들이 입주해 있는대 대부분 음성이 고향인 작가들이다. 한달 작업실 임대료가 10만원 내외, 저렴한 비용으로 교실 한칸 공간의 작업실을 마음껏 쓸 수 있다. 그 뿐이랴. 작가들이 서로 모이니 창의적인 협업이 가능해진다. 사실 작가들에겐 공간 그 자체만 주어져도 모든 공간 하나하나에 창의적인 예술들이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지루하고 비어있는 공간을 참지 못하는 작가들의 창의성은 누가 뭐라하지 않아도 숨어있는 공간들마저 재창조하고 있었다. 스튜디오 맴맴, 음성문화예술체험촌 매니저를 자청하는 협동조합 잉홀 최창옥 이사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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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 잉홀은 문화예술기획 및 산업디자인 전문 협동조합으로 음성출신 충북공예협동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안명수 작가가 대표를 하고 있다. ‘잉홀’이란 이름도 음성의 옛 이름이라고 하니 얼마나 지역을 애정 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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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열악한 문화현실을 폐교 활용으로 바꿔내다

“올해 1월에 저희가 위탁받고 나서 개관을 했지요. 음성군이 미리 2014년에 폐교를 매입해 리모델링을 한 상황이었고 저희가 그것을 위탁받아 음성군과 교감을 하고 음성문화예술촌으로 만든 겁니다. 작가 네 분이 입주해있고요. 서로 들어오려고 하는 작가들이 줄지어 있어요. 아무래도 저렴한 임대료에 작업환경이 좋으니까요. 모여있는 작가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협업도 하며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니까 선호하는 편이죠. 그리고 전시 공간도 있어서 전시를 멀리가서 할 필요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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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서는 학생들이나 가족단위 체험활동도 하지만, 그것이 주가 아니다. 작가들의 작품 활동에 방점을 찍었다. 작가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지역에는 문화예술분야가 열악하잖아요. 작가가 남아있을 이유가 별로 없을 정도로 떠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인거죠. 지역의 작가들이 안정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공간만 마련해주고 전시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만 준다면 그것만으로 문화예술이 뿌리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체험만 하라고 했다면 행사만 하라고 했다면 작가들이 이용되는 거죠. 아마 배겨나질 못할 거에요. 체험은 주말을 이용하는 등 예약을 잡아 한정적으로 하고 있구요. 행사는 작가들과 같이 협의해서 결정해요.”
지난 6월12일부터 30일까지 음성문화예술체험촌은 ‘물음표(Question Mark)’란 주제로 개관전을 열었다.
개관전에는 염숙희 작가의 염색공예 풍경과 고은진 작가의 아크릴 회화, 정명교 작가의 광목천에 입혀진 푸른 바다, 정해선 작가의 디지털 프린터 등이 눈을 호강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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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카페와 식당까지 고민 중

“음성에는 미술관이 없는데 이 스튜디오 맴맴이 작은 미술관 역할을 하는 거죠. 작가들이 늘 상주해 있으니 비어있는 미술관보다 생동감이 넘치죠. 운만 좋으면 작품을 감상하면서 작가와의 대화도 할 수 있으니까요. 작가에게 직접 작품설명을 듣고 체험까지 할 수 있다면 이런 기회를 쉽게 만들 수 있는게 아닌데 음성문화예술체험촌에서는 가능해진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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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족한 것도 있다. 읍내나 면 소재지와 멀리 떨어져 있다보니 편의시설의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는 것. 그래서 폐교 본관 건물 별도 건물에 카페와 식당을 고민 중에 있다.
“입주하고 싶은 작가들이 많아서 별도 건물에 작업실을 하나 더 만들 계획도 있구요. 편의시설을 만들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 작가들도 밥 먹으러 나가려면 차를 타고 가야 하니까 도시락을 대부분 싸오거든요. 그래서 식당과 카페가 있다면 오는 사람들도 여기 와서 차와 식사도 할 수 있고 작가들 끼니도 해결하고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냥 카페와 식당이 아니라 예술적으로 인테리어 되어 있는 카페와 식당이라면 더 인상적이겠지요. 딸랑 와서 전시만 보고 간다면 허전하잖아요. 먹고 마시고 오랫동안 체류할 수 있는 문화공간이 된다면 그 자체로 인상적일 거 같아요.
음성문화예술체험촌은 작가들과 그렇게 꾸준히 대화를 하고 찾아오는 주민들의 욕구를 반영하며 조금씩 진화하고 있었다. 입주해 있는 작가들은 만족도가 그만큼 높다. 음성이 고향인 가죽공예를 하는 한현수 작가를 만났다. 한현수 작가는 충북도 공예품대전 동산, 은상, 특선 수상과 충북도 우수공예인 지정, 2019년에는 대한민국 미용예술 지도자 대상을 수상한 작가다. 배 형상의 왕실 뱃놀이, 전통 기와지붕과 한복 바지가 연상되는 가죽 가방을 만들어 인기가 있는 작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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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험보다 작품 활동에 방점, 작가들 만족도 높아

