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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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로코리안(Afro-Korean)의
지평을 여는 예술외교관 정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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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숙 (시인, 웹진 [ㅊ·ㅂ] 편집장)

34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문학을 통한 소통을 꿈꾸며 <책방 通·通>과 <다독다讀> 등 책 나눔 프로그램을 기획, 운영하고 있으며, 충북지역 건강한 독서생태계 조성을 위한 시민 독서문화운동 <상생충Book>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부끄럼주의보』『손길』『아름다운 소멸』등 다섯 권의 시집과 산문집『갈참나무숲으로』를 발간하였으며, <내륙문학회> 회장을 맡고 있다.
kes1023@hanmail.net

김은숙 (시인, 웹진 [ㅊ·ㅂ] 편집장)
아프로코리안(Afro-Korean)의 지평을 여는 예술외교관 정환진



문화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우리 사회 화두 중의 하나이다. 다양성에 대해 말은 쉽게 하지만 현실에서의 인정과 수용은 개인차가 클 뿐 아니라, 개인적 의견을 나눌 때도 민감하고 첨예한 논쟁거리가 여전히 넘쳐난다. 개인적 인식의 차원을 넘어서서 법제화가 필요한 사안들도 있고, 사회적 숙고와 담론을 거쳐야 할 문제도 많다.
주변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유학 다녀온 사람은 흔히 볼 수 있어도 아프리카로 유학 다녀온 사람은 거의 만날 수 없다. ‘아프리카에 가서 무슨 공부를 했지?’ 그 목적과 과정에 궁금함이 먼저 일어난다. 이 또한 인식의 편견이다.
문화 다양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확장되기에 앞서서 일찌감치 남다른 행보를 보여온 문화예술인이 있다. 국내 최초로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 국립예술원에서 아프리카 전통음악을 공부한 남다른 이력의 연주가 정환진. 석사학위 취득 후 국내에 돌아와서는 아프리카음악을 알리는 동시에 국악과 아프리카음악을 결합하여 새로운 차원의 음악을 만들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한국아프리카 음악·춤 연구소> 정환진 소장을 만나 그가 내는 예술의 길을 들여다본다.





Q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국립예술원에서 아프리카 전통음악을 공부하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원래 전공인 국악 타악 전공으로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이었는데 2008년 8월 일본 이오지마섬에서 열린 마마디 케이타(Mamady Keita)라는 아프리카음악과 젬베의 큰 선생님 워크숍에 참가하면서 아프리카음악을 좀 더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해 11월에 프랑스에서 클래식 타악기로 유학 중이던 후배가 한국에 들어와서 만나 이야기를 하던 중에 프랑스에서는 음악원에서 아프리카음악과 젬베를 공부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학원 진학보다는 유학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아프리카음악을 공부하는 것이니 이왕이면 유럽보다는 아프리카 현지에서 공부하는 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서아프리카 쪽 나라들의 교육기관을 찾다가 코트디부아르 국립예술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 코트디부아르 국립예술원 ▲ 2008 마마디케이타 워크숍 ▲ 현지 마을


Q

코트디부아르의 국립예술원 유학 시절 기억나는 일 또는 사람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코트디부아르의 국립예술원 유학 시기는 2010년부터 2012년이었어요. 국립예술원은 ‘아비쟝’이라는 도시에 있었는데요. 코트디부아르에서는 대도시에 해당하지요. 유학 시절 무엇보다도 기억에 남는 건 직접 현지 마을에 찾아가서 그곳 주민들의 음악을 듣고 함께 연주하고 그들과 더불어 춤추며 자연스럽게 어울린 경험이에요. 무엇보다 뜻깊었던 시간이어서 잊을 수 없는 생생한 추억으로 떠오릅니다.
또 하나 생각나는 건 2010년 3월에 코트디부아르에서 내전이 일어나서 약 한 달간 전쟁 때문에 꼼짝없이 집에 갇혀 있었는데요. 머나먼 이국땅에서 홀로 견딘 그 시간 또한 제 인생에서 꼽을 수 있는 정말 무서웠던 경험이어서 특별히 기억에 남습니다.


현지 공연현장


Q

주로 연주하는 악기가‘젬베’인데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악기 ‘젬베’를 소개해 주시고, 어떻게 이 악기를 연주하게 되었는지 첫 인연도 말씀해 주세요.




