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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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다 - 7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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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권태응, 동시
권태응 어린이 시인학교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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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시인, 『동시마중』 편집위원)

1999년 『실천문학』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시집 『목마른 우물의 날들』 『치워라, 꽃!』, 동시집 『고양이와 통한 날』 『고양이의 탄생』 『글자동물원』 『오리 돌멩이 오리』, 평론집 『다 같이 돌자 동시 한 바퀴』를 냈다. 『동시마중』 편집위원. 충주작가회의 대표.

이안 (시인, 『동시마중』 편집위원)
해마다 2박 3일 열리는 학교가 있다. 전국의 어린이들이 앞다투어 오고 싶어 하는 이상한 학교다. 최근 몇 년 동안은 접수가 시작되자마자 곧바로 마감이 될 정도로 아주 인기가 많은 학교다. 어떤 학교냐 하면, 전국의 어린이들이 모여 여러 시인 선생님들과 함께 시를 읽고, 아침저녁 산책도 하고 놀이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그림도 그리며, 시를 쓰는 학교다. 어린이뿐 아니라 시인 선생님들도 어린이 곁에서 한 편씩 시를 쓰는 이상한 학교다. 이상한 학교인데, 이상하게 아름다운 학교다.
동시를 쓰는 시인이라면 한 번쯤 이 학교의 교사로 참여하고 싶어 한다. 우리 동시의 고전인 분의 이름이 이마에 박힌 학교이기 때문이다. ‘감자꽃’ 하면 떠오르는 사람, 바로 동천(洞泉) 권태응(1918 - 1951) 선생의 삶과 문학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권태응 어린이 시인학교’(다음부터 ‘시인학교’) 이야기다.


#탄금대 감자꽃 노래비 앞 / #2018 권태응 어린이 시인학교


시인학교에 참가하는 어린이들은 충주시 탄금대 안에 자리 잡은 ‘감자꽃 노래비’ 앞에 모인다. 시인 교사들은 조금 더 일찍 모여 상견례 겸 진행 유의사항 등을 파악한 다음, 배낭을 메거나 캐리어를 끌고 조금은 수줍은 표정으로 다가오는 어린이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모둠별 인원 체크가 끝나면 노래비에 새겨진 「감자꽃」을 소리 내어 함께 읽으며 2박 3일의 시인학교가 시작된다. 권태응의 대표작 「감자꽃」이 전국의 시인들과 어린이들을 맞이하는 모습이다.


자주 꽃 핀 건 자주 감자,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서른여섯 글자로 이루어진 아주 단순한 시다. 한 번 읽으면 바로 외워지는 노래 같다. 감출 것도 숨길 것도 없는 솔직하고 분명한 세계에 관한 이야기로 읽히기도 한다. 그런데 정말 자주 감자에선 하얀 꽃이 아닌 자줏빛 꽃이 필까? 자주 꽃이 핀 밑을 파면 정말 자주 감자가 나올까? 알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게 하는 재미난 작품이다. 어린이들은 「감자꽃」의 첫인상을 간직하고 탄금대에서 가까운 권태응 선생 생가터와 산소 등 유적지를 들러 시인학교 현장으로 이동한다. 이때부터 전체 활동과 모둠별 활동이 병행되며, 모든 활동은 둘째 날 오후의 시 쓰는 시간을 향해 집중된다.



#에코백에 시화 그리기 / #에코백 시화 전시


시 쓰기에서 중요한 건 현장성이다. 시인학교에서 만난 ‘어떤 이야기’가 시에 담겨 있기를 바란다. 그건 시인 교사도 마찬가지다. 뚝딱 뚝딱 시를 써 내는 어린이들과 달리 시인 교사들의 시 쓰기는 얼마간 스트레스를 동반하기도 한다. 마지막 날 발표회 자리에서 어린이들과 똑같이 시화 전시를 하고 동료 시인과 학부모들이 보는 앞에서 낭독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침 산책과 저녁 산책, 낮의 읽기와 놀이, 강연 등 모든 활동이 이루어지는 동안 시인 교사들은 모둠 어린이들에게 시가 될 만한 것이면 무엇이든 보여 주고 들려주느라 바쁘다. 먹을 수 있는 것이면 풀이든 꽃이든 먼저 먹어 보이며 호기심을 유도하기도 하고 짓궂은 장난으로 어린이 속에 깃든 어떤 감정의 실마리를 슬쩍슬쩍 건드려 보기도 한다. 그래서 어린이 손에서 이런 시가 툭툭 써진다.


안쪽
여하진(서울 미래초 6)

무궁화 꽃잎은 안쪽이 가장 찐하다

무궁화 꽃잎을 먹어 보니 안쪽이 가장 달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 안쪽이 가장 따뜻하다


비석치기
염진호(충북 청주 남평초 3)

오줌싸개 떡장수 도둑 배사장
특별한 비석치기 이어달리기
오줌싸개 콩콩콩 가자가자 떡장수
머리에 올렸다가 머리 아래로
콩 맞췄다


매년 여름 충주에서 열리는 시인학교는 1997년부터 시작된 권태응문학제를 동시 장르의 수용자인 어린이에 맞추어 진행하는 매우 독특한 문학 잔치이다. 현재 동시를 대표하는 시인들, 말하자면 김개미 김륭 박해정 송선미 유강희 임복순 장동이 정유경 시인 같은 이들이 모둠 교사로 참여해서 권태응과 어린이와 동시를 잇는 일에 함께했다. 다른 지역에서도 관심을 가져 제주에서는 3년 연속 제주어린이시인학교를 진행했다. 올해는 또 어떤 어린이들이 권태응과 동시를 만나게 될지, 어떤 시인들이 그 안내를 맡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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