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 생극면, 응천공원변에 빨간색의 수상한 건물이 들어섰다.
걸어서도 갈 수 있는 우리 동네 소극장을 표방한
음성생활문화예술공간 하다의 공간이다.

충북민족극한마당과 마을축제 도토리시장이 동시에 진행되었던
축제의 현장에서 음성생활문화예술공간 하다의 ‘황금미영’ 부대표를 만났다.
축제에 참여한 주민들은 집에서 간식을 싸 오거나 도토리숲 작은도서관의
주전부리를 사 먹으며 소소한 행복을 만끽한다.
‘매일 매일이 오늘 같아라’그렇게 외치고 싶지만
실상 우리의 하루는 마냥 행복을 논하기는 어렵다.
오늘의 행복을 위해 하다는 어떤 시간을 지나왔고,
현재 어떤 시간에 머무르고 있을까.
- 음성에서의 문화예술인들과 어떤 네트워크를 이어나가고 있는지.
음성에는 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많이 없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런데 제 식대로
표현하면 없지는 않아요. 단지 그분들이 다들 섬처럼 계실 뿐이에요. 각자 본인의
공간과 영역에서 꾸준히 활동하시는 분들이 있거든요. ‘하다’ 활동을 하면서
음악 하는 친구도 만났고 미술 작업하시는 분, 오케스트라 교육하시는 분,
영상 하는 친구 등등. 곳곳에 섬처럼 있는 분들을 만났어요.
그러다 이분들도 예술가로서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개인으로만 부유할 때,
‘하다’에서 모여 같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소통한다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그렇게 지역 안의 이 귀중한 자원을 한번 모으고 싶었어요. 그래서 문화예술교육
거점 사업을 진행했던 거예요. ‘모일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싶다’라는 그 열망으로요.
그래서 먼저 ‘예술가 사랑방’을 한 달에 한 번 열어서 운영해봤어요. 같이 모여
토론도 하고 공부도 하고 이야기도 나누는 거죠. 그런데 잘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패착은 그분들이 너무 바쁘다는 것이었어요. 문화예술은 부업이고 돈을 버는 본업이
바빠서 저희의 행사에 참여하실 수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찾아가는 인터뷰 형식으로
바꿔서 진행하려고 세팅해놨는데 바로 코로나가 터지더라고요.
- ‘하다’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있는지.
사실 먼 미래의 비전을 보고 이 일을 하지 않았어요. 그냥 지금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죠. 오랫동안 이어왔어도
아직도 확신이 없다면 위험한 것일까요? 사실 불안하기도 해요. 우리는 매년
새로운 사업을 따야 움직일 수 있는 시스템이니까요. 하지만 지속적인 지원이
아닌 1년 단위의 지원이 대부분이에요. 게다가 음성 토박이가 아니라는 것은
이곳에 오랫동안 있었지만, 아직도 저희를 종종 허전하게 해요. 그래도 이번에
이곳으로 극장을 새로 가꾸어 오게 되면서 연대할 수 있는 조직들이 가까이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되었어요. 바로 앞에 도토리숲 작은 도서관이 있어
플리마켓 행사도 함께 하고, 충북 민족극 한마당도 민예총과 함께 진행하게 되었고요.
이곳에 극장이 생겼기 때문에 매년 청주에서만 하던 이 축제를 음성에서
할 수 있게 된 건데, 이럴 때면 무리해서라도 공간을 구축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럼에도, ‘하다’가 계속되어야 하는 이유
‘선생님, 우리 내년에 뭐 할까요?’
어린이 극단을 하면서 한 친구가 공연을 마치고 이런 질문을 했어요.
재작년에는 분명 ‘선생님, 내년에도 해요?’였는데 이제 질문의 형태가 바뀐 것이죠.
내부적으로 이것이 정말 큰 성과라고 말해요. 그리고 큰 감동의 지점이기도 했고요.
어린이 극단이 이제 5년 차가 되어가고 이 극단을 졸업한 친구들이 중학생이 되어
청소년 극단이 되었어요. 그리고 청소년 극단을 졸업하고 지금 저희와 시민 뮤지컬을
같이 하는 친구도 있고요. 그러면서 생각한 것이 ‘우리가 이제 해야 할 일은
시민극단을 만드는 일이겠구나’ 였어요. 시민들 스스로가 연극을 할 수 있는 장을
요구하게 된 것이니까요. 연극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을 뿐인데 하고 싶은 친구들이
모여들었고 연령대가 차곡차곡 쌓여 이제 이곳에서 많은 생애주기를 보내는사람들이
생겨난 거예요. 연극은 꼭 전공하려는 사람들만이 하는 것은 아니에요. 누구에게나
자기를 표현하고 발산하는 취미생활이 필요한데 저희 지역에서는 ‘하다’가 있기에
취미가 연극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저희 극단을 졸업하고 타지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와도
저희는 언제나 그 친구들이 연극을 할 수 있는 곳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시민들이 저희를 찾고 함께하니까요. 저희가 이곳에서 필요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결국 주민들이 증명해주신 셈이에요. 물론 스스로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은 있었지만, 주민들에게서 이런 목소리가 먼저 나오는 경험은 정말 잊지 못할 감동이죠.
- 2022년, ‘하다’는 어떤 움직임을 준비하고 있는지
찾아가는 문화예술 사업에서 가장 안타까운 지점들은 바로 열악한 환경이에요.
영화 한 편을 보더라도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은 곳들이 많아요.
그래서 저희가 이곳에 극장을 세우면서 기대한 것은 더 좋은 환경에서 예술인들과
관객들이 공연을 만날 수 있다는 부분이에요. 또한 거리장벽도 허물어졌어요.
저희 마을 분들에게 연극은 이제 집에서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문화예술이 되었어요.
그래서 올해는 이곳에서 많은 공연을 올리는 것을 목표로 삼았어요.
창작자이자 배우로서의 저는 잠시 내려두고 전국의 많은 연극단체가 저희 극장에서
맘 놓고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판을 까는 것이죠. 찾아가는 문화예술사업을 진행하는
수많은 예술인과 단체들이 이 지역에 기꺼이 올 수 있다면 이는 ‘하다’로서도
저 역시 지역의 문화향유자 중 한 명으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에요.
- 올해 10주년을 맞이한 ‘ᄎᆞᆸ(chap)’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지역마다 언론사들이 있지만 마을의 작은 소식들을 다 취재하고 담기에는
한계가 있어요. 저희도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보내면 나가는 것이 전부예요.
직접 우리의 현장에 와서 취재하고 이야기를 담아가는 분들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렇게 와주시는 것도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렇게 저희의 이야기를 듣고 담아가시는 사진들이 다시 지역의
작은 언론사들에 배포되어 확산하는 것도 고려해보시면 어떨까 생각해요.
업무협약을 맺는 것처럼요. 이번에 저희가 소극장을 신고하면서 이런저런
어려움이 많았어요. 그때 저희가 하는 활동이 좀 더 많이 알려졌다면
지자체에서도 저희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 않으셨을까 생각되더라고요.
서로 상호협력하는 관계를 이 웹진을 통해서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웹진 ᄎᆞᆸ(chap) 2020년 1호
[음성에서 문화예술교육을 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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