“음성문화예술체험촌은 작가들로서는 창작하는데 정말 자유로운 공간이죠. 아무래도 여러 작가들이 같이 있으니까 이야기를 하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라요. 공간도 쾌적하고요. 저 같은 경우는 생극면에서 태어나 감곡면에서 학교를 나온 완전 음성 토박이거든요. 작가가 고향을 떠나지 않고 작업을 한다는 건 커다란 축복이죠. 그런 축복을 누리고 있다는 것은 큰 행운이고요.”
전시 복도를 거닐다 보니 아이들 웃음소리가 크게 들린다.
불쑥 메탈크래프트, 금속 공예를 하는 정미자 작가의 방에 들어가 보았다. 대소중학교 3학년 김태윤, 김보미, 김민정, 구민정 학생이 금속공예 체험을 하러 방문한 날이다. 벌써 손가락에는 직접 만든 은반지가 두개 씩 끼어 있다. 직접 만든 반지라고 벌써부터 신이 나서 한껏 자랑한다.
“오늘 아침에 일찍 와서 오전 내내 은반지 두개 만들었어요. 직접 우리가 낄 반지를 만들어 보니 정말 재미있었어요. 여기 벌써 두 번째에요. 저번에 도자기 만들려고 한번 왔었거든요. 작가 선생님들하고 직접 작업하니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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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음성문화예술체험촌은 지역 학생들과 지역 작가들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는 매개 공간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지역 청소년들과 작가들이 연결되는 매개공간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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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미자 작가는 가끔씩 아이들이 찾아오면 어떤 에너지를 얻는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꿈 프로젝트라고 해서 진로체험 형식으로 간혹 이렇게 찾아와요. 너무 자주 찾아오면 본연의 작업을 하지 못해 힘들겠지만, 가끔 찾아주니 활력이 돼요. 저도 아이들한테 에너지를 받고요. 음성문화예술체험촌은 출퇴근 시간도 따로 없고 매일 나와지 않아도 되고 시간이나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어 작가들한테는 정맗 좋은 입주 공간이에요. 여러 작가들도 있어서 덩어리 큰 작품도 같이 할 수도 있구요. 음성 출신 작가들이 굳이 멀리 도시로 갈 필요도 없이 잡아놓는 효과도 있는 것 같아요. 작가들이 지역에 남아있는다는 건 지역 문화예술을 더 풍성하게 하거든요. 얼마나 지속가능하냐가 관건인데 지금까지는 잘 하고 계신 것 같아요”
폐교에 문화예술작가들이 머무르고 숨을 쉬니 폐교가 단박에 달라졌다. 아마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대목이다. 음성군이 폐교부지를 매입하고 기본 리모델링만 해주었더니 작가들이 각 공간을 스스로 채우기 시작했다.


시골 학교의 폐교를 음성을 모델로 지자체에서 매입하여 작가들에게 레지던시 공간으로 임대해준다면 아마 지역 곳곳은 이제 다양한 작은 미술관들이 생겨날 듯싶다. 문화예술이 꽃 피는 공간, 음성문화예술체험촌은 그런 꿈을 가능하게 만들어주었다. 상상만 해도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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