EBS 방송 <스페이스 공감>에 출연했던 팝가수 ‘제이슨 므라즈’나, 슈퍼스타K에 출연한 가수 ‘조문근’, 그리고 가수 ‘10cm’로 인해서 젬베라는 악기가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졌습니다. 다만 젬베를 하나의 제대로 된 악기로 정확한 연주법을 구사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 보니 아직은 사람들에게 낯설게 느껴지는 악기이지요.
사실 저도 젬베를 아프리카의 음악과 악기로 만났던 게 아니고 2004년 한 공연장에서 일본 퍼커션 연주자가 사용하는 걸 본 게 처음인데요. 음향 리허설 중에 한 악기에서 깊은 저음에서부터 높은 고음까지 연주되는 걸 보고 큰 매력을 느꼈지요. 나중에 낙원상가 내 악기 매장에서 같은 악기를 보고 무작정 악기를 구입하고 레슨이 가능한 비디오 테이프를 사서 공부했던 것이 첫 시작이었습니다.

젬베


Q

귀국 후 <한국아프리카 음악·춤 연구소>를 만들고 활동하고 있으시죠. 개인 연주가로서도 활동할 수 있는데, <한국아프리카 음악·춤 연구소>를 만든 이유가 궁금합니다.




아프리카의 문화와 예술, 음악과 춤을 알리기 위해선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힘들다고 생각했습니다. 음악을 연주하더라도 합주가 중요한 음악이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했고 댄서도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마음 맞는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어서 좀 더 전문적으로 음악과 춤을 공부하고 공연하기 위하여 단체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현재 저와 주로 함께하는 연주자는 대금·소금 연주자 한충은 님, 하모니카 연주자 이예영 님, 타악 연주자 ‘곽아영 님, 댄스·보컬 곽은혜 님, 판소리 보컬 이선 님, 피아노 및 작·편곡 앤 킴 님, 타악기 Daniel Marin Garcia, 색소폰 연주자 박주현 님 등인데요. 연주 상황 및 프로젝트에 따라 특성과 규모에 맞게 연주자들을 구성하여 활동하고 있습니다.




Q

‘아프로코리안(Afro-Korean)’이 무엇인지요?




우리가 접하는 재즈, 블루스. 힙합 등 흑인음악은 유럽이나 미 대륙에서 아프리카음악이 한 번 가공되어 전해진 음악이 대부분입니다. 아프로 큐반, 아프로 브라질리언 등 아프로(Afro)가 앞에 들어가는 음악들도 모두 현지의 음악에 아프리카의 음악이 결합되어 다시 가공된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렇다 보니 이런 음악은 순수한 아프리카음악으로 볼 수 없어요.
그래서 아프리카 현지에 직접 가서 아프리카음악에 깃든 정신과 특성 등 문화의 원재료를 이해하고 익혀서 제대로 원류가 되는 문화를 들여오고 싶었습니다. 그런 다음 우리의 전통 또는 현대 문화와의 접목을 통하여 우리만의 새롭고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본 게 아프로코리안(Afro-Korean)입니다.

아프로코리안(Afro-Korean)


Q

한국과 아프리카음악을 결합한다고 하셨는데 두 나라 음악의 어울림은 어떤지요?




어떤 음악도 다 잘 어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 어울림의 접점을 찾는 게 쉬운 일이 아니죠.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협업에 대한 작업을 시작했는데 제가 대학교에서 우리 전통음악을 전공하고 꾸준히 우리 전통음악에서 활동을 해왔고 또한 아프리카음악도 10년 정도 아프리카 현지까지 가서 공부를 했으니 그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음악과 아프리카음악의 리듬, 선율, 악기들의 차이와 공통점에 대해 이해하고 어떻게 조화롭게 그 차이와 공통점을 연결해야 하는지를 지속적으로 공부하고 고민하며 작업하고 있는데요. 다행히 선보이는 작품을 들으시는 분들 반응은 좋은 듯합니다. ^^




Q

한국과 아프리카 음악의 국제 교류를 위해서도 남다른 노력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 몇 가지를 소개해 주세요.




코트디부아르 현지에서 ‘100TAMBOURS FESTIVAL’이라고 하는 타악기 페스티벌을 현지의 아티스트들과 저희 선생님이신 세계적인 젬베 연주자 ‘THOMAS GUEI’와 함께 개최하고 있고, 제가 졸업한 학교인 코트디부아르 국립예술원과 매년 한-코트디부아르 전통음악 교류 사업을 한국과 코트디부아르 현지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한국과 코트디부아르가 수교를 시작한 지 60년이 되는 해라서 올 1월에 현지에 방문하여 60주년 기념 영상을 만들었고요. 12월에도 코트디부아르에서 현지 아티스트들과 60주년 기념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뜻깊은 일 중 하나는 저의 코트디부아르 유학이 계기가 되어, 이후 코트디부아르와 충북민예총의 국제 교류가 진행된 것입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음악과 춤을 하는 친구 6명이 충북민예총을 통해 우리나라에 와서 우리 문화를 함께 공부하고 나눌 수 있었으니 저로서도 참 보람 있고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2017, 2018 100TAMBOURS FESTIVAL 포스터


Q

연주회 또는 국제 교류 활동 중 특별히 기억에 남거나 의미 있었던 연주회가 있나요?




