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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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다 - 7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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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삶이 흐르는 마을 공동체, 전하울 생태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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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귀란 (소설가)

전하울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면서 소설과 동화를 쓰고 있습니다. 새소리에 눈을 뜨고 어깨 위로 떨어지는 별을 보며 잠이 듭니다. 작품집으로는 변방, 월정리 역 외에 다수 동인지가 있고, 국제문학예술대상 수상, 대한기독문학상 수상, 한반도통일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한국문인협회회원, 대한기독문인회회원, 국제문학중부지회장이며 ‘지금은 수업중’ 논술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dlrnlfks77@naver.com

이귀란 (소설가)
문화적 삶이 흐르는 마을 공동체, 전하울 생태마을 이미지1



바람소리 들리고
숲이 술렁거리는 호정리




무심천의 원류가 솟는 낭성면 추정리 산정마을, 거기서부터 흘러내리는 호정리의 도랑물이 날이 갈수록 여무는 계절입니다.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봄이면 도랑에 뿌리내리고 사는 고마리며 미나리가 하루가 다르게 키재기를 하고, 마을의 길가에는 어디든 민들레가 샛노랗게 피어 어지럽기까지 합니다. 마을을 감싸 안은 대왕산 자락 밑으로 다소곳이 앉아 있는 낭성면 호정리 전하울 마을에는 자기만의 색깔과 자기만의 향기로 수많은 꽃과 들새와 벌레들까지도 순연히 오고 또 가지요.

아주 오래전에 어느 왕이 이곳 산에 와서 큰 짐승을 잡은 후에 이름이 없던 산에 대왕(大王)이 사냥에 성공한 산이라 해서 그때부터 대왕산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작은 새 한 마리가 앉았다 가도 잎새가 흔들리거늘 대왕의 사냥을 성공으로 이끌어준 산, 얼마나 지극한 도움인지요. 그래서일까요, 여기 호정리 사람들은 나누고 보태고, 세우고 일으키며 이웃사촌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에도 내 집, 네 집 없이 드나들며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문 앞에 감자가 박스째 놓여 있는가 하면, 현관의 손잡이에 나물 새며 떡이 걸려 있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중요한 매월 열리는 인문학당을 통하여 스스로 학습하며 다양한 재주를 발굴하고 개발하며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화적 삶이 흐르는 마을 공동체, 전하울 생태마을 이미지2



여기 호정리에서 마을 공동체로 살며
농사를 짓고
밥을 짓고
살림살이를 지으며 살아가는 전하울 사람들




저 위의 산정마을 어른들은 6.25 때 전쟁이 난 줄도 모르고 살았다고 하니, 얼마나 고립된 마을이었는지 가히 짐작이 갈만합니다. 전하울에서 산책하느라 산정마을로 오르내리다 보면 각종 새소리와 바람소리, 고요가 수런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 작은 마을 전하울에 도서관이 있고, 무인카페가 있고, 서점이 있고, 누구라도 와서 필요에 따라 뚝딱뚝딱 만들어 가는 공방이 있는가 하면 출판사며 게스트하우스 등이 있어 언제든 와서 쉬면서 독서하고 갤러리에 전시 중인 작품을 감상하기도 합니다.



문화적 삶이 흐르는 마을 공동체, 전하울 생태마을 이미지2



◆◆◆◆






무심코 지나면 도저히 알 수 없는 오래된 마을 오지에서 다양한 문화의 꽃을 피우며 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는 사람들, 그중 도서관 ‘봄눈’의 관장님이신 백영기 님을 만나보았습니다.





Q

목사님, 안녕하세요? 제가 이 마을에 들어오기는 2013년이었는데요. 예전에는 마을을 드나드는 길이 그냥 논두렁이었다고 하더라고요. 산촌생태마을로 지정이 되면서 마을 특성화 사업으로 찜질방이 생기고 국화축제를 하고, 도로가 포장되었다고 들었는데요, 이 마을의 특징을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영기 관장 네, 맞습니다. 저희가 들어오던 2002년에 위아래 마을 모두 합해 9가구였고요, 대부분은 노인분들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그중 반 이상의 어르신들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청주 모충동 쌍샘에 있던 저희 교회는 작은 교회였지만, 나름 대안을 찾고 신앙이 세상을 건강하고 바르게 만들어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골로 교회를 옮겨 가기로 결정을 하고 지역을 찾던 중 낭성의 호정리로 오게 되었죠. 저희 교회는 교회의 크기보다는 예수님의 복음과 사랑에 기반한 삶을 만들어 가는데 더 관심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건강한 신앙공동체요 교회가 되기 위해 ‘영성, 자연, 문화’라는 주제를 정하고 그런 신앙과 삶을 만들어 가기로 했습니다. 이미 마을이 있는 지역에 들어온 우리는 마을에 감사하기도 했고, 또 마을이 살아야 교회나 학교 등 모두가 살아나고 건강한 삶이 가능하며 지속되니까요. 그렇다면 어떻게 마을에 봉사를 하고 또 힘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생각한 것이 자연과 문화였습니다.

