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 활동이 이루어질 때, 여러 가지가 함께 한다. 창작과 예술, 기록과 기획, 설명과 소개 등 문화예술 활동의 발생에서 여러 구성요소가 자연스럽게 늘어나기 마련이다. 이는 문화예술이 다양한 사람과 함께 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활동 중에서도 특히 많은 관객을 초대하는 작업의 경우 기획자, 창작자, 홍보자의 구성은 기본적이다. 이는 관객이 초대되는 대부분의 활동에서 볼 수 있는 요소이며, 어느 하나가 부족해지면 활동의 질적 성과에서 드러나기 시작하여 관객이 알아채고 양적 성과의 부진까지 초래한다. 그럼 이런 것들을 만드는 이들은 누구일까. 기획자의 주도로 많은 활동이 조율되고 적절한 창작자와 협업을 이루어 낸다. 그리고 해당 내용을 담아내고 잘 소개하기 위한 홍보자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 마케팅과 홍보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닌, 포장과 관객의 소통을 위한 정리의 단계를 말하고 디자이너들이 이런 몫을 담당한다. 이처럼 디자인의 영역은 관객에게 직접적 소통을 이끄는 자리이기에 중요하지만, 종종 협력자가 아닌 조력자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는 이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문화기획단체, 디자이너 그룹, 창작자 등으로 이루어진 연합체가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협동조합, 주식회사 등의 모습이 아닌 연합체라니. 이들은 왜 모였고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궁금했다.
안녕하세요. 권진호 대표님. 오늘은 디자인스튜디오 대표가 아닌 연합체의 대표로 만나게 되었네요. 반갑습니다.
*권진호 대표는 디자인스튜디오 위아낫컴퍼니의 대표를 겸하고 있다.
우선 연합체의 이름이 특이합니다. V.A.T 라는 이름은 어떻게 탄생하였나요?
안녕하세요. V.A.T 는 부가세를 뜻합니다. 모든 영수증에 작게나마 표기되어 있는 그것이에요. 저희처럼 사업체를 운영하는 분들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가장 익숙한 세금이 아닐까 합니다. 이름을 V.A.T로 지정한 까닭은 저희 연합체가 모였을 때, 대부분 수의계약을 자주 하는 팀들이었어요. 견적서를 만들고 금액 조정의견을 조율하는 등의 과정을 자주 겪습니다. 하지만 많은 거래처와의 계약에서 부가세를 인지하지 못하는 기류가 생태계에 있었습니다. 특히 문화예술계에서 더욱 잦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부가세의 존재를 서로가 인지하고 거래하는 문화가 안착하는 바람에서 '부가세별도'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어요.
V.A.T는 어떤 팀들이 함께하고 있나요?
그리고 어떤 이유에서 연대하게 되었나요?
저희는 시각디자인 팀이 4팀이고 문화 기획하는 곳이 2팀이 있어요. 하지만 하는 일을 자세히 살펴보면 디자인, 문화, 기획, 창작이 혼재되어 있죠. 팀으로 나누지 않고 구성원의 개인 역량을 생각해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이전에는 일정한 친분관계만 갖고 있었어요. 서로에 대해 알고 있고 같은 업계의 고민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 종종 사석에서 만날 수 있는 사이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다 2018년 문화뻐정(주최: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운영:베이지)이라는 프로젝트로 몇몇이 모여 함께 협업을 진행했어요. 청주의 버스정류장과 매표소 등을 문화 버스정류장으로 탈바꿈하여 연출하고 지역 작가의 굿즈를 판매하는 등의 활동인데요. 이때 처음 협업이 진행되었고 좋은 시너지가 발생한다는 것을 느끼고 앞으로를 상상하게 되었던 계기였습니다. 그 후로는 자연스럽게 연합화되고 여러 프로젝트를 함께하게 된 것 같습니다.
함께하게 된 이유를 근본적으로 생각해 보면, 실은 외로워서인 것 같습니다. 어쩌면 동종업계이기도 하고 서로가 경쟁상대로 여겨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더 큰 외로움을 느끼고 소형화가 지속된다고 생각되었어요. 출발은 서로 동업자 정신을 구축해보자는 마음과 건강한 생태계의 시작을 도모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앞으로의 V.A.T는 어떤 활동을 할 것인가요?
그리고 바라는 미래상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마도 친분 유지를 위한 활동을 당장은 지속할 것 같아요. 저희는 느슨한 연대를 지속할 것입니다. 사실 저희가 모이면 항상 하는 말이 규모화에 대한 고민이에요. 저희는 특정 사업체를 당장은 구성하지 않을 것 같아요. 어떤 형태가 이상적인지는 확신이 아직 없어요. 그래서 프로젝트 단위로 활동을 진행하고 연합체의 연대를 잘 유지할 수 있는 대안에 대해서 고민하고 조금씩 모습을 갖추어 갈 계획입니다.
저희는 이 지역이 문화기획자, 디자이너, 예술가 등 문화생태계의 많은 이들이 ‘합당한 대우’를 받는 곳으로 안착하길 바랍니다. 청주만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저희가 위치한 지역이고 이곳의 관련 사람들이 의식화된다면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수도권이라고 합당한 대우를 받는 환경이 구축되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움직임들이 우리 동네를 변화시킬 수 있는 초석 정도는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V.A.T 연합은 직접 어느 정도 규모의 문화행사를 운영할 수 있는 기획자, 창작자, 디자이너가 함께하고 있었다. 이들이 만약 사업적 성과를 목표로 만났다면 협동조합이나 법인 사업자를 통해 규모를 비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연합체라는 방식으로 시작하고 조금씩 연대를 강화하며 전진하는 모습은 성과에 매달린 활동이 아닌 문화예술 제공자들이 합당한 대우를 인정받을 수 있는 미래를 꿈꾸는 공익적 이념에 기초했기 때문이었다. 최근 들어 예술가들은 아티스트 컬렉티브(Artist Collective : 공동창작예술), 컬래버레이션(Collaboration 협업의 준말) 등의 말로 연합체를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이런 만남은 다양한 장르가 만나고 서로의 장점을 극대화한다. 예술단체들은 네트워킹을 강화하고 대규모 연대를 주선하는 움직임도 많아졌다. 이런 시대에 V.A.T 연합은 서로의 영역을 지키고 공동의 목적과 공익적 이상을 함께 지향하는 태도는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움직임인 듯하다.
우리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합당한 권리에 대해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런 의견이 비로소 안착하듯, 문화 생태계 또한 구성하는 많은 이들을 들여다보고 권리 신장에 관한 목소리도 들어봐야 할 때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