2019년 한국 국제교류재단 ‘민간공공외교 프로젝트’부분에 선정되어 코트디부아르 현지에 총 8명의 공연팀을 데리고 가서 현지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했던 공연입니다. 항상 혼자서만 코트디부아르에 다녔는데 지원 사업을 통하여 처음으로 여러 아티스트들과 동행할 수 있어서 참으로 좋았고, 지금까지 작업해온 예술적 결과를 코트디부아르 현지에 소개할 수 있었던 아주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공연팀이 다른 나라 무대에서 단순히 우리 음악을 공연하는 것과는 달리, 현지인들과 한 팀이 되어 이질감 없이 하나의 공연을 하면서 그야말로 문화적인‘通’함을 마음껏 느꼈다고 할까요? 음악적 교류를 통한 진한 유대감 형성을 체험한 소중한 경험이지요. 온라인 공연으로는 느낄 수 없는 이런 제대로 된 교류가 앞으로 지속되고 더 확장될 가능성을 확인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모든 것이 정지되고 무산되어 안타깝습니다.

2019 코트디부아르 국립예술원 공연 포스터와 공연


Q

‘아프로코리안’으로 활동하는 데 어려운 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무래도 경제적인 부분이 제일 큰 것 같습니다. 교류하는 아프리카의 나라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하고 특히 함께 교류하는 아티스트들의 경제 사정 또한 아주 힘들어서 거의 모든 예산을 저희가 부담합니다. 몇 년 전부터 국제 교류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서 조금 사정이 나아지긴 했지만, 국제 교류 지원 사업 같은 경우도 현지 교류단체가 부담해야 하는 부분을 필수로 하고 있어서 쉽지는 않습니다.
국내에서 여전히 아프리카 쪽에 관심이 거의 없다 보니 후원해 주는 경우도 없어서 국제 교류 지원 사업이 없었을 때는 거의 모든 부분을 자부담으로 진행해야 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Q

최근 주요 활동을 소개한다면?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위기로 인해 2020년에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온라인 공연 활동을 많이 했고요. 2021년 4월에는 충주시립 국악단과 아프리카음악 협연을 비롯해서 한·아프리카 재단이 주최한 <아프리카주간 페스티벌>에서 문화마당을 맡아서 아프로-코리안 프로젝트 공연을 진행했습니다.

#충주시립 국악단과 협연 온라인 공연, #한아프리카재단 공연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 추가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해주세요.




지금까지 음악과 춤을 주제로 아프리카와의 협업을 해왔는데 앞으로는 분야를 더 확장해서 연극, 문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을 진행하려고 합니다. 그 작업 중 하나로 올 11월 18일에 청주 아트홀에서 아프리카의 전래동화와 우리의 전래동화를 주제로 음악극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새로운 스타일의 이색적인 공연을 준비 중이니 기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울러 2022년에는 세네갈과의 음악적 교류를 계획하고 있는데, 여러 가지 여건이 좋아져서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어떤 분야건 선도적 역할을 하는 사람의 눈빛은 다르다. 아프로코리안(Afro-Korean)의 지평을 열어가는 연주가 정환진. 조용하고 깊게 반짝이는 눈빛을 만났다. 많은 사람이 강대국 문화를 선망할 때 그의 시선은 아프리카로 향했고 직접 현지 마을을 찾아가 그들 속에서 함께 어우러지며 아프리카 문화를 익혔다.

‘아프리카 현지에 직접 가서 아프리카음악에 깃든 정신과 특성 등 문화의 원재료를 이해하고 익혀서 제대로 원류가 되는 문화를 들여오고 싶었습니다. 그런 다음 우리의 전통 또는 현대 문화와의 접목을 통하여 우리만의 새롭고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를 만들어 본 게 Afro-Korean입니다. ’

Afro-Korean의 의미와 정신, 그리고 정환진 연주가의 소신과 철학과 실천이 담긴 말이다. 문화 다양성에 대한 그대로의 인정과 수용과 존중이 담긴 인식과 실천이 그를 음악 외교의 길로 들어서게 한 듯하다. 개인 간 관계는 물론이고 국제간 교류의 출발점은 존중이 아닐까? 상호 존중하며 예술을 통해 민간외교관 역할을 하는 정환진 연주가. 보배로운 그의 걸음과 그 걸음이 내는 길에 응원과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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