▲ 백영기 관장 (우)




Q

네, 사실 교회가 들어오면서 마을이 커지고 다양한 행사가 열릴 때마다 손님들이 많이 들어오잖아요. 저도 이리로 이사 오기 전에 교회 마당에서 열리는 ‘정 나누고 힘 거들기’였던가요? 그 잔치에 왔을 때, 그날의 감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어찌나 소박하고 알차던지. 그런 행사들을 통하여 목사님께서 가장 중점을 둔 사업이 자연을 살리고 문화를 살리는 일이시지요?




백영기 관장 네 그렇다고 볼 수 있지요. 시골이지만 그냥 생태나 자연이 지켜지는 것은 아니잖아요, 우리가 사는 마을이 생태와 자연적으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마을이 되게 하는데 함께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문화적으로도 소외가 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젊은이들이 들어올 수 있는 마을, 사람이 떠나지 않고 다시 올 수 있는 마을, 머물러 살고 싶은 마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하나씩 만들기 시작한 일들이 사랑방 카페, 생태자연 도서관, 노아공방, 갤러리<마을>, 교육문화공동체 단비, 산촌 책방 돌베개, 꽃잠 출판과 같은 일들입니다.

그러면서 교우들은 물론 이 동네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집을 짓고, 마을이 점점 커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교회가 앞서 시작했지만, 교회를 위한 일이 아니라 마을과 주민을 위한 일로 시작하고 운영되고 있습니다. 공간이 필요하면 공간을 만들고, 빈 공간이 있으면 그 공간을 마을 안에서 어떻게 사용할까를 고민했습니다. 마을 안에서 필요한 일이 있으면 공감하고 뜻을 모을 수 있는 사람들을 찾고 함께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았습니다. 우리도 마을에 사는 주민으로서, 또한 마을 안에 있는 하나의 교회로서 지역이 더 아름답고 건강한 마을로 자라날 수 있도록 즐거운 마음으로 협력하고 함께합니다. 도시 못지않게 농촌지역이 소중합니다. 도시 없는 농촌은 가능하지만, 농촌 없는 도시는 사상누각에 불과합니다. 꼭 기독교 영성이 아니더라도 정신과 사상은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게 영성, 자연, 문화가 함께 공존하는 우리 마을이 되기를 마음 모으며 함께 살아갑니다. 물론 이런 상시적인 일만이 아니라 여름밤 영화제, 역사 문화 탐방, 마을잔치, 자연 생태학교 등과 같은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Q

그런데 목사님, 이런 오지 마을에 도서관을 지으셨잖아요, 어떤 과정을 거쳐서 도서관이 생겨났는지요, 그리고 도서관 ‘봄눈’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백영기 관장 작은 도서관은 93년부터 지역에서 시작해 온 일이지만, 이곳에 와서 보니 책을 볼 사람도 없고, 유동 인구도 없어 도서관은 필요가 없겠다고 싶어 접으려고 했지요. 하지만 다시 생각하니, 사람 사는 마을에 도서관 하나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운영위원회가 도서관을 유지하기로 하고 준비한 것이 10년이 걸려 도서관을 지었고, 찾아가고 찾아오는 도서관을 만들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생태와 자연, 환경을 중심으로 특화된 도서관을 생각하며 다양한 기부 강연과 공연을 하고 축제를 통해 사람을 만나고 홍보하며 후원자들을 모아 지금의 도서관을 건축해 2016년 재개관을 하였습니다.
생태자연 도서관 <봄눈>은 단순히 책을 빌려주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생태문화와 체험, 건강한 삶의 내용을 위해 작가와의 만남, 생태강좌, 자연 및 놀이 학교, 북스테이 등의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도서관은 운영위원회를 통해 다양한 일들이 논의되고 운영됩니다.
봄눈 도서관
문화적 삶이 흐르는 마을 공동체, 전하울 생태마을 이미지 4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나의 영성을 가지고 교육과 문화를 지어가는 일은 중요한 일이지요. 예전에는 천막같은 작은 교회에서 지역 아이들을 모아서 주민공부방을 운영하기도 했었기에, 그 공부방이 민들레학교로, 그리고 다시 단비학교로 이어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획일화된 교육
순위를 매기는 교육이 아니라
삶과 터를 소중히 여기며
스스로 행복을 찾아가는 교육

인간수명이 길어지면서 마을도 늙어가는 시기에 아이들을 키우고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이왕이면 우리 전통과 문화를 계승 발전해 나가는 일은 더 값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조근조근 그리 이야기해 주시는 모습이 고요하기만 합니다.






◆◆◆◆








호정리에서는 왁자지껄 아이들의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에 밧줄을 묶어 놓고 시끌벅적 밧줄 놀이를 하는가 하면 넓은 마당에 돌멩이로 그림을 그려놓고 사방치기를 하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온 마을로 울려 퍼집니다. 바로 단비 학교 아이들이 자연과 어우러져 노는 소리입니다. 단비 학교는 이웃해 있는 낭성 초등학교 아이들의 방과 후 학교이지요. 몇 년 전에 뜻한 바 있어 이 마을에 들어온 민상근·김현정 부부는 4살짜리 아들을 시골에서 키우기 위하여 들어왔다네요. 아이의 손을 잡고 집집마다 이사떡을 돌리더니 마을 공동 텃밭에서 토마토며 오이들을 돌보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모르고 지냅니다.


