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옆 미술관
낙가산에서 것대산, 상당산으로 늘어진 동쪽 하늘, 삶에 지친 사람들이 상봉재로 오르는 이정골에 미술관이 있다. 이정골 마을회관이 있고 경운기와 트럭 사이 미술관이 있고 조그만 더 올라가면 온화한 미소로 마을을 지켜주는 돌벅수가 있다. 그리고 고려 후기 성리학의 바탕이 된 이색 선생을 비롯하여 조선의 율곡 이이 선생 등을 추모하는 신항서원이 있으니 심심명당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신항서원에 모신 율곡 이이의 어머니 신사임당이 시와 그림, 글씨에 두루 뛰어난 예술가였고, 첫째 딸 매창 또한 시, 서화에 밝았고, 율곡의 아우도 그림에 능하였다고 하니 미술관 자리로는 안성마춤이다.
라폼므(LA POMME)는 프랑스 말로 ‘사과’를 뜻한다. 미술관을 직접 설계한 티안 작가(김선미 관장의 예술적 동지이자 배우자)의 미디어아트에서 자주 등장한다. 산세를 끼고 미디어아트를 실현하는 거대한 모니터처럼 솟은 미술관 건물은 차가운 콘크리트벽을 따뜻하게 밝히는 오브제 같아 보인다. 사과는 곧
예술가의 큰 생각을 담는 원초의 메시지이자 공간인 셈이다.
그런 만큼 라폼므현대미술관은 2014년 8월 개관한 이후로 변화의 아이콘이 되어 왔다.
누구나 찾아올 수 있는 미술관이자 일상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해 왔다. 처음 미술관을 찾아가더라도 전혀 낯선 곳이 아니다. 이곳에는 음악을 전공을 큐레이터가 언제나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음악과 미술의 접합만으로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더 큰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이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나 노인이더라도 눈높이에 맞춰 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주는
통합예술전시공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미술관에 들어서면 모두 합쳐 4관으로 이루어진 현대식 공간이 나온다. 상 하반기로 나누어 전국에서 공모한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한 고유 공간과 함께 다양한 강연과 문화예술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나뉘어 있는데, 반지하 공간인 아래층은 아트카페, 갤러리가 있고 1층은 2,3전시관, 2층은 4전시관과 비즈니스룸, 3층은 5전시관과 회원 아카데미실이다.
라폼므현대미술관의 공간철학은 이렇다.
첫째 오감을 통해 자신만의 생각을 만들어주는 예술 향유 공간,
둘째 오감을 통해 감응을 불러일으켜 스스로 변화하게 만드는 공간,
셋째 이를 통한 삶과 예술의 공감과 이해, 성장을 돕는 창의적 상상력의 공간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청주 이정골에 정착하기 전부터 김선미 관장은 삶과 예술을 통합한 교육을 통해 이를 실천해 왔다. 이는 곧 포르투칼 국제뉴미디어아트페스티벌이 세계적인 미디어 예술가 50인에 선정한 티안과 함께 줄곧 유지해 온 라폼므만의 정체성이기도 하다.
“예술작품을 오래도록 바라보고 의문을 갖고 사고를 하게 되면서 달라지는 것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김선미 관장이 라폼므만의 통합예술교육을 이야기하는 데는 그만한 까닭이 있다. 첫째, 미술관에 가는 것만으로도 교육이 된다는 믿음이다. 예술작품이야말로 작가의 삶과 철학을 담고, 그 시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으로써 예술 경험이 곧 사고의 확산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둘째, 대상에 맞는 수준별 예술교육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관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에 맞는 수준별 맞춤 예술교육인 것이다. 12명의 예술가를 통해 남과 다른 창의교육을 바탕을 학교밖 청소년들을 위한 인성교육, 장애인을 위한 예술치유 프로그램, 노인과 일반인들을 위한 예술적 시선과 관점 프로그램, 공무원과 교사를 위한 청렴과 문화예술 향유 프로그램 등 모두 라폼므만의 수준별 맞춤 교육을 대표하고 있다. 셋째, 공연이 함께하는 예술교육 프로그램, 렉쳐콘서트로 뮤직큐레이터와 함께 즐거운 예술 이해를 돕고 있다. 넷째, 삶의 질을 북돋워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문화예술 강좌를 꾸준히 열고 있다. 작가와 전문 예술강사와 함께하는 ‘인문소양교육’과 ‘직장인 연수’, 그리고 여성 예술가들의 삶을 바탕으로 새로운 역할과 시대를 소임을 다할 수 있도록 돕는 ‘여성리더쉽연수’ 등 다양한 인문소양 프로그램을 펼치고 있다. 다섯째, 이 모두를 지역사회에 전파하고 예술을 대하는 태도와 인식을 바꾸어주기 위해 다양한 기관과 함께하는 전문성 강화 예술교육에도 심혈을 쏟아붓고 있다. 충북 평생교육진흥원과 통합예술강사 양성과정, 단재연수원과 교사연수, 이밖에 많은 학교와 기관과 연계한 통합예술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라폼므의 통합예술교육은 작가와 시민들 사이에 감응을 바탕으로 서로 만나고 교류하게 하여 예술적 상상 공동체를 만들어가고 있다. 끊임없이 예술작품을 매개로 한 감동을 전달하고자 움직이는 미술관으로서의 책무를 다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