문화적 삶이 흐르는 마을 공동체, 전하울 생태마을 이미지 4



김현정 선생님은 단비 학교에서 교장선생님으로 봉사를 하며 아이들에게 요리와 바느질까지 가르치고요, 민상근 선생님은 아이들과 산과 들을 오르내리며 다양한 생물을 관찰하고 축구도 하고 농사도 짓고 자연에서 노는 법을 가르치는 체육 선생님이십니다. 외에도 마을의 어른들은 모두가 아이들의 선생님입니다. 호정리야말로 마을이 아이를 키우고 있는 것이지요.
가문 날 달게 내리는 비 같은 마음으로 이 학교를 운영하는 단비 학교 교장선생님인 김현정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Q

선생님, 안녕하세요? 연세 드신 어른들이 사는 마을에 들어와 살게 된 이유라도 있는지요?




이곳 시골 마을이 좋고, 아이를 자연과 함께 자연스럽게 키우고 싶다는 생각으로 귀촌하게 되었어요. 자연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그것보다 더 제 마음을 움직인 건 이곳의 공동체 생활이었어요. 자연과 생태 그리고 환경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 소소한 일상을 나누면서 서로의 삶을 존중해 주는 사람들, 어른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모습들, 그리고 이웃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충만한 이곳의 공동체 삶이 좋았어요. 이웃사촌이라는 말이 도시의 삶에서는 떠올리기 힘든 말이잖아요. 그런데 이곳은 이웃이 또 하나의 가족인 곳이죠. 주변 환경과 함께 어울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아이가 커가는 세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연세 드신 어른들이 많이 살고 계신 덕분에 그분들의 경험과 삶에서 우러나는 지혜, 그리고 건강한 삶의 방식도 많이 배우고 있어요. 저희 가족은 귀촌 후 시골 생활에 아주 만족하며 즐겁게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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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단비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이곳 마을에서 20년 넘게 아이들과 자연교육을 하며 살고 계신 마을 공동체의 뜻을 이어 더 많은 아이들이 이곳에 와서 배우고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단비 공동체를 만들게 되었어요. 단비는 꼭 필요한 시기에 알맞게 내리는 반가운 비와 같은 교육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의미인데요. 아이들에게는 자연과 함께 뛰어노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해요. 그 속에서 생태 감수성이 길러지고 생명의 소중함과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죠. 이곳 산촌의 풍부한 자원이 교육의 소재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 놀고 배우며 마을 어른들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단비 공동체가 추구하는 가치입니다.



Q

여기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유년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라요. 어린 날 고향의 산과 들을 뛰어다니던 때, 생각하면 얼마나 소중한 기억인지. 기억의 보따리에서 하나하나 꺼내 보는 기쁨은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아는 거지요. 우리 아이들도 오늘의 기억이 평생의 자산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선생님, 단비의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대안학교를 꿈꾸고 있어요. 마을이 학교인 곳, 즉 배움과 삶이 일치하는 그런 학교를 만들고 싶어요. 우리가 살아가면서 꼭 필요한 것들을 건강한 방식으로 배우고, 그런 삶을 실천하는 것이죠. 산촌의 풍부한 자원을 이용한 식, 의, 주생활 그리고 공동체의 삶을 배우는 학교인거죠. 무엇보다 이 마을의 가치를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마을에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서 함께 했으면 해요. 그럼 시골도 지속가능한 삶의 터전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








참 삶을 찾아 일구어 가는 일,
이것이야말로 참 자기를 짓는 일이지요.
지성이라 말하는 모든 것들, 그것이야말로 땅을, 하늘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섬기고 차세대를 교육하는 일이야말로 참 지성이 아닐는지요.


여름밤, 반딧불이의 사랑놀이와 귀기스러우리만치 아름다운 목련의 모습이 그립다면 호정리의 무인카페에서 차를 마시고 돌베개 서점에서 책을 읽으며 그림이 되어보세요.

문화적 삶이 흐르는 마을 공동체, 전하울 생태마을 이미지 6
“홍어 다니는 길은 홍어가 알고 가오리 다니는 길은 가오리가 안다”. 영화 ‘자산어보’에서 창대역으로 나오는 변요한의 대사입니다. 옥수수 알갱이 한 알 한 알이 여물어서 한 개의 옥수수로 먹을 맛을 주듯 호정리 사람들은 각자의 재주와 성품으로 공동체를 지어가고 있습니다.



흙의 폭신함을 느끼며
바람소리 들리는 곳
이른 아침 깊은 잠에서 깨어난 숲이 술렁거리는 소리
땅이 하품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마을
깊은 밤 어깨위로 떨어지는 별과의 대화,





그것은 호정리 사람들만이 아는 호정리의 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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